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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잠2’, DC는 이제 마법의 도움이라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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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마법의 주문 “샤잠~!”을 다시 한번 소리내어 외쳐볼 시간이다. DC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프랜차이즈 시리즈인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열세 번째 영화 ‘샤잠! 신들의 분노’가 지난 15일 개봉했다. 마법의 힘을 얻은 소년이 성인 히어로로 변신해 활약을 펼치는 DC히어로 영화 ‘샤잠!’(2019)의 속편으로 4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한데 ‘샤잠!’ 시리즈의 외부 상황이 썩 좋지 못하다. 지난해 개봉한 ‘샤잠!’의 스핀오프 영화 ‘블랙 아담’은 저조한 흥행 성적을 거두면서 2편 제작 연기 소식을 전했다. ‘샤잠!’이든 ‘블랙 아담’ 속편이든 DC코믹스 원작에서 ‘샤잠!’의 메인 빌런인 블랙 아담과 히어로 샤잠의 대결을 고대한 팬들에겐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DC가 DCEU에서 DCU(DC 유니버스)로 명칭을 바꾸고 리부트를 선언하면서 2편 이후 ‘샤잠!’ 시리즈의 제작 여부도 알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6월 개봉 예정인 ‘플래시’가 DCEU의 마지막 작품으로 정해졌고,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3월로 개봉 시기를 조정하면서 DCEU의 끝 무렵에 도착한 ‘샤잠!: 신들의 분노’는 DCU 편입을 보장 받지 못한 상황에서 자체 동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전편보다 커진 규모와 늘어난 액션, 전편에서 샤잠의 힘을 나눠가진 ‘샤잠 패밀리’의 성장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속편으로 3편에 대한 확신까지 심어주진 못한다.

DC히어로 중에서 ‘샤잠’은 별종 히어로 축에 속하는 캐릭터다. 마법의 주문을 외우면 몸은 성인으로 바뀌지만, 10대 소년의 치기 어린 말과 행동은 그대로인 히어로 샤잠은 유치함을 매력으로 내세운다. 어른 또는 히어로를 꿈꾸는 저연령층 관객에겐 대리 만족감을 주고, 영화 속 히어로의 고뇌와 무게를 나누기엔 현실이 고달픈 성인 관객에겐 1980년대 인기를 끈 판타지 모험 가족 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기존 히어로 무비와 차별화를 꾀했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샤잠!’ 2편을 보려면 1편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1편은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 나섰던 고아 소년 빌리 뱃슨(애셔 앤젤)이 위탁 가정에서 만난 다섯 명의 또래와 유사 가족으로 맺어지는 과정과, 마법사 샤잠(디몬 하운스)에게 강력한 힘을 넘겨받은 빌리가 히어로 샤잠(재커리 레비)으로 거듭나면서 닥터 시바나(마크 스트롱)에 맞서는 내용을 그렸다.

2편은 빌리와 1편 말미에 모두 슈퍼히어로로 거듭난 다섯 친구들의 생활상과, 전편에서 샤잠이 부러뜨린 마법사의 지팡이를 찾기 위해 필라델피아에 온 그리스 여신 헤스페라(헬렌 미렌)과 칼립소(루시 리우) 자매와의 대결을 그린다. 히어로 생활에 적응하면서 저마다 청소년기의 고민에 빠진 빌리와 친구들 캐릭터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성인, 아역배우가 나눠 연기한다.

‘샤잠!’ 1편이 어린이 히어로 영화라면, 2편은 등장인물들의 성장과 함께 청소년 히어로 영화로 거듭난다. 곧 열여덟 살이 되는 빌리는 자립을 걱정해야 하고, 몸이 불편한 단짝 프레디(잭 딜런 그레이저)는 히어로의 삶에 빠져든다. 1편에선 초인을, 2편에선 여신들을 상대하는 만큼 샤잠 패밀리 각자가 지닌 능력이 골고루 발휘된다.

전편에 이어 2편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F.샌드버그 감독은 이번에도 공포 영화 전문 감독답게 으스스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곳곳에 배치해 ‘샤잠!’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2편의 빌런인 여신들의 위력을 보여주는 오프닝 장면을 시작으로 그리스 신화 속 괴물들이 대거 등장해 펼치는 몬스터 액션도 오싹한 재미를 안긴다. 주인공들이 입은 티셔츠 그림, 감독의 전작 ‘애나벨: 인형의 주인’(2017) 애나벨 인형의 재등장 등 ‘샤잠!’ 만의 이스터에그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남성 빌런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히어로물에서 여신들을 빌런으로 내세운 점도 신선하다. ‘더 퀸'(2006)에서엘리자베스 2세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 헬렌 미렌과 ‘미녀삼총사’와 ‘킬빌’ 시리즈의 액션 연기로 유명한 루시 리우가 갑옷을 입고 나란히 등장하는 모습에 짜릿함을 느낄 관객도 있을 법하다.

주요 출연진 중에서는 전편에 이어 프레디 역을 맡은 잭 딜런 그레이저와 2편에 새롭게 출연한 레이첼 지글러의 활약이 눈에 띈다. 두 캐릭터가 러브라인을 형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잭 딜런 그레이저에게선 배우의 성장을, 레이첼 지글러에게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2)와 또 다른 풋풋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샤잠!’ 1편에 만족감을 느낀 관객이라면 변화나 모험보다 착실한 성장기를 택한 2편을 거부감 없이 무난한 작품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그러나 ‘샤잠!’ 시리즈의 한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객을 포섭하는 데는 실패한다. 이 시리즈의 콘셉트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가족 영화라고 해도 전편보다 부쩍 성장한 빌리와 친구들이 나이보다 어린 수준으로 보이는 건 분명한 단점이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등 기존 판타지 모험 영화들이 떠오르는 설정이나 비주얼은 전편부터 이어져 온 반감 요소이기도 한데, 속편에서도 개선되지 못한 채 답습을 거듭한다.

DC영화가 새로운 DCU를 계획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건 환영할 만하다. 그럼에도 DC의 변화가 ‘샤잠 2’에 특별 출연한 DC 원조 캐릭터와 쿠키 영상에 영향을 끼치며 감흥을 떨어뜨리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시리즈 제작이 취소된 캐릭터의 깜짝 등장이 과연 반갑기만 할까, 앞날이 불투명한 ‘샤잠!’ 속편에 대한 떡밥 두 개가 감지덕지할까. ‘샤잠’ 시리즈의 미래는 2편의 흥행에 달린 셈이데, ‘샤잠’의 마법 주문이 관객을 움직일지 지켜볼 일이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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