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창업자 이수만과 그룹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 방시혁이 지분 인수로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대 ‘빅딜’을 성사시킨 가운데, 방시혁의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브는 10일 공시를 통해 이수만이 보유한 SM 지분 14.8%(352만 3420주)를 4228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주당 12만 원으로, 취득 예정 일자는 오는 3월 6일이다. SM 최대 주주였던 이수만은 자신이 가진 지분 18.46%에서 14.8%를 하이브에 넘기면서 하이브가 단숨에 SM 단독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이수만은 자신이 설립한 SM과 경영권을 두고 법정 다툼에 들어갔다.
SM은 최근 이수만 단독 프로듀싱 체제에서 멀티 프로듀싱 및 레이블 체제로 변화를 골자로 하는 ‘SM 3.0’ 비전을 천명했다. 또한 카카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발행, 2171억 원을 투자받으면서 9.05%의 지분을 넘겨 카카오를 SM의 2대 주주로 올렸다.
이수만은 즉각 SM의 결정에 반발했다. 그는 SM 이사회의 결정이 위법하다며 해당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지난 8일 법원에 내 양측의 갈등이 격화됐다.
이 가운데 나선 것은 하이브. 하이브가 이수만이 가진 SM 지분 14.8%를 넘겨받고 SM 최대 주주가 될 조짐을 보이자, 일부에서는 방시혁이 하이브의 ‘백기사’를 자처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성수, 탁영준 SM 공동대표이사 등 SM 현 경영진이 2대 주주가 될 카카오를 등에 업고 이수만 퇴진을 압박하고 있고, 이에 위기를 느낀 이수만이 ‘백기사’ 방시혁의 손을 잡고 의기투합했다는 내용도 퍼졌다.
그러나 하이브와 이수만의 지분 인수 막전막후를 잘 알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에 “방시혁이 이수만의 백기사라는 것은 잘못된 추측”이라며 “오히려 방시혁은 SM의 손을 잡고 그들의 전문경영체제를 지지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그간 업계에서는 하이브와 방시혁은 오래 전부터 SM 인수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수만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런데 SM 경영권 분쟁으로 양측의 필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타이밍상’ 방시혁의 지분 인수가 ‘백기사’로 보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방시혁은 빅히트 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쏘스뮤직, 어도어, KOZ엔터테인먼트, CJ ENM과 합작한 빌리프랩 등 오래 전부터 멀티 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사세를 무서운 속도로 확장해왔다. 누구보다 SM이 ‘3.0’ 비전으로 추구할 멀티 레이블 및 제작센터 체제에 최적화된 인물이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하이브의 SM 지분 인수가 오히려 SM에 대한 이수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수만이 하이브에 지분을 넘기면서 SM과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의 계약 종료일로부터 3년간 일몰조항에 따라 받기로 했던 수수료를 지급받지 않기로 한 것, 개인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SM 관계사들의 지분을 하이브에 양도해 하이브가 추가재원을 투입하는 것 역시 이수만과 SM의 결별을 가속화시키는 ‘독소 조항’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브가 이대로 SM의 지분을 인수하게 된다면 K팝을 밀고 끄는 스타들을 보유한 두 초대형 회사가 한 지붕 아래서 한솥밥을 먹게 된다.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동방신기와 NCT가 한 식구가 되는 초대형 거래가 성사되는 셈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전체 지형도를 단번에 바꾸는, 그야말로 엄청난 ‘빅딜’이다.
하이브의 SM 인수 결론까지는 진통도 예상된다. 카카오 외 다른 대주주들이나 소액주주의 결집 역시 중요한 향방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SM 음악의 뿌리를 다지며 지금의 SM DNA를 완성시킨 유영진 이사가 “이수만 없는 SM은 진정한 SM이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어 파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진흙탕 싸움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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