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스 사무소’ 기타가와, 생전 ‘기숙사’에 지망생 모아놓고 성범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일본 연예계 거물로 군림하던 자니 기타가와(喜多川)가 생전에 등뒤로는 ‘기숙사’를 차려놓고 아이돌 지망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BBC 다큐 폭로로 재점화했다.
영국 공영 방송인 BBC는 7일자로 내보낸 ‘일본 J팝의 포식자’ 다큐에서 기타가와에게 성학대를 당했다는 피해자 폭로를 터트렸다.
기타가와는 1962년 일본 최대 연예 기획사 중 하나인 ‘쟈니스 사무소’를 세우고 남자 아이돌 육성을 주도한 인물로, 87세이던 2019년 뇌졸중으로 숨졌다.
특히 남성 4인조 ‘쟈니스’를 시작으로 57년간 ‘스마프'(SMAP), ‘아라시’ 등 한국에도 알려진 아이돌 그룹을 무대에 올렸다.
하지만 생전에 그는 아이돌 지망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1999년 이를 폭로한 주간지와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에 보도된 BBC 다큐에서는 ‘하야시’라는 가명을 쓰는 남성이 10대 시절 기타가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안경과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나타난 그는 15살 때 쟈니스 사무소에 이력서를 내고 오디션을 보면서 기타가와를 처음 만났으며, 이후 ‘기숙사’라는 곳으로 불려갔다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고통을 겪게 됐다고 털어놨다.
당시 기숙사는 기타가와의 자택 중 하나로, 수많은 소년이 함께 머물렀다고 한다.
하야시는 “기타가와가 내게 목욕을 하라고 했다. 그는 내가 인형인 것처럼 내 온몸을 닦아줬다”면서 그러고는 기타가와가 자신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성범죄는 다른 상황에서도 일어났으며, 다른 소년들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참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쉬쉬했다고 하야시는 회고했다.
기숙사에 있는 성인은 기타가와가 유일했기 때문에 소년들은 어디에도 피해를 털어놓을 수 없었다고 하야시는 덧붙였다.
그는 이런 상황이 사실상 묵인됐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성공을 거둔 소년들은 쟈니스 사무소에 들어간 순간 인생이 달라진 것”이라며 “그들은 고마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제 성인이 된 하야시는 “나는 일본에서만 살았고, 일본이 훌륭한 나라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아마도 내가 틀린 것 같다”고도 말했다.
BBC는 특히 일본 대중에게는 기타가와를 겨냥한 성범죄 폭로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본 언론과 기타가와의 아이돌 산업이 ‘상호 의존하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BBC는 추정했다.
자니스 사무소의 아이돌이 시청자, 독자, 청취자를 끌어들여 언론의 광고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다.
또 언론이 쟈니스의 신인 아이돌을 홍보해주면, 정상급 아이돌에 접근하는 특혜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일본 언론이 기타가와의 성범죄를 고발하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지만 대중의 침묵 속에 기타가와는 사망할 때까지 형사 기소를 모면했다.
BBC는 “일본은 공손함을 자랑으로 여기는 나라다. 무례함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성학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 타인에게 부담을 주는 것처럼 비치는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짚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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