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우려 속 사태 향방 주시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10일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SM 내부도 요동치고 있다.
SM 현 경영진은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수만 설립자 겸 전 총괄 프로듀서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작곡가 유영진 이사는 “이수만의 뜻을 따르겠다”며 나섰다.
가요계에 따르면 유영진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지난 3일 현 경영진의 ‘SM 3.0’ 시대 비전 발표에서 이수만 프로듀싱이 제외된 부분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콘텐츠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듀서의 역할이 빠진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유영진은 “SM이 K팝의 과거와 현재를 선도해 올 수 있었던 것도, 지난 몇 년 동안 SM이 변화하는 미래에 대비하는 K팝을 준비해온 것도 이수만 선생님의 선구안이 큰 역할을 했다”며 “그의 프로듀싱이 없는 SM은 진정한 SM이 아니다. 저 유영진은 이수만 선생님 곁에서 선생님의 뜻을 따르겠다”고 했다. 이어 “이성수 대표에게도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함께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유영진은 1990년대 H.O.T.와 신화를 비롯해 2000년대 보아·동방신기·샤이니·소녀시대에 이어 최근 에스파에 이르기까지 SM 소속 가수 히트곡 다수를 만든 유명 작곡가다. 지난 30년간 언론 노출을 꺼려왔지만, 이번 SM 경영권 분쟁 사태에서 이례적으로 ‘작심 발언’에 나섰다.
유영진은 특히 “이번 사태가 SM을 사랑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불행한 일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이사 등 현 SM 경영진은 “SM 3.0 시대를 통해 다시 한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를 선도하는 팬·주주 중심의 회사로의 전환과 도약을 앞둔 만큼, 모든 임직원·아티스트가 힘을 모아 이번에 보도되는 ‘모든’ 적대적 M&A를 반대한다는 것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하이브의 인수를 비판했다.
SM 경영진은 “SM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밤낮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여 헌신하는 약 600명의 임직원들이 있다”며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과 명예가 집중됐던 과거에서 벗어나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집단 지성이 모여 함께 아티스트를 성장시키고 기쁨과 보상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SM 직원 사회 내부에서는 갑작스레 발표된 이번 인수매각과 관련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5일 김민종이 사내 이메일로 이수만을 공개 두둔했을 때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를 통해 ‘SM 3.0’을 옹호하는 많은 글이 쏟아져 나온 것과는 달리 이날 하이브의 인수 사실이 발표된 후에는 새 글이 거의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직원들이 숨을 죽이고 사태의 행방을 주시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SM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매각으로 지난 30년 가까이 K팝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 SM만의 전통과 색깔이 옅어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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