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한국 경제사의 큰 획을 그었던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후에도 생전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겼던 말은 여전히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그는 아버지인 故이병철 회장과 함께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일으킨 양대 주역으로, 삼성그룹의 제2의 창업주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1987년 취임당시 삼성그룹의 연매출은 10조원이 안 됐지만 故이건희 회장의 취임 후 30년간 삼성그룹의 연매출은 약 400조원으로 무려 40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그는 누구?” 세계 부자 65위, 대한민국 최고 갑부로 알려져
급성 심근경색으로 6년 5개월여 간 투병하며 오랜 시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직함만 유지했음에도, 삼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아들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이건희 회장입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기업인으로 삼성전자 회장 겸 삼성그룹 총수였습니다. 생전에 대한민국 최고 갑부였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세계 부자 순위 65위였습니다. 사망 직전 보유 재산은 약 23조 7,100억원(198억 달러)으로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20조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렇게 이건희 회장은 현재의 삼성을 있게 한 장본인이자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핵심 인물로서, 수십 년간 삼성을 진두지휘하며 특유의 투박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많은 화제와 명언을 남겼습니다.
故 이건희 회장의 “말 · 말 · 말…”
“극단적으로 얘기해, 농담이 아니야.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봐”
1993년 6월,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신경영에 나선 이 회장은 삼성 임직원들에게 “결국 내가 변해야 한다,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라.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 ”라고 말하며 한국 경제사의 누구도 남기지 못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출근부 찍지 마. 놀려면 제대로 놀아라”
故 이건희 회장은 형식적인 출퇴근보다 일에 대한 자세와 생각을 중시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출근부 찍지 마라. 집이든 어디에서든 생각만 있으면 된다” 며 구태여 회사에서만 일 할 필요는 없다는 세련되고 획기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어 “6개월을 밤새워서 일하다가 6개월을 놀아도 좋다”며, 논다고 평가하기 보단 놀아도 제대로 놀아야 한다는 당시로써 파격적인 발언으로 대중을 놀라게 했습니다.
“초일류 기업”
기업을 변화시키고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정받는 데까지 온갖 정성을 쏟은 이건희 회장은 과거 1987년 회장 취임 당시 초일류 기업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는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90년대까지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 밝혔습니다. 실제로 그가 삼성을 이끌던 바로 이 시기에 삼성전자는 구미와 일본 유수의 굴지의 기업들을 제치고 세계의 초일류 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
“불량은 암이다. 다 불태워라”… 15만대의 휴대폰, 모두 잿더미로
불량으로 속을 썩였던 삼성의 제품을 이건희 회장이 모두 불태워버린 잊지 못할 사건이 있습니다. 당시 삼성은 업계의 선두주자 모토로라를 따라잡기 위해 휴대전화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 한창 집중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무리한 제품출시로 인해 삼성의 휴대폰 불량률은 11.8%까지 치솟았고, 급기야 삼성전자의 휴대폰을 판매한 대리점 사장이 불량품을 팔았다며 고객에게 뺨을 얻어맞는 사건까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에 격노한 이 회장은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경북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대대적인 ‘애니콜 화형식’을 지시했습니다. “불량은 암이다. 시중에 나간 제품을 모조리 회수해 공장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태워 없애라”라고 한 것입니다. 이날 2000여명의 삼성전자 직원은 ‘품질확보’라는 머리띠를 두른채 결연한 표정으로 운동장으로 모였습니다.
운동장 한 편엔 ‘품질은 나의 인격이요, 자존심!’이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운동장 한복판에는 15만대의 휴대폰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습니다. 해머를 손에 쥔 10여명의 직원은 휴대폰을 박살냈고, 불까지 붙였습니다. 총 500억원어치의 휴대폰이 잿더미로 변한 순간입니다.
안일한 직원들을 꾸짖기 위해 불량 핸드폰 15만 대를 불태워 버린 이른바 ‘애니콜 화형식’은 故이건희 회장의 카리스마와 함께 삼성의 전설로 전해질 정도입니다. 당시 해당 현장에 있었던 삼성 직원은 불량 제품이 나오는 생산 공장에 불이라도 지를 기세여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사과나무 심어라” 인재양성 강조한 이건희 회장
故 이건희 회장은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며 인재를 키우는 것만으로 안되며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인재 양성을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삼성의 밑거름이 될 양질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이건희 회장의 혜안은 그의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어렸을 적 이건희 회장은 딱히 말이 없고 행동도 느릿느릿한 학생이었다고 하는데, 학과 공부에도 별 뜻이 없어 무슨 생각을 그리 하고 사냐고 물어보면 “나는 사람 공부를 제일 많이 합니다.”라는 황당한 답을 했다고 합니다.
그게 그냥 하는 말은 아니었는지 이후 삼성의 한 임원이 이병철의 눈 밖에 나서 쫓겨난 일이 있었는데, 고교생 이건희가 아버지를 찾아가 설득하자 이병철이 두말하지 않고 그 임원을 다시 불러들였다고 합니다. 이병철은 스스로의 인사관리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보다도 고등학생 이건희의 사람 보는 눈을 더 인정하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여자 안쓰면 손해다”
이와 더불어 여성의 직업에 관해 뜻밖의 발언을 한 바도 있습니다. 그는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회사와 나라가 매우 손해다” 라고 말하며, 당시로선 상당히 진보적인 시선으로 대중들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이후 2011년 8월, 이 회장은 본인의 발언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계열사 여성 임원 7명과 오찬을 가지며 “여성들은 유연하고 능력도 있다”며 “경쟁에서 질 이유도 없고 이겨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2년 12월, 실제로 고(故) 이건희 회장이 “여성이 역량을 다 펼치기 위해서는 사장까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중요성을 설파한 지 11년여 만에, 이영희(58)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그룹 전체에서 총수 일가가 아닌 여성이 처음으로 사장으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이(李) 사장은 고객 중심의 마케팅 혁신 등의 역량 발휘와 함께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201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 이건희 회장은 주식시장이 폭락할 수도 있는 폭탄 발언을 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습니다. 그는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끊임없이 위기론을 주장하여 삼성의 체질개선을 이뤘습니다.
디지털 TV 영역을 개척했고, 스마트 폰에서는 뒤늦게 출발했지만 부지런히 쫓아가서 애플과 양강 체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을 만들었고, 지구촌의 문화를 바꾸는데 기여했습니다. 그렇게 삼성그룹의 매출액은 이 회장의 취임부터 39배로 뛰었고,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500조원대로 커졌습니다.
“말 말고 행동해라” 故이건희 회장 2주기 추모
삼성 임직원들은 지난 2022년 10월, 故이건희 회장의 2주기를 맞아, 사내 온라인망에 고인을 기리는 추모영상을 시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추모영상에서는 ▲미래를 내다 본 선구자적인 혜안과 통찰 ▲변화와 혁신을 선도한 과감한 도전 ▲임직원을 중시한 ‘인재제일’ 철학 ▲국가와 인류 사회에의 공헌 등 故이건희 회장의 업적과 철학을 소개하였습니다.
또한 신경영 강연과 연설문 등 故이건희 회장의 육성을 방영하며 이건희 회장의 주요 발언들을 소개했습니다. 임직원들은 오늘의 삼성을 만든 고 이건희 회장을 기리며, “새로운 내일을 향해 힘차게 나가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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