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Db 평가 1천200여명 참여, 평점 7.7…”치열하지만 스포츠맨십 있어”
‘몸싸움’ 언어장벽 넘어 직관적 이해…”육체 경쟁에 게임적 요소 잘 섞어”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오명언 기자 = “‘오징어 게임’ 실사 보는 줄 알았다”, “한국 예능은 생전 본 적 없었지만, 한 번 보니 푹 빠졌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의 해외 반응이 심상치 않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이에 K-드라마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오징어 게임’에 이어 세계를 뒤흔들 K-예능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10일 미국 비평사이트 IMDb에는 ‘피지컬: 100’ 평가에 1천2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이후 약 2주 만에 한국 예능에 대한 평가가 쏟아진 것은 이례적이다.
평점은 10점 만점에 7.7점을 기록했다. 평가를 한 10명 중 7명은 높은 점수(8∼10점)를 줬다. 점수 비율을 보면 10점이 29.6%, 9점 19.6%, 8점 22.8%를 차지했다. 최하점인 1점은 4.1%에 불과해 ‘몸싸움’이라는 장르에도 불구하고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피지컬: 100’은 상금 3억원을 놓고 참가자 100명 가운데 가장 강력한 ‘몸’을 가진 최강자를 찾는 서바이벌이다.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 ‘도마 황제’로 불리는 전 국가대표 체조선수 양학선,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등 유명 운동선수들이 출연한다.
해외에서는 이런 출연진의 화려한 면면을 잘 모르는 데도 성별, 체형이 다른 사람들이 힘 대결을 벌이는 과정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단계마다 탈락자를 걸러내고, 최후의 1명을 뽑는 데다 대결 방식 외에 정해진 규칙이 없어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징어 게임’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많다.
특히 참가자들이 고액의 상금을 놓고 경쟁하지만, 나름대로 스포츠맨십을 발휘하는 모습에 호평이 쏟아진다.
‘피지컬: 100’은 앞서 남자 출연자가 여자 출연자의 가슴을 무릎으로 누르는 장면으로 논란을 사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경기에서는 출연자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모습으로 감동을 안겼다.
천장에 달린 구조물에 오래 매달려 있어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다 먼저 떨어진 참가자는 “버텨!”, “조금만 더”라며 남아있는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일대일 매칭 경기에서 상대를 고를 수 있는 우선권을 쥔 참가자가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상대가 아닌 비슷한 체급을 가진 참가자를 지목하기도 한다.
IMDb 평가를 보면 “미국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아주 사소한 갈등이더라도 지나치게 과장해서 갈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피지컬: 100’은 좀 다르다”, ” TV쇼인 줄 알았는데 스포츠 경기를 보는 기분이다”,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을 갖추는 게 보기 좋다” 등의 반응이 눈에 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오징어 게임이 글래디에이터를 만났다’는 제목의 리뷰 기사를 온라인에 게재했다.
가디언은 “디스토피아 스릴러에 나올 것 같은 초인간적인 출연진이 잔혹한 미션들을 수행하는 내용인데도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라며 “출연진은 근육 칭찬에 수줍어하고, 서로를 계속해서 응원하고 띄워준다”고 평가했다.
레슬링, 씨름, 이종격투기 등 특정 운동 종목의 규칙을 따르는 방식이 아닌 오래 매달리기, 공 뺏기 등 단순한 경기들이 펼쳐진다는 점도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한국어를 모르더라도 직관적으로 내용을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피지컬: 100’에서 참가자들이 벌이는 대결은 ‘말맛’이나 같은 문화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유머를 모르더라도 웃고 즐길 수 있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몸으로 하는 스포츠 같은 예능은 만국 공통이라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며 “‘피지컬: 100’은 ‘오징어 게임’처럼 육체의 경쟁과 게임적인 요소를 잘 섞어놨다. 그러면서도 심플해서 잘 먹힌 것 같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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