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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 쫓다 선 넘은 ‘결혼지옥’, 신뢰 잃은 오은영 [리폿@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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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박설이 기자]MBC와 오은영 박사가 손을 잡고 야심차게 내놓은 ‘오은영 리포트’. 시작은 지난해 10월 MBC ‘다큐플렉스’의 ‘오은영 리포트’ 특집이었다. 3부작으로 준비된 ‘오은영 리포트’에서 박사는 자신의 전공 분야인 육아, 그 중에서도 그간 쉽게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유아 성교육에 대해 깊게, 보다 자세히 다루며 호평을 이끌었다.

육아 전문가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가 ‘오은영’이라는 이름을 걸고 준비한 두 번째 특집은 부부 문제를 양지로 끌고 왔다. MBC는 지난 4월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론칭을 알리며, 섹스리스, 대화 단절, 경제권 다툼 등 부부 간 문제를 다루고 적극적으로 상담에 나선다고 밝혔었다.

MBC에 따르면 오은영 박사는 시즌2인 ‘결혼지옥’ 기획과 제작에 적극 참여했다. 전문의와 단둘이 만나 나눌 상담 내용은 지상파 방송을 통해 공개돼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성생활 관련 부부 간 갈등, 욕설을 내뱉고 일부러 배우자에게 상처를 입히려는 듯 적나라하게 폭언을 퍼붓는 아내의 이야기 등 매회 공개되는 부부 문제는 드라마보다 극단적이었다.

이혼을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위기의 상황에 놓인 부부들에게 솔루션을 제시한다는 프로그램 제작 취지는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분노를 샀다. 매번 방송이 끝나면 문제가 된 배우자의 행동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고, 귀책 배우자에 대한 시청자의 원성도 쏟아졌다.

자극이 거듭되자 무뎌진 것인지, 이번에는 제작진이 선을 한참 넘어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다. 

지난 19일 ‘결혼지옥’에는 재혼 가정에서 아이의 양육 문제로 갈등을 겪는 부부가 출연했다. 아내가 남편을 아동학대로 신고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아빠가 일곱 살 의붓딸이 거부의 뜻을 계속해서 밝히고 있음에도 신체 접촉을 지속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아빠가 아이를 끌어안고 있는데 아이는 “놓아 달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아빠는 아이를 더 세게 끌어안고 간질이기까지 한다. 가짜 주사 놀이라며 싫다는 딸의 엉덩이를 쿡쿡 찌르기까지 한다. 딸은 계속해서 거부하며 “싫다”고 외치지만 아빠의 장난을 가장한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아빠는 딸과 몸으로 놀아주는 편이며, 이 신체 접촉이 모두 애정 표현이라고 설면ㅇ한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엉덩이는 친부라고 해도 조심해야 하는 부위다. 아이가 만 다섯 살이 넘으면 이성의 부모가 목욕할 때에도 아이의 생식기를 만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방송이 나간 뒤, 이는 엄마의 우려처럼 단순한 아동학대가 아닌 아동 성추행이라는 시청자의 지적이 쏟아졌다. 싫다는 딸을 계속 만지고 건드리는 것은 단순한 학대가 아닌 성추행이며, 친부라도 아이에게 잘 하지 않는 신체 접촉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결국 MBC는 아빠가 의붓딸의 엉덩이를 찌르는 등 신체 접촉 장면을 다시보기에서 삭제 조치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이다. 오은영 박사는 의붓딸이 아빠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고통에 더욱 집중했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린 시절 친엄마가 집을 떠났다며 아픔을 고백하는 남편에게 “아빠의 외로움을 이해한다”고 말할 뿐이었다.

칼럼니스트 위근우는 방송 다음날 “어제 방송 같은 경우엔 오은영 박사도 본인의 전문영역이 아니라는 알리바이로 양심적 상식인이라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는 게 아닌가”라고 오은영 박사의 대처를 지적했다.

자극적인 부부 문제에 집중한 나머지 이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더 큰 문제를 간과한 제작진, 육아 전문가임에도 아이의 비명 제대로 톱아보기보다 사연 당사자의 내면에 집중해버린 오은영 박사, 둘은 결국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프로그램 폐지 요구에 난감해지고 말았다.

‘결혼지옥’ 폐지는 둘째치고, 오은영 박사가 정신과 전문의로서 시청자에게 전과 같은 신뢰를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방송 전 약 7개월 동안 프로그램의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다는 오은영 박사도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TV리포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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