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대 사로잡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새 스토리·입체감 넘치는 연출로 호평
8일 개봉 신카이 마코토 신작은 예매율 1위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올해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두 달 가까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킨 끝에 5일 국내 일본 애니메이션 개봉작 가운데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2017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이 누적 관객수 380만명을 동원하며 정상에 오른지 6년 만에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됐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관객 저변을 넓히며 장기 흥행에 성공한 배경으로는 복고 열풍과 원작의 현대적인 해석, 3D 기법으로 높인 몰입감, 젊은 여성 팬을 중심으로 한 ‘N차 관람’ 열풍 등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사회적으로 ‘노재팬'(일본 상품 불매운동) 분위기가 확연히 사그라든 가운데 ‘더 퍼스 슬램덩크’의 인기와 함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도 개봉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일본 작품의 흥행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색다른 원작의 진화…3D 기술로 배가된 ‘재미’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초반 인기 요인으로는 ‘복고 열풍’이 꼽힌다.
1990년대 원작 만화 ‘슬램덩크’에 열광했던 이들은 그 시대 청소년이었던 30·40세대다. 이들은 지난해 ‘탑건: 매버릭’에 이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까지 과거 인기작의 귀환을 열광적으로 반기며 극장으로 속속 발걸음을 옮겼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단순한 ‘추억팔이’ 이상의 파장을 가져올 수 있던 데에는 원작의 구현을 넘어 한층 세련되고 완성도 높아진 콘텐츠 자체에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아 원작 설정에 충실하면서도 적절한 변화로 새로움을 줬다.
‘빨간 머리’ 강백호가 아닌 ‘넘버원 가드’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원작에서 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그려냈으며, 3D 기법을 연출에 적극 반영했다.
3D 연출은 코트 위에서 튀어 오르는 농구공, 쉴 새 없이 달리는 선수들의 발끝과 손끝, 공이 골대 그물망을 가르는 순간 등을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이런 영상미는 관객이 영화를 즐길 장소로 안방이 아닌 극장을 택한 이유가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작품이기에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라면서 “현대적인 해석을 더해 이전에 ‘슬램덩크’를 보지 않았던 젊은 세대도 같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고 짚었다.
◇ 코트 위 꽃미남들 여심 사로잡아…’N차 관람’ 열풍까지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관객층은 개봉 초반 30·40세대 남성 중심에서 전 세대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중에서도 젊은 여성 관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팬덤은 장기 흥행을 낳은 요인으로 분석된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 실장은 “관객 분석 결과 개봉 초기에는 1인 관객, 30∼40대 남성 비중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2인 관객, 20대 여성층으로까지 확대되며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매 관객의 성별 비율도 역전됐다. CGV 관객 분석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관객 성비는 여성이 55.2%, 남성이 44.8%로 여성이 남성을 앞서고 있다.
배급사 NEW의 류상헌 유통전략팀장은 “20∼30대 여성 관객은 N차 관람을 주도하며 성우 무대인사, 응원 상영회 등 각종 프로모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송태섭, 서태웅, 정대만 등 소위 ‘꽃미남’ 같은 외모와 출중한 운동 실력을 갖춘 캐릭터들이 있었다.
젊은 여성 관객은 각종 SNS를 통해 이들 캐릭터의 팬아트,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등 2차 창작물을 활발히 만들어내며 작품의 화제성까지 견인하고 있다.
◇ 일본 작품 수요 ‘여전’…’스즈메의 문단속’도 기대감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은 일본 작품에 대한 국내 관객의 수요가 줄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국내 영화시장이 한국 상업영화와 할리우드 영화로 양분된 상황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일본 로맨스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오세이사’)에 이어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여기에 오는 8일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을 앞두면서 일본 작품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카이 감독은 지난 6년간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지켜왔던 ‘너의 이름은.’을 연출한 바 있으며, 이번 신작도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진출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듯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봉 닷새를 앞둔 3일 일찌감치 영화관입장관 통합전산망 기준 예매율 16.6%로 1위에 올라섰다.
또한 이달 2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상현집결, 그리고 도공마을로’는 현재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애니메이션과 로맨스의 경우 취약한 지점이 있다. 반면 일본은 그 두 장르에 있어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애니메이션과 로맨스 장르 모두 10∼20대가 열광하는 코드를 가진 만큼 일본 작품들이 당분간 한국 콘텐츠의 공백을 채워주면서 계속 사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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