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
모든 건 2년 전에 시작됐다. 전역한 동영배(태양의 본명)는 솔로 앨범 구상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새로운 둥지(더블랙레이블)를 이끌고 있는 테디(TEDDY)가 쿠시(Kush), 빈스(Vince), 24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대뜸 이런 말을 했다. “영배를 위한 트랙을 만들자!” 제안은 현실이 됐다. 빈스는 태양과 함께 가사를 썼고 테디는 프로듀서를 맡았다. 테디와 빈스는 곡 쓰는 데도 참여했는데 공식 작곡 명단은 태양, 쿠시, 24 외 한 명이 더 합류해야 완성될 터였다. 바로 BTS의 지민이다.
태양과 지민. 둘의 현재는 어딘가 닮은 면이 있다. 그러고 보니 한 명은 지난해 봄 4년 만에 싱글을 내고 소식이 끊긴 보이밴드의 메인 보컬에, 다른 한 명은 병역 문제로 당분간 따로 활동해야 하는 지구촌 최고 보이밴드의 보컬 겸 댄서이다. 무엇보다 태양이 속한 팀(빅뱅)은 한국 최초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를 뚫었고, 지민의 팀은 그 철옹성 같던 빌보드 차트 정상을 수 차례 탈환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떤 극적인 느낌마저 준다. 여하튼 지금 둘에겐 잠시 숨 돌리며 홀로 설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달리 말해 더 나은 모습을 바라고 홀로 서야 하는 시간에 만난 둘이기도 하다.
송라이팅을 제안한 테디는 듀엣 프로젝트의 밑그림까지 그렸다. 때는 역시 2년 전. 솔로 앨범 일을 하고 있던 태양에게 테디가 지나가듯 “지민이와 한 번 해봐. 둘이 멋진 곡 하나 내면 사람들이 엄청 좋아할걸” 얘기해 준 것이다. 태양은 이 말을 기억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사석에서 만난 지민에게 자연스레 피처링 의사를 물었다. “우리가 지금 작업 중인 곡이 있는데, 같이 해볼 생각 있어요?” 지민은 선배의 제안에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꼭 한 번 같은 무대에 서보고 싶다”라며 BTS 데뷔 시절 지민이 언급한 롤모델이 바로 태양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민은 태양의 작업실을 찾아갔고 거기에서 자신이 참여할 곡을 들었다. 지민은 곡이 너무 좋다며 매우 흡족해했다.
사진출처=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
2017년 8월에 발매한 3집 ‘White Night’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태양의 신곡 제목은 ‘Vibe’. 그는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이 단어를 놓고 ‘좋은 바이브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태양은 고민 끝에 “사랑하는 무언가가 진정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인 동시에 “관계에서 조화로운 것들을 이뤄냈을 때” 나오는 무엇이 좋은 바이브일 거라 결론지었다. ‘Vibe’의 가사는 그렇게 쓰였다.
곡은 절제된 카리스마로 빚어낸 태양의 노래로 시작한다. 이어 꿈틀거리는 펑크(Funk) 기타와 깜박이는 신시사이저가 곡을 예열하고 나면 철썩거리는 뉴 잭 스윙 비트가 밀려와 이 모든 걸 집어삼킨다. 그리고 곡이 흐른 1분 20초 즈음 “sixth sense 반전”처럼 지민이 등장한다. 처음 그는 세련되고 다정한 랩을 하더니 태양과 반씩 나눈 브리지에선 예의 신비로운 보컬톤으로 “킬링 파트 제조기”라는 명성을 증명한다. 이건 팀 동료 슈가가 지난해 싸이와 함께 한 ‘That That’과는 완전히 다른 ‘바이브’다. 전자가 스파게티 웨스턴에 비벼낸 ‘강남스타일’의 재현이었다면, 후자는 네온으로 데워진 도회적 감성의 모던팝인 것이다. 그야말로 “처음부터 정주행 하고 싶은 매력”이 담뿍 담긴 곡이다.
사진출처=뮤직비디오 캡처 |
하나 더. ‘Vibe’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뮤직비디오를 챙겨야 한다. 특히 태양이 “옛날 힙합 듀오 같다”라고 말한 두 사람의 춤은 영상의 백미인데, 이 안무는 2004년생인 프로 안무가 겸 무용가, 배우 겸 모델, 아마추어 골퍼이기도 한 베일리 소크(Bailey Drew Sok)의 아이디어다. 2~3살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해 5살 때 처음 무대에 오른 베일리는 레드벨벳, 슬기, 태민, 샤이니, 에스파, 잭슨(GOT7), 카이(EXO)와 작업했고 빌리 아일리시, 카디 비, 크리스 브라운, 팀발랜드, 디제이 칼리드가 리포스트 한 이미 세계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처음 태양과 지민에게 베일리의 안무는 쉽지 않았다. 이유는 태양이 안무 자체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 한편, 지민은 자신의 평소 스타일과 베일리의 동선이 달라 적응에 애를 먹은 탓이다. “우리가 이상한 건가?” 물론 팬들의 생각은 ‘아니요’였다.
태양은 “어두운 밤하늘 끝에 twilight, just gets better”라는 노랫말이 지금 태양 자신이 있는 ‘바이브’에 가장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곡 ‘Vibe’에 영감을 준 시간의 이미지는 해질녘이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곡을 만나기 전 보낸 지난 4년은 자신이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고 태양은 덧붙인다. 그는 그 초심을 팬들에게 전하고 싶어 이번 싱글을 냈다. 예스(Yes)의 ‘Lift Me Up’과 빌 위더스의 ‘Lean On Me’를 함께 좋아하는 태양. ‘Vibe’엔 설렘과 낭만이 공존하는 저 음악들이 남몰래 스며 뮤지션 태양의 다음 정규 앨범을 살짝 엿보게도 해준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