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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몸’에 대한 호기심, ‘피지컬:100’을 보는 이유

머니투데이 조회수  

'피지컬 100', 사진제공=넷플릭스
‘피지컬 100’, 사진제공=넷플릭스

“힘이 센 사람과 빠른 사람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근육이 많은 여성은 남성을 이길 수 있을까?”

참으로 답이 궁금한 질문들이다. 이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대중은 ‘싸움 구경’을 한다. 대중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아드레날린이 샘솟게 한다.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유다.

#100인의 전사, 누가 가장 강할까?

그래서 요즘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100’이 화제다. 여기에는 소위 ‘몸 좋다’는 이들이 다 모였다. 국가대표 메달리스트를 비롯해 이종격투기 선수, 보디빌더, 산악구조대, 소방관 등 100명이 대결한다.

익숙한 얼굴들도 보인다. 스켈레톤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윤성빈,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을 비롯해 세계 최고의 격투기 단체인 UFC에서 활동했던 추성훈,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심으뜸, 세계 소방관 대회 1위 출신 홍범석 등이 참여했다.

‘피지컬:100’은 1회 시작과 동시에 ‘인간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을 제시한다. 운동량과 근육의 크기는 분명 비례한다. 근육질 몸매라는 건, 그가 운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힘, 몸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들의 싸움 결과가 더욱 궁금해진다. ‘피지컬:100’이 공개 직후인 지난 1월27일 플릭스패트롤 기준,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 톱 7위에 랭크된 이유다.

'피지컬 100', 사진제공=넷플릭스
‘피지컬 100’, 사진제공=넷플릭스

막상 뚜껑이 열린 ‘피지컬:100’은 ‘당연성’과 ‘의외성’이 공존했다. 덩치와 근육의 크기가 큰 이들이 더 강할 것이라는 예상대로 승패가 갈리는 사례가 많다. 호기롭게 강한 상대를 지목했다가 패배해 자신의 몸을 본뜬 토르소를 제 손으로 부순 후 경기장을 떠난 이들도 있다.

특히 이종격투기 선수 박형근과 보디빌더 춘리의 남녀 성대결은 적잖은 진통까지 낳았다. 비교적 경량급인 박형근과 근육으로 무장한 춘리의 대결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여성과의 대결이 마뜩지 않다는 표정을 짓던 박형근은 비교적 쉽게 춘리를 제압했다. 이를 두고 “남녀 차별이다”라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하지만 참가자 전원이 남녀구분 없이 대결한다는 룰에 동의한 상태였고, 당사자인 춘리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춘리의 승리를 은근히 바라던 이들은 맥이 빠질 수도 있는 결과였다.

대중은 의외성에서 더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피지컬:100’의 몸풀기 게임은 ‘매달리기’였다. 당연히 봉과 친숙한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의 우승을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UDT 전 교관 김경학이 양학선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조의 대결에서는 산악구조대원과 소방관이 1, 2위에 올랐다. 이들 모두 근육의 크기는 크지 않았다. 옷을 입고 있을 때는 오히려 왜소하게 느껴지는 체격이었다. 하지만 생존 훈련과 실전 경험을 통해 다져진 그들의 근육은 그 어떤 ‘보여주기식 근육’보다 강했다.

또한 3분의 제한시간을 거친 후 공을 가진 자가 승리하는 게임에서 날렵한 체육교육과 학생은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는 팔씨름왕을 제압했다. 스피드로 팔씨름왕의 힘을 뺀 후 마지막까지 공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강함=힘’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는 것은 ‘피지컬:100’의 또 다른 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은 근육과 힘이 매료되곤 한다. 두 번째 라운드는 팀전으로 진행됐다. 윤성빈이 생존자들의 지지도 1위에 올라 팀장이 된 반면, 양학선은 팀원으로도 뽑히지 않았고, 결국 지목받지 못한 이들끼리 모인 팀에 배정됐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이 팀에는 양학선 외에 여성 참가자와 대결했단 박형근, 그리고 여러 여성 참가자들이 포함됐다. 당연히 그들은 최약체로 지목됐다. 덩치가 작은 남성, 그리고 여성의 경우 ‘강함’과는 거리가 있다는 선입견이 또 다시 작용한 셈이다. ‘피지컬:100’은 아직 이들의 대결 결과를 보여주지 않았다. 당연성과 의외성, 과연 어디에 방점이 찍힐까?

'피지컬 100', 사진제공=넷플릭스
‘피지컬 100’, 사진제공=넷플릭스

#왜 ‘몸 예능’인가?

신체적 우위를 겨루는 프로그램은 끊임없는 생명력을 자랑한다. 그 옛날 ‘명랑 운동회’를 시작으로 ‘출발 드림팀’ 역시 연예계에서 ‘몸 좀 쓴다’는 이들이 대거 등장했다. 가수 조성모, 배우 이상인, 샤이니 민호 등이 이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보이며 큰 인기를 누렸다.

이렇듯 몸을 소재로 삼은 예능의 계보는 ‘군대 예능’이 이었다. MBC ‘진짜 사나이’가 대표적이다. 유명 연예인들이 실제 군부대에 입소해 병영을 체험하는 이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며 장기간 방송됐다. 평소 운동 마니아로 유명한 배우 장혁은 이 프로그램에서 웬만한 조교보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각종 훈련을 소화해 감탄을 자아냈다. 이후 이를 패러디한 웹예능 ‘가짜 사나이’가 등장해 5000만 회가 넘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는 소위 ‘빡센’ 부대들의 대결을 그린 채널A ‘강철부대’로 이어졌다. 해병대, UDT, SSU, 정보사 출신들이 각종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보여준 이 프로그램은 시즌2까지 제작됐고 SBS ‘더 솔져스’ 등 유사 예능도 등장했다.

이런 흐름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JTBC는 얼마 전까지 팔씨름왕을 뽑는 ‘오버더톱’을 방송했고, 현재는 파이터 오디션인 ‘순정파이터’를 편성하고 있다.

오버더톱', 사진제공=JTBC
오버더톱’, 사진제공=JTBC

강한 자들의 대결을 지켜보고, 거기서 쾌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응원하는 대상이 있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더 커진다. 이런 욕구는 올림픽이라는 국제적 대회로 발전됐다. 상대방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칙을 지키며 자웅을 겨룬다. 동물들의 약육강식이 생사를 가르는 반면, 인간 세계의 약육강식은 승패를 가른다.

여기에, 최근 몸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가 상승했다. 과거에는 건강을 위해 몸을 만들었다면, 요즘은 조각 같은 몸을 빚는 것 자체에 목적이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건강은 저절로 좋아지는 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에는 몸을 가꿔 바디프로필을 촬영하는 등 몸에 대한 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런 상황 속에서 ‘피지컬:100’과 같이 근육질 몸매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프로그램은 단순히 승패를 떠나, 그 자체 만으로 대중에게 적잖은 시각적 만족을 주는 동시에 운동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제가 된다”고 분석했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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