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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레코드]①테이 “연예인이 꿀? 엄청난 정글이죠”

아시아경제 조회수  

“연예인이 꿀이에요. 다른 일을 한달만 하잖아요? 바로 알게 됩니다.”

TV를 보다 깜짝 놀랐다. 누가 자신의 업(業)을 ‘꿀’이라고 당당히 말할까. 가수 겸 배우 테이(39·김호경)의 말은 곧장 유행어가 됐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수 이석훈의 동료 연예인이자 유명 햄버거집 사장으로 출연한 그는 거침이 없었다. 솔직하고 유쾌한 마성의 입담으로 몇분만에 시청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19년차 연예인 테이는 연매출 10억원 소상공인이기도 하다. 그는 친동생과 서울에 햄버거집을 열어 5~6년째 직접 운영 중이다. 햄버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음식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직접 패티를 만들고 소스를 맛보며 메뉴를 개발하느라 몸무게는 불어갔지만 멈추지 않았다. 유명세를 이용해서, 이름만 빌려주는 곳과는 달랐다. 진심은 통했다. 테이의 가게는 햄버거 좀 먹는다는 사람들도인정할 만큼 ‘맛집’이 됐다.

2004년 일명 ‘소라게’ 빵모자를 눌러쓰고 혜성처럼 등장해 애절한 발라드로 시대를 풍미했던 테이.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꾸준히 자신의 노래와 연기로 대중과 소통해온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장소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테이는 지난 19년간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진솔한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감 넘치면서도 겸손하게, 솔직하고도 정제된 말들로 반짝였다.

가수에서 배우로 승승장구

=전에 만났을 때에 비해 살이 엄청 빠지셨네요. 옷이 헐렁해요.

작품 때문에 많이 뺐는데 최근에 좀 먹었더니 3일 만에 5kg이 쪘어요. 옷이 커서 제가 말라보이나 봐요. 통바지는 어른들이 싫어하는 ‘아빠 핏’인데, 요즘 유행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오늘 입어봤습니다.

=지난해까지 ‘사랑의 불시착’, ‘안나 차이코프스키’ 무대에 오르셨고, 올해 뮤지컬 ‘드라큘라’, 최근에는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연극 ‘세상친구’로 연이어 관객과 만났어요. 공연에 지인을 많이 초대하는 편인가요.

첫 공연에는 지인을 초대하지 않는 게 국룰이라지만 저는 첫공 초대파예요. 노트를 빨리 받는 게 좋아요. 부족한 부분을 고쳐야 관객에게 좋은 공연을 선보이죠. 동료들한테 부끄러움이 없어요. 어차피 같이 일하는 사이니까요.

=지인들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솔직한 이야기를 딱 해주는 편인가요, 아니면 듣기 좋은 소리를 해주나요.

동료 연예인분들은 듣기 좋은 소리를 해주시는 거 같은데, ‘찐친’ 정예 모니터 요원 몇명이 있어요.(웃음) 좋은 부분은 칭찬하고, 나쁜 건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자고 정했죠. 가감없이 느낀 그대로 이야기 해줘요. 그게 서로 습관처럼 굳어졌죠.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온 조찬형도 모니터 요원이고. 매니저, 대표님들한테도 ‘나쁜 점만 얘기해달라’고 해요. 그게 도움이 되니까요.

=누구나 아쉬운 부분을 지적받으면 기분이 좋지 않잖아요. 귀 기울이기 쉽지 않을텐데, 그게 정말 되나요?

일을 하면서 점점 깨지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노래하는 방송 모니터도 못 했어요. 부끄럽고 민망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대면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훈련이 됐달까요. 단지 ‘호불호가 갈린다’ ‘내 취향이 아니다’는 말로 합리화 하지 않으려고 해요. 대부분 좋은 이야기만 골라 들으려 하잖아요. ‘불호'(不好)는 취향쯤으로 치부하는데, 그걸 뛰어넘는 게 목표예요. 테이의 목소리를 안 좋아하는 분도 어느날 슬프게 잘 부른 노래에 ‘좋다’는 반응이 나오게 하고 싶어요.

=주변 배우들 중에 안 좋은 점을 솔직하게 말해달라는 분들이 있는데, 솔직히 이야기를 해줘도 결국 ‘듣고 싶은 것만 들었구나’ 느낄 때가 있어요.

저도 그럴 때가 있었어요. 안 좋은 점을 지적하는 말에 변명하게 되고, 사실 이러저러 했다고 사정을 얘기하고 싶었죠. 근데 언젠가부터 그게 중요한가 싶더라고요. 노래도 연기도 오래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적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대중문화인으로서 소통을 잘 하는게 중요하잖아요. 팬들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대중에게 박수받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면서 받아들이게 됐어요. 평생 함께 가야 하니까요.

햄버거집 10억 매출…성공한 ‘테사장님’

=’많은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대중과 소통하겠다’는 마음은 요식업자로서도 마찬가지인가요.

장사는 혼자 하는 게 아니예요. 시장 조사를 안 하면 망하죠. 특히 연예인이라면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오늘은 피곤하니까 조금 쉬겠다고 할 수는 없거든요. 365일 모든 부분을 직접 챙겨야 해요.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았어요.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테이씨의 음식을 맛본 백종원씨가 햄버거 사업을 적극 추천하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본격적으로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골목식당’에서 제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가 맛있게 드시고 빈접시로 돌아오는 걸 보니 행복해서 미치겠더라고요.(웃음) 자신감이 붙었죠. 제발 욕만 먹지 말자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준비했는데 백 대표님이 극찬을 해주셨어요. 2017~2018년쯤 시작했으니 5~6년 됐네요. 처음에 가게를 열고 주방에서 5~6개월간 박혀 살았어요. 노래나 방송은 안 하고 가게에만 집중했죠. 지금은 홍대와 송파 2개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방송에서 ‘연예인이 꿀이다’라고 하셨는데요,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근데 본인도 연예인이시잖아요. 그 발언에 대한 입장을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네요.

뭐 사실이에요.(웃음) 요식업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에서의 진심이에요. 20년 가까이 음악을 하면서 자리를 잡았고, 하던 일이 최고라는 뜻에서 재미있게 말 한 거예요. 연예인이 다른 일보다 쉽다는 개념은 아니었어요. 연예인은 엄청난 정글에서 늘 상처받고 눈치보며 살아가는 직업이에요. 정신적 피로감이 크죠. 하던 일이 즐겁고 재미도 있고 수익면에서도 효율적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자영업자들, 소상공인의 애환을 체감하셨군요.

그렇게 말씀드리는 게 가장 정확해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수들이 직격탄을 맞았어요. 잘 나가고 못 나가고 할 거 없이 무대가 줄었어요. 관객은 모일 수가 없었고, 일터가 사라진 거죠. 그런데도 연예인 대부분이 돈을 벌지 못한다고 말도 못 했을 거예요. 힘든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없는 것도 연예인의 애환 중 하나죠. 이름난 연예인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예인이 꿀’이라는 말은 곧 세상이 나아질 거고 그때 우리가 다시 보여주려면 새로운 것보다 해오던 게 최고다, 그런 개념이었죠.

=2004년 데뷔해서 20년 가까이 활동한 연예인인데, 연예인 또 사업가로 모두 성공하셨네요. 이렇게 사업에 관해 진지하신 줄 몰랐어요. 주변 연예인들도 많이 물어볼 거 같아요. 그럴 땐 뭐라고 조언하시나요.

저는 이제 실무는 하지 않고 영업총괄을 하고 있어요. 일선에서 빠져있는 거죠. ‘하루하루 장사’라고 말하고 싶어요. 2년 만 해서 부자되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선 안 됩니다. 조금 운영하다가 잘 되면 프렌차이즈화 시켜서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오는 분이 많은데 꿈 같은 이야기예요. 아이디어만 갖고 뛰어드는 분들은 말리고 싶어요.

창업자로서 강의할 때 반드시 리스크를 먼저 생각하라고 조언합니다. 대표로 사람만 부리고 관리만 하겠다는마음이면 아예 시작하면 안 돼요. 수익이 날 수가 없습니다. 사람 관리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어요. 차라리 내가 움직이는 게 낫죠. 매일매일 손님과 직접 대면할 자신이 없다면 시작도 하지 말라고요. 본업이 있는 연예인이라면 집중하기 힘드니까요. 쉽게 뛰어들지 말라고 말씀드리죠. 제가 겪었으니 할 수 있는 말이고요.

=연예인이 요식업으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각오가 필요한가요.

대부분 연예인으로서 활동이 힘들고 미래 보장을 위해 새로운 걸 찾는 개념으로 오시는데요. 자세히 상담해보면 매일매일 직접 운영할 각오는 없어요. 그냥 매일 해야 해요. 햄버거를 평생 팔 각오가 돼 있어야죠. 집중하지 않으면 식자재 관리도 소홀할 수밖에 없어요. 물론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함께 실무를 해준다면 좋겠죠.

=신뢰할 만한 파트너라면 역시 가족인가요. 친동생 김동환 대표와는 어떻게 함께 하게 되셨나요. 믿을 수 있는 가족과 함께하는 사업은 어떤까요.

백종원 대표님이 ‘이 정도면 가게 해도 된다’고 진지하게 응원해주셔서 동생이랑 의논했어요. ‘나하면 너도 할래?’ 물었죠. 동생은 미술을 했어요. 많은 게임 업체에서 디자인으로 상도 받고, 프리랜서 개념으로 일하고 있어서 동업하게 됐어요.

동생이랑 정말 사이가 좋았거든요. 그런데도 운영 초반 1년간은 둘이 매일 다투고 울었어요. 가족과 동업은 정말 힘들어요. 형 동생 사이가 비즈니스로 분리되긴 쉽지 않더라고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요. 잔소리에 자존심 상해서 마음을 다치고 속상할 때가 많았어요. 서운하고 답답할 때도 있고요. 가급적 가족끼리 사업은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웃음) 다행히 저희 형제는그 시기를 극복하고 더 가까워졌죠.

빵모자 쓴 스무살 청년, 발라드 황태자로 우뚝

=데뷔곡이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였죠, 공식적으로 2004년 1집 앨범 ‘TheFirst Journey’로 데뷔하셨나요. 19년 정도 지났네요. 그때 기억하시나요.

매체에 나온 건 2003년이고, 2004년 1월7일에 첫 앨범이 나왔어요. 데뷔 무대도 정확히 기억하고있습니다. 2003년 12월 27일인가, 28일. 첫 앨범 나오기도 전에 음악방송 무대에 올랐죠.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MBC ‘음악캠프’ 무대가 잡혔어요. 좋은 기회였지만, 갑작스럽기도 했죠. 당시에 가스레인지에 앞머리가 탔는데 회복을 못 한채로 모자를 쓰고 올라갔어요. 스타일리스트 누나 모자였는데 급하게 쓴 거죠. 그게 빵모자였는데, 트레이드 마크가 돼서 계속 쓰고 활동했어요.(웃음)

=당시를 떠올리면 빵모자에 팔토시를 끼고 애절하게 발라드를 부르던 테이 씨 모습이 생각나요.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는 줄 몰랐는데, 재밌네요.

그 때는 레이어드 지옥이었어요.(웃음) 팔에 끼고 목에 두르고 난리가 났었죠. 당시 신인들은 무조건얼굴을 더 보이기 위해 난리였는데, 모자를 쓰니까 오히려 더 포인트가 됐는지 좋아해주셨어요.

=데뷔와 동시에 엄청난 인기를 누리셨죠. 방송 3사에서 1위를 휩쓸었고, ‘발라드의 황태자’라는 수식어도 얻으셨죠. 음반가게에서는 테이 씨 음악이 내내 재생됐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에는 신비주의 콘셉트 아니었나요.

맞아요. 급하게 오른 무대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았죠. 소속사도 개인이 경영하는 회사였기에 쏟아지는스케줄을 해내느라 바빴고요. 20대 초중반에 만난 사람들과 방송했던 기억이 거의 없어요. 정신이 없었어요. 내내 ‘이제 뭐지?’ 싶었죠. 연예계, 연예인 직업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어요.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했군요.

대인기피증이 생길 만큼 무서웠어요. 처음에는 관심이 좋았는데 점점 두렵기도 했죠. 갑자기 나타난 신인 가수니까 선배들도 많이 다가와주셨는데, 유연하지 못했어요. 경상도 시골 출신 청년이기도 했고, 방법을 몰랐달까요. 선배들은 ‘나랑 친해지기싫은가’ 싶으셨을 수도 있고요. 그때 더 못 친해진 게 지금 많이 아쉽죠.

=어떻게 보면 그런 성향이 테이 씨를 지킨 걸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당시에도 유혹이 많았는데 저는 피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덕분에 지금까지도 술, 담배를 안 해요. 20살에 데뷔해서 화려한 사람들과 화려한 업계에서 함께 일해야 했는데요. 마음 준비가 됐다면 놀고 싶었을 테지만 실제 제 모습과 너무나 다른, 화려한 세상에서 저는 자신이 없었어요.

=자신이 없었다는 건, 내가 바라본 나의 모습과 가수 테이 사이에 어떤 괴리 같은 걸 느껴서인가요.

제 스스로 연예인이라고 생각하지 못 했어요. 3년 간 인간 김호경과 가수 테이가 잘 안 섞였어요. 어떤 배역을 맡듯이 테이로 있을 때 저를 계속 만들어냈죠. 처음 해보는 행동도 많이 했어요. 호경이로 돌아오면 더 호경이스럽게, 친구들한테 사투리도 세게 하고 욕도 더 했고요. 그렇게 안 하면 내가 아닌 거 같으니까. 어릴 때 잠시 혼란스러웠어요.

=혼란스러운 마음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저는 솔직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테이로서 늘 조용하고 뭔가 있어보여야 했죠. 피하고 숨기고. 왜냐하면 갑자기 큰 사랑을 받았기에 관심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X맨’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나가면 구석에서 말을 안 했어요. ‘제발 아무 말도 시키지 말아주길’ 내심 빌었죠.(웃음) 동료들 입장에서는 하기 싫어한다고 오해했을 수도 있겠고. 다시 돌아가면 신나게 놀 수 있을텐데, 일이니까 더 열심히 할 텐데 싶죠. 그런데 당시에는 일이라는 생각을 못 했어요. 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잡히지 않았죠.

②테이 “노래·연기·사랑 모두 쉬지 않을래요”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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