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영화, 오늘 나란히 개막·개봉
스케일 키운 영화 vs 현장 생동감 살린 뮤지컬…”긍정적 시너지 기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김정진 기자 =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른 뮤지컬 ‘영웅’과 영화 ‘영웅’이 같은 날 관객과 만난다.
뮤지컬 ‘영웅’은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9번째 시즌으로 개막한다.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윤제균 감독의 영화 ‘영웅’도 같은 날 개봉한다.
뮤지컬 흥행의 주역인 배우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안중근 의사 역으로 출연한다. 10년 넘게 사랑받은 장수 뮤지컬과 원작의 감동을 스크린으로 구현한 영화, 두 장르의 ‘영웅’이 닮은 듯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 확장된 스케일로 더욱 화려해진 영화 ‘영웅’
영화 ‘영웅’은 국내 최초로 기존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겨낸 작품이다. ‘해운대'(2009)와 ‘국제시장'(2014)으로 국내 최초 ‘쌍천만 감독’이 된 윤제균 감독이 연출했다.
2012년 원작 공연을 본 뒤 감명받아 영화화를 기획했다는 윤 감독은 원작 뮤지컬의 구조를 대체로 충실히 구현했다. 주인공에는 2009년 초연부터 원작의 주연을 맡았던 정성화를 내세웠다.
영화의 가장 큰 차별점은 뮤지컬 무대에 한정됐던 공간적 배경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드넓게 펼쳐진 설원 위를 안중근이 걷는 장면에서 시작해 관객을 시각적으로 압도한다. 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펼치는 진공작전, 러시아 거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에서는 스케일을 키워 긴박감을 더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다 가까이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정성화는 영화를 위해 체중 14㎏을 감량해 뮤지컬 무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가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나문희 배우의 표정 연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우면서 감동을 극대화했다.
원작과 다른 인물 설정과 스토리라인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뮤지컬 속 중국인 링링은 영화에서 조선 독립운동가 마진주(박진주 분)로 등장한다. 원작에서 안중근 의사와 애정 기류를 형성하던 그는 영화에선 독립군 동지 유동하(이현우)와 사랑에 빠진다.
또 설희(김고은)의 서사를 더 깊이 다루면서 새로운 넘버인 ‘그대 향한 나의 꿈’을 추가했다.
◇ 생생한 배우 연기와 풍부한 음악…현장감 가득한 뮤지컬 ‘영웅’
뮤지컬 ‘영웅’은 다양한 배우들의 연기력과 풍부한 라이브 음악으로 스크린과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정성화뿐 아니라 양준모, 민우혁이 출연해 다양한 얼굴의 안중근을 만날 수 있다.
20여 년 경력의 뮤지컬 배우 양준모는 이번이 ‘영웅’ 다섯 번째 출연이다. 성악을 전공한 중후한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력으로 또 다른 안중근 의사를 무대 위에서 빚어낸다.
뮤지컬 ‘모래시계’, ‘프랑켄슈타인’ 등에서 활약한 민우혁이 이번에 새로 합류해 전에 없던 새로운 안중근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이토 히로부미 역의 김도형, 서영주, 최민철과 궁녀 설희 역의 정재은, 린지 등 베테랑 뮤지컬 배우들이 함께하며 기대감을 더한다.
음악감독 김문정의 지휘로 들려주는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와 영화보다 풍부한 음악 역시 공연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요소다.
가장 유명한 ‘누가 죄인인가’부터, 영화에는 삭제된 ‘내가 기다리는 것’, ‘오늘의 이 함성이’ 등 총 31곡의 노래를 라이브 연주와 주연, 앙상블 배우들의 합창으로 만날 수 있다.
뮤지컬 ‘영웅’은 벽돌 배경과 철골, 영상을 적절히 활용한 무대 장치로도 호평받아왔다. 달리는 열차의 영상이 실제 열차 세트로 순식간에 바뀌는 하얼빈역 의거 장면 등 무대 공간의 한계를 즐거운 볼거리로 바꿔낸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연출가가 의도한 장면 구성을 따라가는 영화와 달리 무대에서는 배우의 디테일한 몸짓부터 무대의 전체적인 구성 등을 즐길 수 있다”며 “‘시카고’, ‘캣츠’, ‘레미제라블’처럼 영화가 성공을 거두면 공연 관객도 더 늘며 긍정적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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