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독일 54개 도시 영화관 80곳에서 개봉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2일(현지시간) ‘한국 영화가 피(폭력) 없이도 국제적으로 성공적일 수 있느냐’는 독일 관객의 질문에 외국 관객들이 한국 영화 중 폭력적인 영화를 더 많이 선호하는 게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박 감독은 이날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헤어질 결심’ 개봉을 기념해 온라인으로 진행한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글쎄요. 헤어진 결심은 (폭력이) 별로 많이 없는 영화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면서 “어떤 관객은 헤어진 결심 정도도 폭력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라면서 이같이 답했다.
그는 “한국 영화 중에도 폭력적인 장면이 강하지 않은 좋은 영화들이 꽤 있다”면서 “제가 오히려 궁금한 것은 외국 관객들이 한국 영화 중에서는 폭력적인 영화들을 좀 더 많이 선호하는데, 그것이 왜 그런 것인가다”라고 말했다.
그는 “초창기 제가 활동을 시작해 이름을 좀 알리던 2000년대 초반부터 한동안 ‘아시안 익스트림즈(Asian Extremes)’라는 브랜딩을 갖고 많은 영화가 소개돼 그런 폭력이 강한 영화라는 인상이 구축된 것 같다”면서 “이제는 그렇지 않은 영화도 많이 소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독일의 한 관객은 이날 왓츠앱을 통해 던진 질문에서 ‘기생충과 오징어게임 이후 한국 영화는 유혈이 낭자한 고품질 영화라는 꼬리표가 붙었다’면서 이같이 물었다.
박 감독은 독일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옥의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을 꼽았다.
그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이 ‘헤어질 결심’을 6차례 봤다고 밝힌 것과 관련, 몇 차례 관람이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번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이겠죠. 많은 공을 들여서 디테일을 심어놓았기 때문에 6~7번을 봐도 새로운 것이 발견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 관객들은 자막을 보다 보면 시각적 디테일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꼭 두 번은 봐달라”고 답했다.
헤어질 결심은 ‘안갯속의 여자(Die Frau im Nebel)’라는 제목으로 이날 독일 54개 도시, 80곳의 영화관에서 개봉했다고 배급사 플라이온 픽쳐스는 밝혔다. 같은 독일어권인 스위스에서는 이미 개봉했고, 오스트리아에서는 3일부터 개봉한다.
헤어질 결심에 이어 송강호 주연의 ‘브로커’와 한국이 주축이 된 다국적 영화 ‘리턴 투 서울’도 개봉을 앞두고 있어 베를린에서는 바깥에 소개된 상영작 3개가 모두 한국 관련 영화인 영화관도 있었다.
베를린 요르크 영화관그룹의 노이에스 오프 영화관 펠릭스 바그너 지배인은 “외부에 게시된 상영작 3개 모두가 한국 관련 영화인 것은 우연이지만, 아시아 영화가 인기가 많기도 하다”면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1년 전부터 화요일과 일요일에 아시아 영화를 상영하는 데 거의 매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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