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나 꿈꿨던 순간, 그동안 봐왔던 무대 위 배우들의 행복한 모습들을 매일 직접 느끼고 있다” 배우 공승연이 데뷔 첫 연극 ‘꽃의 비밀’과 함께 새로운 성장점을 유쾌하게 맞이하고 있음을 밝혔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연극 ‘꽃의 비밀’에 출연중인 배우 공승연과 인터뷰를 가졌다. 연극 ‘꽃의 비밀’은 2015년 초연된 장진 감독의 연출작으로, 이탈리아 북서부의 빌라페로사에서 농사짓고 사는 4명의 주부가 하루아침에 사고로 사라진 가부장적 남편들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황당무계 변장소동을 벌이는 내용을 다룬다.

극 중 공승연은 졸업작품 속 ‘무솔리니’ 연기 이후 꿈이 좌절된 채 주부로 살아가지만, 여전히 배우꿈을 잊지 않은 빌라페로사 최고 미녀 ‘모니카’ 역을 맡았다. 이연희, 안소희 등과 트리플 캐스트로서 발탁된 그는 유쾌한 무대호흡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매력들을 다양하게 비추면서 데뷔 첫 연극도전을 긍정적으로 마주하고 있다.
본연의 비주얼 매력과 대비되는 거침없는 목소리의 ‘무솔리니’ 캐릭터 연기와 함께, 다채로운 표정들을 더한 파격적인 남장연기를 소화해내는 그의 모습은 매체연기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새로운 성장을 시작했음을 느끼게 한다.
-데뷔 첫 연극 출연 결심?
▲작품을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대학로에서 자주 마주쳤던 장진 감독님과 연락을 나누던 찰나에 제안을 받았다. 혼자 읽으면서도 웃을 정도로 재미있는 대본이었고, 제가 표현할 모니카의 모습이 기대됐다. 또한 출중하신 선배들 틈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많겠다 싶었다.

-이연희, 안소희 등과 트리플 캐스트로 ‘모니카’ 역을 맡았다. 그에 따른 부담은?
▲예쁜 외모와 남장 연기를 하는 캐릭터라는 설정에서 비주얼적인 부담은 있었다(웃음). 그래서 메이크업팀과 어떻게든 꾸려나가고 있다. 남자 연기는 솔직히 부담보다는 재미있었다. 제 목소리가 중저음이라 좀 더 접근하기 편하기도 하고, 작품 속 ‘무솔리니’ 연기와 함께 중성적인 매력을 자연스레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 작은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 애교가 있는 안소희 모니카, 민낯부터 예쁘고 따뜻함이 있는 이연희 언니의 모니카까지 다양한 모니카들의 모습을 보면서 배우고 있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아직은 부끄러워서 지인들을 많이 부르지는 못했고, 괜히 신경 쓰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온다는 이들에게도 저 몰래 와달라고 했다. 동생 정연이는 연기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웃음) 대사 외울 때 녹음을 도와줬고, ‘언니 이날 두 장’, ‘이날은 혼자’ 하면서 대놓고 왔다. 공연 본 직후에는 정영주 언니와 저를 비교하면서 “뮤지컬 배우 선배님이랑 언니랑은 호흡이 다르네”라고 해서 “나도 알아” 했다(웃음). 또 최근 공연에서 객석에 앉은 윤경호 선배를 발견하고 나니 그때부터 잘하고 있는지 걱정되더라(웃음).

-극 중 다채로운 코믹 표정 연기가 돋보인다. 꽤 노력을 많이 했을 듯한데?
▲솔직히 부담은 됐었다. 어떻게 하면 무대 관객들이 모두 느낄 만큼 크게 할까 생각하면서 연습하다가 샤워하면서 거울을 봤는데, 스스로 얼굴을 못 보겠더라(웃음). 어느 정도 연습하고 나니까 점점 뻔뻔해지더라. 어떤 표정이 좋고 어떠한 자세가 적절할지 고민하기도 하고, 감정을 잘 표현하려고 오락가락 고심하곤 했다.
-소위 ‘잘생쁨’ 비주얼이 돋보이는 캐릭터인데, 스스로 보기에는 어땠나?
▲처음에는 스스로 어색하기도 하고 괜찮나 싶었는데, 볼수록 적응되더라. 카를로 역 선배들이 ‘모니카’ 역 배우들 모두 남장해도 예쁘다고 진짜 반하겠다고 하시는 말에 기운을 얻었다.

-파격적인 대사 톤이 애드리브처럼 느껴지기도 하던데?
▲감독님 특성이나 제 역량상 그런 부분은 없었다. 그저 다양한 조합들과 함께 오르내리는 감정선에 맞게 연습을 거듭해가면서 익힌 것들이다. 두 달 정도의 연습 기간 동안 감독님께서 연습량에 미안해하시면서도 “나중에는 고마워할 것”이라고 말씀해 주시더라(웃음).
-장진 감독의 조언이 있었다면?
▲10년간 무수히 많았던 배우들 사이에서 신선한 캐릭터를 보고 싶어 하셨는지, ‘자유롭게 해보라’는 말씀과 함께 무대 동선이나 무대 디자인을 구성하는 데 참여할 기회를 주셨다. 공연 이후에는 매번 꼼꼼히 체크해서 말씀해 주신다. 다만 그 말씀을 하실 때도 섬세하게 배려해서 말씀해 주신다.
-멀티 캐스트와 함께 다양한 조합으로 이뤄지는 ‘꽃의 비밀’. 다른 배우들과의 무대 호흡은 어떤지?
▲꿈만 같은 순간이다. 한때 같은 회사에 있었던 장영남 선배를 비롯해 함께해보지 못했던 배우들과 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기뻤다. 그들이 무대 공간을 채우는 에너지를 실감하면서 ‘동료들에 비해 동떨어져 보이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하곤 했다. 물론 첫 촬영, 첫 리딩 때와 마찬가지로 순간의 고비라고 생각한다.

-무대 연기를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무대 위에 서 있는 것 자체가 큰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매체와 무대 사이의 연기 표현은 다를 게 없지만, 움직임이나 대사 톤 등은 차이가 있다. 최근 영화 촬영과 함께 현장에서 제 연기 움직임이 달라졌음을 체감하면서, 선배들과의 연극 호흡이 제게 큰 도움이 됐음을 느꼈다.
-13년 차 배우 공승연, 앞으로의 포부?
▲활동 10년에 걸맞은 배우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큰 꿈보다는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많이 쓰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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