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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X지민l “마침내” 우리가 원했던 콜라보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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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가 의미심장하게 뱉던 결연한 한마디처럼, 두 아티스트의 만남은 이윽고 우리 입에서 “마침내”라는 탄성을 터트렸다. 누가 뭐라 하건 ‘빅뱅’ ‘태양’ 두 단어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한 존재와, ‘방탄소년단’ ‘지민’이라는 두 단어만으로 모든 것이 납득 가능한 존재의 감격스러운 만남. 여기에 이름값에만 기대지 않는 기대치 이상의 결과물. 태양은 그렇게 다시 백야 위를 거닐고 있다.

태양은 지난 13일 무려 6년 만에 신곡 ‘바이브(VIBE)’를 발표했다. 앨범 단위를 내왔던 기존 행보와 달리 이번엔 싱글로 단판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태양의 이번 컴백엔 힘이 실렸다. 지난해 ‘봄여름가을겨울’에서 빅뱅의 봄을 자처하며 대중의 포용력을 넓혔고, 지민이라는 피처링 아티스트의 지원사격은 명중하지 않을 수 없는 성공률 100% 발포였다.

‘바이브’라는 영어단어는 명사로 분위기, 낌새, 느낌이라는 풀이를 지닌다. 흔하게 쓰이는 외래어이면서, 음악이나 예술 등을 표현할 때 많이 활용된다. 태양이 내놓은 ‘바이브’는 풀이 그대로 단어가 지닌 감정을 그대로 음악에 옮긴다. 가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그래서 ‘느낌’이다. ‘느낌이 나지’ ‘느끼고 싶어’ ‘느낌이 와’ 등의 가사가 여러 번 반복된다.

두 보컬은 느낌으로 얽혀낸 사랑을 끊임없이 묘사하며 “나란 음악 위에 너는 Topline”이나 “나란 무대 위에 너는 Spotlight”처럼 자신들의 직업으로도 사랑의 낱말을 엮어낸다. 태양의 음악과 지민의 무대 속 주인공은 뚜렷하게 ‘연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로맨틱한 무드에 치중하기보다는 자신있게 자신을 드러내는 자신감이다. 바운스를 적당히 탈 정도의 신나는 리듬이 계속되고, 태양과 지민의 보컬은 목에 최대한 힘을 쥔 채 확신에 찬 감정을 노래한다. 어설프게 감정을 겉돌거나 에두르지 않는다.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단단한 감정의 외벽은 그래서 두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조화롭게 만든다. 대한민국 최고라 불릴 수 있는 반열에 올랐던 아티스트들의 전선은, 그것의 당당함을 수반하며 커다란 매력을 품고 열광의 지점을 얻는다. 중저음으로 감각적인 바이브레이션을 뭉근하게 뻗어내는 태양과, 고음역대인 지민이 섬세하게 뻗어내는 음역 역시 S극과 N극처럼 성질은 다르지만 서로를 강하게 끌어들이는 자력처럼 강하게 교착한다.

이름처럼 밝게 머리카락을 물들인 태양은 뮤직비디오에서 오랜만에 각잡고 춤을 춘다. 솔로곡으로는 2013년 ‘링가 링가’ 이후 10년 만이자, 2014년 지드래곤과 유닛으로 활동했던 ‘굿 보이’ 이후로도 무려 9년 만이다. 한동안 보컬에 주력하며 춤은 뒤로 밀어뒀던 태양은 ‘바이브’ 뮤직비디오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힘찬 무빙으로 공간을 휘젓는다. 그리고 다시금 깨달음을 준다. 태양이라는 아티스트가 지닌 역량은 보컬뿐만이 아닌 퍼포머로서도 탁월했다는 ‘사실’ 말이다.

이어 더해 지민과 투샷으로 같은 안무를 소화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빅 이벤트’가 되어 K팝 역사에 귀한 조각을 남긴다. 빅뱅과 방탄소년단 두 메인 댄서의 강력한 몸짓은 네임드가 주는 기대처럼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닌 예술의 경지다. 구태여 칼각으로 합을 맞추지 않고, 각자의 바이브로 충실하게 조각을 맞추는 모습은 계산적이지 않아 더 그루브하고 감각적이다.

대중이 정점에 오른 아티스트들의 콜라보에 바랐던 명쾌한 제스처를 ‘바이브’ 같은 딱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 그리고 재생 버튼을 누를지 말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 다시 말하면 금세기의 가장 대중친화적인 두 아티스트가 그 취향의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어 그들이 가장 빠르고 명료하게 좋아할 수 있도록 명쾌한 지점을 도출한 답안지 같은 음악.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바이브’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태양과 지민이 판을 깔아냈다.

머니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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