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난다. 특히 연예계에선 빈번히 발생한다.
지난 14일 한 매체가 40대 영화배우 A씨가 음주 운전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A씨는 영화 ‘경관의 피’, ‘블랙머니’ 등에 출연했다. 이후 각 매체에선 비슷한 내용이 담긴 기사를 앞다퉈 보도했다.
이어 기사에 포함된 영화 제목으로 A씨를 유추하는 후속 보도가 잇따랐다. 언론이 지목한 첫 번째 배우는 조진웅이었다. 조진웅은 ‘경관의 피’, ‘블랙머니’에 모두 주인공으로 출연했으며, 1976년 생으로 올해 46세다. 조진웅의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즉각 해명에 나섰다. 두 번째 화살은 배우 문정웅과 엄지만에게 날아들었다. 두 배우 측도 “해당 작품에 출연한 것은 맞지만, 음주 운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결론적으로 해당 보도는 동명이인으로 인한 오보였다. 또 이날 음주 운전으로 입건된 사람은 40대 배우가 아닌 20대 일반인이었다.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매체는 기사를 삭제한 상태다.
오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세 명의 배우가 나란히 피해를 입었다. 기사가 정정, 또는 삭제되기 전까지 음주운전 배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명을 거듭해야 했다.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사안이 무겁다는 의미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랜 기간 익명보도라는 이름 아래 무고한 피해자가 속출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40대 남자 배우 B씨가 취한 채 거리를 활보한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은 “약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걸어 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 이후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선 B씨를 유추하는 내용의 글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이무생과 박해진이 거론됐다. 하지만 B씨는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던 배우 이상보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미지 실추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익명보도의 주인공으로 지목되는 자체만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대중에게는 의혹을 믿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며 “이 같은 심리를 자극하는 기사를 보도를 지양해야 하는 이유”라고 위험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익명이라고 해도 인물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되면 익명이라고 할 수 없다”며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큰 문제이기 때문에 보도 전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