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행하는 전직 검사 박준경 역…”괴물이 되지는 않았죠”
“짜릿하고 자극적이지 않아도 인물마다 목표 이룬 결말에 만족”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웃음기 하나 없는 무미건조한 표정에 단호하고 냉정한 말투. 배우 문채원(38)이 SBS 금토드라마 ‘법쩐’에서 기존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그가 연기한 박준경은 한때 누구보다도 바르고 정의로운 검사였지만, 엄마의 죽음 이후 검찰 조직에 환멸을 느끼고, 차가운 복수를 결심한 인물이다.
‘괴물이 되기 위해서는 괴물이 돼야 한다’며 때로는 잔혹할 만큼 냉철하게 굴고, 어떤 고난이나 위험도 홀로 묵묵히 감내하려고 한다. 날 선 감정을 내면에 묻어둔 채 복수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묵묵히 달려간다.
드라마 종영을 앞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문채원은 박준경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박준경처럼 차갑지는 않지만, 차분함 속에서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문채원은 그간 주로 출연해온 로맨틱 코미디 작품 속 여자 주인공 캐릭터와는 다른 매력을 지닌 박준경의 모습에 끌려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저한테 들어오는 대본은 주로 로맨틱 코미디거나 이뤄질 수 없는 남자와의 사랑에 힘들어하는 이야기인데, ‘법쩐’은 이런 대본과는 달랐다”며 “비슷비슷한 감정이 아닌 다른 마음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준경은 닮고 싶지만 그렇게 되기 어려운 사람”이라며 “현실에서는 그렇게 되기 어려우니까 작품에서 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극 중 박준경은 건조하다 못해 메말라 보이기까지 한다. 의상도 주로 어두운 계열의 바지 정장 차림이고 액세서리도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 총 12부작 중 박준경이 웃는 모습은 손에 꼽힐 정도다. 이 때문에 팬들이 서운해하기도 했다고 했다.
문채원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내면연기가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차분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며 “오히려 내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들떠있는 연기를 하는 걸 더 어려워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에 박준경과 엄마의 과거 서사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라며 “왜 박준경이 저렇게까지 엄마의 복수를 하려고 하는지 충분히 설명돼야 할 것 같아서 엄마에 대한 감정을 계속 끌고 가며 연기했다. 그러다 보니 약간 무거워진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보다 정의로운 검사가 되고 싶었던 박준경은 선배 검사 황기석(박훈)과의 거래로 증거 조작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한다. 이후 모든 것을 잃게 되고, 황기석을 향한 복수로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 방법이 비록 정의롭지 않더라도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문채원은 정의를 위해 정의롭지 않은 방법을 택한 박준경의 선택에 대해 “분명 마음 한구석에는 불편함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래서 극 중간에 다시 검사가 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거절을 한다. 그만큼 스스로에게도 엄격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말미 박준경의 복수는 정의로운 청년 검찰 장택준의 손을 통해 성공적으로 끝난다. 법을 제멋대로 좌지우지했던 황기석과 돈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려 했던 명회장은 죗값을 치른다.
“복수라는 것도 자기 마음이 편해야 하잖아요. 우리 엄마를 죽인 사람의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건 정말 괴물이죠. 결국 준경이는 괴물을 상대하겠다고 괴물이 되지는 않아요. 좀 더 짜릿한 결말을 원한 시청자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인물들이 나름대로 자신들이 세웠던 목표를 끝맺은 결말에 만족해요.”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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