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배우이자 만인의 어머니 또 할머니. 배우들 사이에선 그저 닿고 싶고 닮고 싶은, ‘영웅’과도 같은 존재. 바로 나문희(83)의 인터뷰가 많은 직장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난 이 일이 정말 좋아요.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요? 늘 그렇듯, 바론 지금 이 순간이죠.”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영화 ‘영웅’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 배우 나문희를 만났습니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뮤지컬 영화입니다.
“뭔가 하나 해냈구나”…’63년차’ 나문희, 감동의 전율 일으킨 진정한 ‘영웅’
나문희는 극 중 조마리아, 안중근의 어머니로 열연을 펼쳤습니다. 늘 그렇듯, 이번 작품에서도 완벽한 연기를 펼친 그였지만 처음엔 출연을 망설였단입니다. 극심한 부담감 때문이었습니다.
나문희는 “조마리아 여사님에게 누를 끼칠까 봐 걱정했다”며 “처음엔 잘 알지도 못했고, 큰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출연 제안을 받고 찾아보니 알수록 엄청나더라. 어떻게 그렇게 자기 자식을 희생시킬 수 있나.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그만큼 강렬한 에너지를 지닌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마리아 여사는 투옥된 아들(안중근)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그냥 죽으라고 말해요. 대의를 위해 아들의 희생을 지켜보는, 그 어마어마한 힘의 근원을 감히 제가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죠. 실제로 촬영하면서도 기가 막혔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울컥하고요. 엄마에게 자식은 30세 아니 50세라도 아이처럼 느껴지는데요…‘어떻게 자식한테 그럴 수 있나’ 싶었어요. 최선을 다했지만, 아마도 여사 님의 진짜 마음에는 미치지 못했을 거예요.”
조마리아의 감정은 ‘영웅’ 속 나문희의 노래를 통해 짙게 표현됩니다. 이 작품의 많은 넘버들 가운데 단연 최고의 장면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나문희는 “음악을 전공한 큰 딸에게 레슨을 받았다. 부족하지만 호흡 같은 건 좋다고 하더라. 스스로 ‘나 참 잘한 것 같아’라고 격려하며 임했다”며 미소지었습니다. 그러고는 취재진에게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직접 들려줬다. 노래를 마친 뒤에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슬프다”며 먹먹한 여운까지 전했습니다.
나문희, 클래식 음악 듣고 틱톡하는 80대 국민엄마
우아한 겉모습과 달리 나문희에게는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몸을 사리지 않는 이면이 존재합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한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제로투 댄스를 추는 영상은 젊은 층에 큰 화제를 모으며 조회수 200만건을 넘겼습니다. 셀 수 없이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7)의 ‘호박고구마 나문희’ 여사 역을 최애 캐릭터로 꼽았습니다.
“틱톡은 소속사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젊은 감각을 익힐 수 있어서 잘 했다 싶었다. 너무 뻔한 건 하기 싫지만 새로운 일이면 괜찮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호박고구마’다. 사는 게 힘드니 희극적 요소가 있는게 좋더라.”
“큰 욕심은 없어요. 대단한 배우도 아니고요. 이젠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죠.(웃음) 그래도 단 하나, 사는 날까지 관객이나 시청자와 만날 수 있을 때까진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연기도, 소통도, 공부도, 도전도요. 요즘 친구들과 만나는 게 좋아 ‘틱톡’도 해요.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여전히 제가 움직인다는 게 느껴지고요. 뭔가 굳어지는 게 싫어요.”
나문희가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깊은 내공과 빼어난 연기력 외에도 진중하고도 건강한 사고, 깨어있는 생각, 멈추지 않는 도전 때문입니다. 그는 “인구도 부족한 상황이니 할머니들이 조금 더 일을 하시면 좋을 듯하다. 경로석에도 필요할 때만 앉으시고 보탬이 되는 일을 찾으시길 바란다. ‘움직이는’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며 웃었습니다.
“스스로 연기에 대해 ‘충분히 잘했다’는 생각은 안 해요. 여전히 연기를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고 싶고요. 그래서 건강 관리도 열심히 합니다. 더 오래 이 일을 하고 싶어서요.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요? 여러분이 그렇게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주고 있는, 바로 지금입니다.”
나문희는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건 평소 행실을 바르게 하고 제대로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악역을 하더라도 잘 살아야 한다. 나를 통해서 인물이 창조되는 만큼 뭘 해도 바르게 해야 한다.” ‘국민엄마’는 나문희를 지칭하는 또 다른 수식어기도 합니다. 나문희는 “‘국민엄마’라는 수식어는 정말 듣기 좋다”며 “그렇지만 제가 철이 없어서 그런지 현장을 가면 참 신이 난다”고 했습니다.
해당 인터뷰를 접한 누리꾼들은 “너무 꺠닫는게 많은 인터뷰네요… 다 읽어보고 눈물 흘렸습니다” ,”앞으로도 행복한 연기 부탁드려요~~” ,”정말 존경스러운 배우입니다…항상 건강하세요”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63년 나문희의 연기 인생
1941년생 올해 나이 83세 나문희는 대한민국의 성우 출신 배우. 주로 어머니 역할로 유명하며, 성우 출신답게 목소리가 맑고 곱고 뛰어난 발성과 정확한 발음의 소유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침없이 하이킥, 왕가네 식구들 등 시트콤에서의 할머니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이는 연기로, 실제 배우분은 상당히 갭이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1961년 MBC 라디오 공채 성우 1기로 데뷔하였고, 전직은 못 속이는 듯 종종 다큐 내레이션 등에서도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기도 하며,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의 콧소리 섞인 코믹한 목소리는 연기입니다. (얭 민용앙~) 본래는 살짝 중저음의 기품 있는 목소 성우 시절 땐 외화 더빙을 주로 했으며 마릴린 먼로 전담 성우였습니다.
TV 개국 초창기에는 배우 수요가 늘었기 때문에, 이 때 많은 성우가 배우를 겸업하거나 전업했습니다. 그러나, 연극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김혜자, 정혜선, 김용림 등 동료 연기자들이 주요 배역을 맡으며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등 승승장구를 하던 7~80년대엔, 동료 남자 배우보다 큰 체격을 가졌다는 이유로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역을 맡으며 조연, 단역을 전전하였습니다. 30년 간의 연기생활 중 받았던 상이라곤 1983년 MBC 연기대상 우수상 한 개일 정도.
본격적으로 인기 배우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50세 이후의 일입니다. 54세인 1995년, 문영남 작가의 ‘바람은 불어도’에서 이북사투리를 쓰는 80대 할머니로 출연해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KBS 연기대상을 수상하였으며, 해당 작품으로 1996년 제32회 백상예술대상 인기상, 1996년 제23회 한국방송대상 여자탤런트 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이 드라마는 장신 중견 배우인 김무생, 한진희, 윤미라 등이 한 번에 등장하고, 본인도 허리 굽은 노파를 연기해서 당시 보통 노인을 연출하기 위해 꽤 공을 들였습니다.
유명세를 얻은 이후, 노희경 작가 사단에 합류하였는데, 그 때 출연했던 특집극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영화버전과 최근 원미경 주연의 리메이크 버전이 방송되었는데, 원조 ‘인희’ 역할은 나문희였습니다. 특히나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이불로 덮어 죽이려고 하는 장면과 오열하며 같이 죽자고 말하는 장면은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명연기로 손꼽힙니다.
그가 연기한 수없이 많은 역할만큼, 나문희 안에는 너무나 많은 나문희가 숨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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