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필력·배우들 열연 호평…”밤새워서 몰아봤다” 반응도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용서는 없어. 그래서 그 어떤 영광도 없을 테지만” (극 중 송혜교 대사)
10일 베일을 벗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2가 약속했던 시원하고 강렬한 복수를 완성했다.
잔혹한 학교 폭력으로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흉터가 남은 문동은(송혜교 분)은 피해자로서 빼앗겼던 영광과 명예를 되찾기 위해 용서 대신 복수를 선택한다.
인생의 전부를 걸고 오랜 시간 계획해온 복수는 치밀하고 자비가 없다.
괴롭힘의 대상을 구심점으로 뭉쳤던 가해자 무리는 쉽게 와해하며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문동은이 휘두르는 복수의 칼날에 하나둘 속수무책으로 쓰러진다.
“사이다, 마라 맛이 파트2에 집중되어있다”는 김은숙 작가의 언급대로 본격적인 복수가 시작된 파트2는 훨씬 속도감 있고 긴장감 높게 가해자들을 파국으로 몰고 갔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김은숙의 탄탄한 필력과 배우들의 열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며 “밤새워서 결말까지 몰아봤다”는 평이 쏟아진다.
송혜교는 특유의 절제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이끌었고, 배우 임지연은 서서히 목을 조여오는 문동은 앞에서 다급해진 박연진의 광기 어린 모습을 표현해내며 보는 재미를 높였다.
내공이 탄탄한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에 힘을 실었다. 염혜란은 가정 폭력 피해자 강현남이 남편을 떠나보내고 느끼는 죄책감과 해방감 등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박지아는 알코올의존증 환자 정미희 그 자체로 변신했다.
파트1과 2 사이 긴 공백 동안 쌓인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깔아두었던 복선을 성공적으로 회수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김은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윤소희(이소이)의 죽음, 손명오(김건오)의 실종, 점집의 정체, 집주인 할머니(손숙)와 인연 등을 앞서 보인 디테일한 단서와 연결 지으며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작품은 피해자들의 연대를 더 비중 있게 담아내며 따뜻한 감성을 전하기도 했다.
“도와 달라”는 외침에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홀로 고통을 인내해왔던 문동은은 든든한 조력자 강현남과 주여정(이도현)을 만나 인생에서 놓치고 살아왔던 낭만, 여유, 우정, 사랑 등을 배운다.
다만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가 예고도 없이 떠나버린 문동은을 변함없이 사랑하는 주여정의 감정선은 납득하기 어렵고, 둘의 러브라인 자체가 다소 생뚱맞은 듯한 로맨틱한 분위기로 흘러 극의 몰입감을 깬다는 반응도 나온다.
학교 폭력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더 글로리’는 외신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파트2를 보면 문동은이 사회가 보장해주지 않은 정의를 스스로 쟁취해낼 수 있을지 알게 될 것”이라며 ‘더 글로리’는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한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성인이 되도록 겪는 정신적 고통에 초점을 맞춘다”고 평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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