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TALK] 인터뷰①에 이어
[TV리포트=박설이 기자]박현주 PD는 tvN에서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와 ‘엄마는 아이돌’을 만든 TV 예능 연출자다. 웹예능은 ‘겁도없꾸라’가 처음이다. TV와 웹예능을 둘 다 연출해 보는 경험은 PD에게 어떤 자산이 됐으며, TV예능을 하다 웹예능 만들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자극 말고, 소소하고 무해한 예능이길”
Q_웹예능이 TV 예능과 가장 다른 점은?
아직 웹예능보다는 TV 예능의 문법으로 연출을 하고 있다. 사쿠라라는 인물 자체가 웹예능에서 먹히는 자극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도 아닌 데다, 우리 콘셉트가 자극을 추구하는 방향도 아니다. 사쿠라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다만 아이템 선정은 웹예능에 맞게 하고 있다. 앉아서 제작진들이 막 던지는 얘기 중 아이템이 나오기도 한다. 모든 게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윤성빈 선수가 나올 때는 ‘눈썰매 대결을 해볼까?’라고 막 던졌다가 아이템이 나왔다. 대단한 사람과 하찮은 도전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했다. 적축식으로 편집을 하지만 내용에 한계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시간도, 호흡도 짧다. 최대한 많이 시도해 실패도 해보고, 경험이 자산이 될 거라 생각한다.
PPL도 정말 많이 들어오는데, TV 예능 할 때 못 해본 경험이다. PPL을 재미있게 녹이기에도 웹예능이 훨씬 좋다. 제작비도 TV 예능보다 훨씬 덜하다. 연출자 입장에서 스태프가 적어져 이렇게 부담이 덜어진다는 게…(웃음)
리액션의 차이도 크다. TV 예능은 관객이 있다거나 해서 리액션이 콘텐츠 안에서 완결이 되는데 웹예능에는 댓글이 있다. 콘텐츠가 공개되면 댓글로 시청자의 반응을 듣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게 다르다.
Q_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우선 반응이 정말 즉각적이다. 초반에 오류 때문에 업로드가 20분 정도 지체 됐는데 댓글이 몇백 개가 달리더라. 다행인 건 영상이 올라가자마자 “분량이 길다” “고맙다” “분량 많으니까 용서해 줄게” 같은 반응이 나왔다. 웹예능도 본방 사수를 하신다는 게 놀라웠다.
기억에 남는 건 “자극적인 웹예능판에서 소소하고 무해한 행복한 예능”이라는 반응이었다. 우리의 제작 방향이 그렇기 때문에. 그밖에 “웹예능에서 나올 수 없는 스케일인데 웹예능이네?” 같은 반응도 기분 좋았다. 바로바로 반응이 오니 재미있다.
Q_제작비 부담이 덜하다면, 촬영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진짜 소규모다. 피디, 작가 다 해서 7명. 보통 TV 예능은 스태프가 30~40명, 많게는 100명까지 되는데 우리는 카메라까지 다 모여봐야 12명 정도다. 웹예능 치고 카메라가 많은 편인데도 그렇다.
Q_주 시청층은 주로 ‘피어나’일텐데…외국인 비율이 많은지도 궁금하다.
국내 시청자가 65%로 가장 많다. 그외 동남아 15%, 일본 10%, 미주 10% 정도로 글로벌하다. 의외로 국내 시청자가 많은 건 르세라핌 팬만 보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사쿠라의 새로운 도전, 사쿠라와 함께하는 아이템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유입이 된다. 남녀 비율은 반반 정도이고, 나이대는 25~35세가 많다. 최근에는 숏츠를 통한 유입도 많아졌다.
케이팝 씬이 전세계적 산업으로 자리 잡으며 케이팝 아이돌은 팬들만 향유하는 문화가 아니라 MZ세대 모두가 좋아하는 아이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겁도 없꾸라’는 팬이 아닌 대중도 함께 즐기는 예능이라는 점에서 무척 뿌듯하다. 앞으로도 그걸 목표로 발전해 나갈 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요? 사쿠라 절친 강호동 씨”
Q_아이돌이 도전하는 포맷은 여럿 있다. ‘겁도 없꾸라’만의 차별점은?
윤성빈 선수와의 에피소드처럼 ‘대단한 사람 불러서 하찮은 것 도전하기’가 콘셉트다. 게스트 섭외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관계자들이 너무 판을 키우는 거 아니냐고 놀라실 정도다. 사쿠라와의 케미를 떠올리며 섭외할 게스트를 물색 중이다. 프로게이머 데프트도 섭외에 굉장히 공을 들였고 구독자 반응도 좋았다. 자기 분야에서 톱이신 유명인들을 모시고자 한다.
Q_욕심 나는 출연자는?
사쿠라의 절친(?)인 강호동 씨. 유명 스포츠 스타도 좋다. 차준환 선수나 이상화 씨도 모시고 싶다.
Q_아이돌과 함께하는 방송이라 제약이 있지는 않은지…
편집은 PD의 가장 큰 책임이다. 편집에서 재미가 결정되고 출연자의 이미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소속사는 물론이고 작가, PD, CP님 등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소속사의 경우 정말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팬들의 정서를 잡아주는 경우가 많아 놀라곤 한다. 내가 아이돌, 팬덤의 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놓치는 부분들이 있더라. 피드백 과정에서 최신 트렌드를 많이 배우고 있다.
Q_제목이 ‘겁도 없꾸라’라서 다른 MC는 못 나오겠다.
저희끼리 농담으로 카즈하와 함께 ‘겁도 없이 카즈하’라는 얘기를 한 적도 있는데(웃음). ‘겁도 없꾸라’는 레귤러는 아니고 시즌제로 간다. 르세라핌이 워낙 바쁘지 않나.
실은 처음 채널을 만들 때 아이돌과 함께 웹예능을 만들어가는 스튜디오를 구상하고 개설했던 것이어서, 이 채널을 통해 다른 아이돌과 함께하는 다른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채널명도 변경될 것 같다. 여러 아이돌들이 각자의 매력을 발산하는 채널로 만들어갈 계획인데 그 첫 프로젝트가 ‘겁도 없꾸라’인 셈이다.
“10년 후에도 같이 하자, 꾸라!”
Q_PD로서의 욕심을 묻고 싶다.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가? 존경하는 선배 연출자는?
사람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그 사람이 가진 최대한의 장점을 끌어내는 걸 좋아한다. 알폰소 쿠아론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감정에 이입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내가 연출한 프로그램의 감정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우리나라가 예능은 리얼리티가 잘 살아있는데 캐릭터도 잘 살린다. 사람의 매력, 장점을 잘 뽑아낸다는 의미인데 결국엔 디테일이다. 인물을 애정 어린 눈으로 보지 않으면 그런 연출을 할 수 없다. 내가 잘하고 싶은 부분이다.
‘문제적남자’를 오래 해서 그런지 스케일 큰 두뇌 예능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사쿠라와 은채가 “10년 후 뭐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연예인 하고 있을 거라고 하더라. 그때 사쿠라와 두뇌 예능을 하고 싶다. 사쿠라가 어디까지 해낼지 궁금하다. 퀴즈에 국한되지 않는, 머리 쓰는 예능을 만드는 게 꿈이다.
존경하는 연출자라…’겁도 없꾸라’를 기획한 박상혁 CP님. 좋아하는 게 참 많은 분이다.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Q_마지막으로 구독자에게, 사쿠라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사쿠라가 일본에서 톱을 찍고, 아이즈원으로 한국에서도 1등하고, 이제는 세계로 뻗어가는, 아이돌로서의 최종 도전 중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글로벌돌이 되려고, 겁 없이 예능판까지 정복하기 위한 퀘스트 중이다’라는 것이 이 콘텐츠의 세계관이었다. 그래서 자꾸 시작할 때마다 ‘강철 아이돌’이 되겠다고 외치고, 마지막엔 그녀의 능력치가 사소한 것이라도 상승한 걸 보여준다. 이를 통해 성장을 같이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꾸라(사쿠라를 부르는 애칭)는 너무 잘해주고 있다. 항상 안쓰럽고 고맙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지만 딸 같고 장하고 대견하다. 출연자에게 이런 마음이 드는 것도 처음이다. 그의 역사를 알고 있어 더욱 그렇다. 꾸라가 다른 데 가서 힘들 때는 있어도 ‘겁도 없꾸라’에 오면 재미있어 한다. 마음 편하게 임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 10년 후에도 연예인 한다고 했으니 그때도 같이 예능 하자, 꾸라!
PD가 출연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시청자에게도 와 닿는 법. 박현주 PD의 말대로 애정 어린 눈으로 사쿠라를 바라보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기에 ‘겁도 없꾸라’는 사쿠라의 무해한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구독자로 하여금 엄마 미소를 짓게 하는 ‘소소하고 행복한’ 웹예능으로 자리하고 있다. 화려한 게스트와의 하찮은 도전으로 ‘피어나’를 넘어 더 많은 ‘겁쟁이'(겁도 없꾸라 구독자명)를 양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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