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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딸은 ‘일타 스캔들’을 어떻게 봤을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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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박설이 기자]​’일타 스캔들’이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 두 회차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았지만 배우들의 호연만큼은 시청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기 충분했다.

‘일타 스캔들’을 이끈 전도연은 마지막 회를 동료 배우들과 함께 본 다음날이었던 6일 서울 합정동에서 인터뷰를 갖고 종영 소회를 전했다. 말 많고 탈 많던 결말에 대해 전도연은 “만족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작가님은 좀 아쉬웠을 수 있어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 이야기로 만들기가 쉽지는 않은 작업 같아요. 해피엔딩이어서 너무 좋았어요. 행복하고 즐겁게, 가족처럼 보이던 사람들이 가족이 되는 결말로 끝난 거잖아요?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워요.”

전도연은 2021년 5년 만에 ‘인간실격’으로 드라마에 컴백했다. 허진호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야심차게 시작한 드라마지만 4%대로 시작해 줄곧 1~2%대라는 아쉬운 시청률을 남겼다. 전도연은 흥행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을 터. ‘일타 스캔들’ 마지막 회 19%대 시청률을 찍었고, 전도연은 갈증을 해소했다.

“(시청률이) 과하게 좋았어요. 저희 팀도 10%만 넘었으면 좋겠다고 했지, 이렇게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을 줄 몰랐어요. 작가님도 당황하시더라고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될 수 있지?’ 하시더라고요. 

제가 하는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은 있죠. 그것이 갈증이라면 갈증이고요. 욕심이 생기고 오기도 생기더라고요. 대본을 읽고 선택하는 건 저인데 어느 순간 ‘내 생각이 대중적이지 못한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어요.”

‘칸의 여왕’이 된 뒤, 전도연의 필모는 어둡거나 강렬했다. 달달한 로맨스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던 가운데 이 시점, ‘일타 스캔들’을 선택했다. ‘프라하의 연인’ 이후 18년 만의 로코다.

“밝은 작품이 들어온 게 오랜만이었어요. ‘굿와이프’를 같이 한 CP님이 대본을 주시면서 ‘욕할 수 있지만 용기내서 드린다’면서 대본을 주셨어요. 그 제의가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대본을 읽고 행선의 텐션을 내가 할 수 있을까 했죠. 사실 처음에는 못할 것 같다며 거절했어요. 내가 대입이 되지 않는 대본이었거든요.

이후 작가님이 보고 싶다고 하셔서 거절을 해도 실례가 안 된다면 뵙자고 했어요. 제가 놓치고 있는 게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고요. 캐릭터 텐션도 높고 판타지이기도 한 얘기이지만 현실을 기반으로 한 얘기였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전도연이 그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요. 그 얘기에 하기로 했죠.”

전도연이 걱정했던 부분은 행선이라는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질까 하는 점이었다. 혹여 그 오지랖이 여기저기 민폐로 보일까 봐 우려했지만, 전도연은 사랑스러운 오지라퍼로 행선 캐릭터를 완성했다.

“행선이가 민폐 캐릭터일까봐 걱정했지만 자기가 살고 싶고 되고 싶은 인생을 포기하면서 가족을 선택한 행선을 응원하고 싶었어요. 그 선택에 책임을 지고 긍정적으로, 그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응원하고 싶었어요. 사람들도 처음에는 ‘쟤는 왜 저런 오지랖이야?’라고 색안경 끼고 볼 수 있지만, 열심히 사는 행선을 보면 저와 같은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했어요.”

사랑스러운 행선을 만들어내는 과정의 시작은 부담, 그리고 고민이었다. 행선이라는 캐릭터의 텐션이 버거웠기에 어떻게 하면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될지, 전도연은 고민했고, 자기 안에서 행선을 찾아냈다.

“작가님은 당신의 글에서 행선의 텐션은높지만, 내가 연기했을 때 그만큼을 하기 원하지는 않으셨어요. ‘전도욘 씨 모습대로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사실은 작가님이 대본 리딩 때 ‘행선이가 좀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것 같다’고 하셔서 ‘저 자체가 그런데요?’라고 말했어요.(웃음) 작가님 말씀이 가시처럼 박혀 있었거든요. 창작자잖아요? 작가가 생각한 캐릭터가 어쩔지, 내가 해낸 캐릭터를 (작가가) 어쩧게 보실지, 마음에 남아있었고, 걱정도 됐었어요.

하면서도 감독님에게 ‘잘하고 있나요? 괜찮나요’라고 확인을 했고요. 작가님 만났다고 하시면 ‘작가님이 뭐라세요? 보셨어요?’라고 확인했어요. 계속 신경이 쓰였어요. 어느 정도 제가 행선이 됐다고 생각했을 때 장문의 문자를 보냈어요. 솔직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연기를) 하고 있는데 작가님 생각과 다를 수 있지만 지금 행선을 연기하며 행복하고 좋다’고요. 작가님이 ‘너무 감사하다. 너무 잘하고 계신다’고 답문을 주셨어요. 털어낼 수 있었죠. 한배를 탄 사람에게 동의를 얻고 싶었던 마음이었어요.”

전도연의 말대로, 남행선이라는 캐릭터는 전도연이기에 완성된 사랑스러움이었다. 전도연 본인도 남행선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지금의 남행선은 저와 비슷한 게 엄청 많아요. 제가 느끼고 공감하는대로 행선을 표현했기 때문에. 단지 ‘왜 이렇게까지, 왜 이럴까?’하는 과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요. 어느 순간 행선 캐릭터를 이해하니 사랑스럽더라고요. 왜 쓸데없이 정의감에 불타서는…그게 행선의 사랑스러움으로 다가왔어요.”

팬들은 전도연의 의외의 도전이 반갑다. 십수 년 만에 로코를, 그리고 첫 여성 원톱 액션물을 선택한 과감한 행보가 놀랍고, 또 그 미친 소화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길복순’도 그렇고 ‘일타 스캔들’도 그렇고, 이 작품들을 결정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했어요. 사실 너무너무 하고 싶던 장르들이거든요. 저는 제가 앞으로 무엇을 선택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제가 (저 자신에게서) 발견하지 못한 모습이 많다고 생각해요. ‘길복순’과 ‘일타 스캔들’은 그걸 보여주는 과정 중 하나이고요.

‘길복순은 여자 킬러에, 예산도 적지 않은 작품이라 부담이 있었어요.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멋지게, 훌륭하게 해내고 싶어서 몸과 마음을 다해 해내려고 노력했어요. 

‘일타 스캔들’은 처음에는 내가 대입이 안 되는 작품이었지만 작가님이 ‘너에게 맞는 옷을 입어’라며 길을 열어주셨죠.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해냈다기보다는 즐기고 있었더라고요. 작품할 때는 그런 (즐긴다는) 생각을 갖기 쉽지 않거든요. 지나고 나서 ‘좋았잖아’라고 할 수는 있지만요. 그런데 이번엔 하면서 즐거웠어요. 제가 행선이 되니, 가족들과 헤어지기 싫어지더라고요.”

‘길복순’을 찍고 ‘일타 스캔들’ 촬영에 임했다는 전도연. 극과 극의 장르를 그처럼 완벽하게, ‘전도연이 아니었다면’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게 30년 경력 배우의 관록이다. 그런 전도연의 작품 선택 기준은 철저히 대본이다. 자신이 끌려야 한다는 것.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쭉 ‘끌리는’ 작품을 택할 예정이지만, 그 기준에서 처음으로 벗어나 선택한 게, 대본도 안 나온 상태의 ‘길복순’이었다.

“변칙적으로, 처음으로 ‘저 할게요’라고 했어요. 한번도 그랬던 적이 없어서 무서웠어요. ‘대본이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지?’, 시간과 공을 들이는 건데 ‘저 이거 마음에 안 들어서 못 하겠어요’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30년을 연기했지만 전도연은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면 떨린다고 한다. 정경호는 앞선 인터뷰에서 그 정도 경력의 배우가 아직도 현장에 일찍 나오고, 대본을 모두 숙지하고 오며,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고 배운 바가 많다고 했다.

“촬영을 한다는 건 공동 작업이잖아요. 나만 신경 쓰면 되는 게 아니죠. 더 많은 걸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에너지를 받고 싶어요. 그러고 싶어서 현장 가기 전에 대사 같은 걸 철저하게 준비해 가는 것도 있고요.

이제는 혼자만 잘해서 잘되는 게 아닌 걸 알아요. 참여한 모두가 만족스럽고, 모두가 같은 마음이면 좋겠어요. 꼭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감독님과 이견이 있으면 충분히 이야기하고, 서로 동의를 하는 식의 작업을 하는 건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편하지는 않아요. 뭔가 불편한데 그 안에서 편해지려 애를 쓰죠. 그 긴장감이 싫지 않아요. 불안정 속에서 무언가를 계속 찾아나가면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게 나오는 것 같아요. 준비한 연기를 한다고 끝이 아닌, 불안정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 나가는 거죠. 생각지 못한 새로운 것들이, 작은 디테일들이 나오기도 하고요.”

정경호는 전도연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영광’이었다며, 파트너에 대한 큰 만족감을 표했다. 전도연에게 파트너 정경호는 어떤 동료였을까?

“친절하고 자상하고 상냥하고. 처음에는 그런 게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런 면에 어느 순간 의지가 되더라고요. 든든하기도 하고. 한번은 치열 차 안에서 롱테이크를 찍었어요. 치열의 차에서 내려서 우는 씬이었는데 부담스러웠거든요. 감정이 안 나오면 어쩌나. 순간 제가 경호 씨 손을 잡으면서 ‘제가 진짜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했어요. 불안해서. 경호 씨가 ‘선배님 잘하실 거예요’라고 해줬어요. 이 사람을 의지하고 있구나, 신뢰와 믿음이 있었죠.

대사량이 좀 버거울 때도 있었는데 선배니까 실수 안 하고 싶잖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실수를 해도 편안한 현장이었어요.”

전도연은 변신을 할 뿐, 변화에 맞춰 가려는 배우는 아니다. 작품에서 변신해야 하지만 일하는 태도에 대한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가 두렵다고 말한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연기를 너무 사랑한 것도, 꿈이 배우였던 것도 아니었어요. 이 일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일을 대하는 태도는 훨씬 더 조심드럽고 어려워져요. 이제 편해질 법도 하지 않냐고 하는데 경력과는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일타 스캔들’을 30년 동안 찍은 건 아니잖아요? 글 새로움에 노출돼요. 어떻게 익숙해질 수 있겠어요? 연기를 할 때 ‘느끼는 것에 집중하고 솔직하자, 그만큼만 해도 돼’라고 생각해요. 그 다음부터는 불안정함이 있고, 제 안에서 뭔가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죠. 어떻게 익숙해질 수 있겠어요?”

종영한 ‘일타 스캔들’, 공개 예정인 ‘길복순’에서 전도연은 모성애를 연기했지만 색은 다르다. ‘일타 스캔들’에서는 엄마일 수밖에 없었던 이모로서의 사랑을, ‘길복순’에서는 딸을 행복하게 해주려 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은 워킹맘(?)의 사랑을 보여줬다. 전도연은 현실에서도 중학생 딸을 둔 엄마다. 딸은 드라마를 봤을까? 또 실제 전도연은 집에서 어떤 엄마일까? 딸을 위해 학원 앞에서 기꺼이 줄을 설 엄마일까?

“재미있게 봤더라고요. 저 나온 분량 빼고.(웃음) 오글거리고 닭살 돋고 그래서 못 보겠다더라고요. 딸은 제가 로코 하는 걸 처음 본 거죠. 학원물 부분은 공감을 하더라고요. 그 안에서의 삼각관계, 멜로는 재미있게 본 것 같아요.

저는 (딸과) 친구 같이 지내요. (드라마 같은) 학구열은…공부에 대해 잘 몰라서 관여할 수가 없어요. ‘어디 학원 다니고 싶어’라고 하면 다니게 해줄 수는 있지만, 줄 서 달라고 하면 ‘줄 서서 앞에 앉아서 1등 하면 해주겠다’고 할 거 같아요. (자리는) 성적과 무관하다고 생각해요. 1등 한다고 하면 줄 서겠지만. 그 자리에서 얼마나 집중하는지가 중요하지, 앞줄 뒷줄이 중요한가요?

드라마 하면서 ‘진짜 이래요?’라고 물어봤어요. 이야기의 시작이 작가님이 아들을 대학에 보내려고 입시 전쟁에 뛰어들며 본 것을 모티브로 한 것이거든요. 진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건 자식이잖아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 스스로 어떻게 살지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꼭 ‘너는 어느 대학 가’가 아니라, 선택이죠.

제 딸도 공부 잘해요.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떨어지지 않고 조금씩 오르고 있어요. 아이 의지죠. 늘 하는 말은 ‘네가 생각하는 최선이면 된다’예요. 엄마인 내게, 그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게 아니라 자신이 보기에 최선이면, 등수는 중요하지 않아요. 아직은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다고 해요. 진로는 본인이 정하겠죠?”

딸 해이를 연기한 노윤서에 대해서는 초반 걱정을 했었다고 말한 전도연. 연기 경력이 짧기에 의아했지만 궁금했다고 한다. 영주와 재우를 맡은 이봉련, 오의식과는 연기 자체가 힐링이었다고. 학부모를 연기한 김선영, 장영남과는 다른 작품에서의 재회를 바랐다.

“엄청 당찬 친구예요. 어떤 순간에 있어도 기죽지 않고 할 몱을 너무 잘해내는 친구예요. 자신감도 있고 당당하고, 미소가 예쁜 친구예요.

재우(오의식 분)는 진짜 친동생처럼 너무 사랑했어요. 힐링 되는 캐릭터였고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저도 신기했던 게, 뒤통수를 때리거나 하는 건 대본에 없었는데 ‘왜 자꾸 이렇게 되지?’ 싶더라고요. 찐남매 같아서 감독님이 좋다고 하셨죠. 영주(이봉련 분)는 ‘이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엄청 든든한 조력자죠. (행선이가) 좀 부러웠어요. 어제 봉련 씨를 만났는데 ‘나도 영주 같은 친구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누구나 꿈꾸는 친구의 모습 같아요.

저희는 사실 이 드라마 안에 빠져 있다보니 영주와 재우의 러브라인이 너무 좋았거든요. 모두 그 커플을 응원했고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해서 모두가 우리처럼 생각할 거라 생각했는데 반응이 뜻밖이어서 놀랐어요. 어제 (마지막 회 보는 자리에서) 그런 얘기도 나눴어요. 가족처럼 지냈는데 족보에 문제 생기는 거 아니냐고.(웃음)

김선영, 장영남 씨와는 작품에서 만난 적이 없더라고요. 장르적 작품을 많이 했는데, 각자 다른 류의 작품을 할 것 같은 배우가 한 화면에 있는 게 신기했어요. 엄마들 싸우는 씬에서 김선영 씨가 대사 하는 거 넋 놓고 보다 제 대사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어요.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장영남 씨는 좀 어려운가 했는데 털털하고 편한 사람이더라고요. 감독님께 여자들끼리 나오는 재미있고 유쾌한 드라마를 해주시면 안 되겠냐는 얘기도 했었어요. 짧게만 연기하기 아쉽기도 하고요.”

중년의 나이에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주인공이 되는 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전도연은 성공했다.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러블리한 로코가 가능했던 건,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전도연의 확고한 생각 덕이었을지도 모른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내가 로코를 이제 못하지 않나?’라고요. 오히려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알았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과연 다 나이에 맞는 삶들을 살고 있나요? 살아가면서 나이를 의식하며 살 필요는 없잖아요?

로코는 내게 열려있는, 10년 뒤에도 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로코가 젊은 친구들의 전유물 같지만, 사실 로코에는 많은 모습이 있을 수 있어요. 틀이 있었던 것도 몰랐지만 틀을 깼네요. 앞으로도 ‘내가 이렇기 때문에’라는 의식을 하지는 않으려 해요. 그런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도 그런 생각을 떨치려고 할 거 같아요. ​’내 마음의 풍금’ 때 27살에 17살 연기를 하면서 ‘이거 하면 미쳤다고 하려나’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웃음)

저 스스로가 체력적으로 힘들 수는 있겠죠. ‘나도 나이가 드나’ 생각을 하게 되기는 하겠지만 배우로서 나이를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연기할 때 나이를 잊지만, 나이와 상관 없이 마지막 회 군중 속 키스신은 전도연에게 쑥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키스신은 처음이라서.

“많은 사람이 있는 데서 키스신을 처음 해봤어요. 거기서 제 반응 같은 건 진짜 제 반응이에요. 민망하고, 창피하기도 하고요. 감독님 눈에는 제가 뭘 해도 행선처럼 보이실 거 아니에요? 밝고 즐거워 보여서 좋아해 주셨어요.”

​전도연은 올해 대중에게 보여줬고, 또 보여줄 두 작품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나서는 과감한 도전이 배우 전도연이 생각하기에는 ‘성공적’이었다. ‘일타 스캔들’은 시청률로 그 성공이 증명됐고, 이제 ‘길복순’이 남았다. 해가 갈 수록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도 커지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커지고 있다는 전도연이 보여줄 또 다른 엄마, ‘길복순’에 기대가 쏠린다.

“만약 꿈이 배우였고, 배우가 너무 하고 싶었던 거라면 지금하고는 또 다른 모습일 것 같아요. 배우가 아니었을 수도 있고. 배우라는 직업이 내게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많은 것들을, 앞뒤 재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전도연은 ‘일타 스캔들’ 같은 밝은 작품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바랐다. 이유는 ‘자신을 위해서’. 전도연은 로코 ‘일타 스캔들’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시청자를 치유했기에 팬들은 한번 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한번 더 전도연의 밝은 모습을 보고 싶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매니지먼트 숲,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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