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문서 쥐려는 세 남자의 암투…”욕망과 배신 다룬 누아르”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는 배우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이 영화 ‘대외비’로 뭉쳤다.
주인공 해웅 역을 맡은 조진웅은 2일 서울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제작진에 대한 믿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감독님을 비롯해 모두 잘 알고 있던 분들이거든요. 작업도 같이 해봤고요. 시나리오도 묘한 매력이 있었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 단번에 승낙했죠.”
다음달 1일 개봉하는 ‘대외비’는 사회를 뒤흔들 비밀문서를 손에 쥐려는 세 남자의 암투를 그린 범죄 누아르다. ‘악인전'(2019)을 연출한 이원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감독은 “‘대외비’는 또 다른 누아르를 제시한다”며 “권력과 돈을 좇는 인간의 욕망과 배신 같은 본질적인 것을 다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공간적 배경을 1992년 부산으로 설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1992년은 총선과 대선이 한꺼번에 치러져 정치적으로 격돌하던 시기입니다. 부산은 일제강점기 이후 전국의 많은 사람이 몰려들면서 대한민국의 단면이라 할 수 있는 지역이고요. 또 그곳의 거칠고 투박한 정서가 범죄 누아르라는 장르에 잘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진웅이 연기한 해웅은 만년 국회의원 후보다. 부산 정치판의 실세 순태(이성민 분)로부터 버려져 공천에서 탈락한 그는 판도를 뒤엎기 위한 계획을 짠다.
조진웅은 해웅에 대해 “언제나 정의로울 수 없는 우리네 모습을 갖고 있고, 좀 억울한 친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 각색 단계부터 주인공으로 조진웅을 염두에 뒀다며 “한 번도 다른 배우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40대 보통의 남자가 사회적으로 생존 위기에 몰리면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점점 악의 축으로 들어서요. (조진웅은) 일상의 모습과 변해가는 과정의 디테일한 연기, 변하고 난 뒤의 무서움을 다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확신했습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 특유의 감성도 꼭 필요했는데 이 모든 걸 충족하는 배우는 조진웅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성민은 숨겨진 정치 실세 순태, 김무열은 야망을 품은 조폭 필두 역을 맡았다.
이성민은 “가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세상을 움직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는데, 순태는 그 상징이자 비유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무열은 “처음 해보는 시도가 많은 도전적인 작품이었다”고 돌아봤다.
“가장 힘들었던 건 부산 사투리였어요.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전혀 할 줄 몰랐거든요. 주먹을 쓰는 캐릭터이다 보니 체중도 한 달 만에 12∼13㎏ 찌웠죠.”
이 감독은 ‘악인전’ 당시 김무열에게 ‘깡패’ 역을 맡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캐스팅 계기를 밝혔다.
“그땐 형사 역할이었는데 깡패를 시켜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리고 조진웅과 나란히 서 있는 김무열은 또 다른 에너지가 나올 것 같기도 했죠. 지금까지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않은 에너지와 그림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독전'(2017), ‘보안관'(2016) 등에 이어 다시 한번 연기 호흡을 맞춘 조진웅과 이성민은 제작보고회 내내 서로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성민은 “진웅 씨와 같이 일하는 건 설레는 일이다. 같이 연기해서 나타나는 장면의 앙상블이 상상하는 것보다 늘 좋았다”고 칭찬했다.
이어 “배우로서 그 이상의 ‘케미'(케미스트리·궁합)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또 같이 작업을 하게 된다면 그 영화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가 (조진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웅은 “너무나도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든든하다”면서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가장 현명한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는 분”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감독님도 진두지휘를 잘해주셨고, 성민 형님도 옆에서 대안을 제시해주셨고, 김무열은 멋있었다”며 “저는 그 물살에 몸을 맡기고 일렁이며 신명 나게 춤을 췄다”고 공을 돌렸다.
이 감독은 “연기 절정의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과 명품 조연들, 최고의 스태프와 제작진이 함께 만든 영화라 자부한다”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당부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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