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자신의 집 테라스에서 키스하는 모습이 미디어에 공개되는 피해를 본 튀르키예 여배우가 소송전에 돌입한 지 13년 만에 유럽 법정에서 첫 승리를 거뒀다.
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이날 튀르키예가 배우 비르센 베라크 튀쥐나타치(38)의 법적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유럽인권조약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튀쥐나타치는 2010년 튀르키예의 유명 남성 배우와 자택 테라스에서 키스하는 모습을 자신이 모르는 상태로 촬영한 것은 사생활 침해라며 튀르키예 TV 채널 모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튀르키예 지방 법원은 2013년 사생활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영상이 거리에서 촬영됐고 튀쥐나타치의 자택에 침입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관련된 사람들에게 용납 불가한 수준의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요소가 없고, 당사자가 사생활 보호를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나 충분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도 제시됐다.
이같은 판결은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튀쥐나타치는 헌법재판소까지 사건을 들고 갔지만,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튀쥐나타치와 함께 있었던 남성은 법원에서는 ‘S.G’로만 명시됐으나 튀르키예 매체들은 이 남성이 튀르키예 유명 배우인 샤한 괴크바카르(42)라고 보도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이들이 널리 알려진 배우더라도 “한 사람의 애정사는 원칙적으로 철저히 사적인 성격의 일”이라며 “문제의 영상은 특정 시청자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게 유일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소는 이 보도가 책임 있는 언론의 기준을 맞추지 못한 만큼 튀르키예 법원이 “다양한 이해관계를 검토할 때 더 큰 엄격함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짚었다.
재판소는 튀르키예가 개인의 사생활 존중에 관한 유럽인권조약 제8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19년 튀르키예 반체제 인사인 오스만 카발라의 석방을 터키 정부에 요구하는 등 튀르키예의 결정을 뒤집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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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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