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시청각을 자극하는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음속 깊이 와닿을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영화 ‘영웅’은 오리지널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다.
기대작으로 손 꼽히는 ‘영웅’은 첫 장면부터 압도하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설원 위에서 뜻을 품은 대한제국 의병대장 안중근(정성화 분)의 눈빛, 다채로운 카메라 워킹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설원에서 홀로 걷는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단지 동맹’으로 연결되는 신은 이 영화가 ‘뮤지컬 영화’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어머니 조마리아(나문희 분)와 가족들을 남겨둔 채 고향을 떠나온 안중근은 동지들과 함께 네 번째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동맹으로 조국 독립의 결의를 다진다.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3년 내에 처단하지 못하면 자결하기로 피로 맹세하는 신은 단연 ‘영웅’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촬영 현장에서 직접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녹음 방식을 채택, 무려 영화의 70%가 현장에서 녹음된 라이브 가창 버전으로 담아냈다.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실력은 ‘영웅’을 꼭 봐야하는 요소다. 단지동맹 신 뿐만 아니라 명성왕후 시해, ‘누가 죄인인가’를 외치는 법정 신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장면이다.
‘영웅’은 ‘해운대’(1132만명), ‘국제시장’(1426만명)으로 한국 최초 쌍천만 관객을 동원한 윤제균 감독을 닮았다. 특유의 유쾌함이 있고, 감동적인 무드가 살아있다.
윤제균 감독은 다소 어색할 수 있는 뮤지컬 영화 불모지를 깔끔한 편집을 통해 어색하지 않게 연결했다. 오히려 뮤지컬이라는 요소는 극의 울림을 더 강렬하게 만들어 감정을 극대화했다. 또 특유의 유머러스함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영웅’에 푹 빠지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흘러간다. 빠른 전개와 공연을 넘어선 전율이 120분을 순삭한다.
여기에 배우들의 환상적인 캐스팅이 화룡점정을 찍는다. 정성화, 김고은, 박진주,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등이 아니면 캐릭터를 누가 소화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영웅’의 뮤지컬 초연 당시부터 무려 14년을 안중근 의사로 살아온 정성화는 ‘도마 안중근’ 그 자체였다. 또 김고은은 믿고 보는 연기력에 노래 실력까지 겸비해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박진주,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등 누구 하나 빠지는 멤버가 없다. 혼연일체 된 열연으로 벅찬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시사회에서 ‘영웅’을 미리 관람한 배우, 관객들 역시 이에 대한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역사, 뮤지컬, 감동, 웃음을 모두 담아낸 ‘영웅’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0분.
김나영 MK스포츠 기자(mkculture@mkculture.com)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