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펜타곤 진호와 오마이걸 효정이 1년 만에 돌아온 ‘천 개의 파랑’에서 다시 한번 따뜻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천 개의 파랑’은 로봇 콜리와 경주마 투데이를 중심으로 동물과 로봇, 인간과 종을 넘어선 이들의 회복과 화해의 연대를 그린 작품으로, 천선란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 |
▲ 사진=서울예술단 |
극 중 ‘콜리’ 역을 맡은 진호와 ‘연재’ 역을 맡은 효정은 최근 서울 중구 소재의 국립극장에서 SWTV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진호와 효정은 지난해 5월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 초연부터 이름을 올려 1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빠르게 돌아온 두 번째 시즌에 참여하게 된 소감과 새로 발전시킨 지점을 짚어 말했다.
(효정) “뮤지컬 무대에서 자유롭게 노래하면서 또 다른 행복을 느꼈고 짜릿함을 느꼈었다. ‘천 개의 파랑’이 재연을 하게 되면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서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부족했던 부분도 있었기에 연재라는 캐릭터를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한 시즌을 거치다 보니까 연재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각 인물을 대할 때의 감정 변화를 신경 썼던 것 같다. 이번 재연에서는 좀 더 다양해진 연재의 감정선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진호) “개인적으로 재연을 맡아서 한 경험이 처음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뭔가를 바꾸고 싶고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연습에 들어갔는데 해가 지나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캐릭터 해석의 여지가 더 많아진 느낌이다. 또 작품 안에서 퍼펫을 다루는데 조금 더 친해진 것 같다. 움직임이 좀 더 동기화가 잘 된 것 같고, 실제로 퍼펫도 보수를 더 했다. 보시기에 좀 더 동일화됐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효정은 ‘천 개의 파랑’이 첫 뮤지컬 작품이다. 걸그룹 데뷔 때부터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기획사 월말 평가 때도 뮤지컬 넘버를 부른 적이 있었다고 밝힌 그는 뮤지컬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걸그룹 준비를 오래 해왔지만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은 뮤지컬에 조금 더 있었다고 생각했다. 또 원래 감정을 실어서 토해내면서 노래하는 걸 워낙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부분은 뮤지컬에서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사실 연기라는 장르에 대해서는 두려움도 있고, 어려움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노래를 곁들인 연기라면 열심히 노력해서 할 수 있겠다는 믿음도 있었던 것 같다.”
![]() |
▲ 사진=서울예술단 |
그가 선택한 ‘천 개의 파랑’은 당시 창작 초연 작품이었다. 연습 과정에 있어 이미 많은 것들이 만들어져있는 라이센스 작품보다 난도가 높은 창작 초연 작품을 데뷔작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효정은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과 원작 소설을 언급했다.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얘기한 적은 많았지만, 캐스팅이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너무 놀랐는데 초연이라 제가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을 거라는 조언을 들어서 같이 만들 수 있다면 더 의미가 있고 정이 가겠다는 생각에 어려울 걸 알면서도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또 원작을 3일 만에 다 읽었다. 사실 책을 잘 못 읽는데 술술 읽히더라. 그래서 저 같은 ‘책알못’도 잘 읽는 책이라면 뮤지컬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나 쉽게 잘 못 접하시는 분들도 잘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뮤지컬 작품에서 효정이 연기하게 된 연재라는 인물은 로봇 연구원이란 꿈을 접고 방황하는 열일곱 소녀로, 항상 미소를 띤 얼굴로 밝고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전하던 그의 기존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는 배역이기도 했다.
이에 그는 “처음에는 왜 저한테 이런 역할이 들어왔는지 의아했었다”고 동감했지만, 연재가 지닌 이야기와 본인이 연결되는 지점을 풀어놓으며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재와 같이 어렸을 때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다. 그래서 이 작품으로 가족에 대해 돌이켜보게 되었다. 많은 분이 효정이라는 연예인을 생각했을 때 가족도 화목하고 밝을 거로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 그렇지만은 않다. 연제네 가족처럼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빠 이야기를 거의 8년 동안 하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어쩌면 나에게 있는 결핍과도 비슷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을 꺼내는 방법을 잘 몰랐는데, 연재를 연기하면서 조금은 꺼내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효정과 호흡을 맞춘 진호는 말을 타는 기수 휴머노이드로 제작되었지만, 실수로 학습 칩이 삽입된 로봇, 콜리를 연기한다. “작품을 처음 받았을 때는 진짜 로봇처럼 가야하나 싶었다”고 말하며 회상한 그는 AI에 대한 인식이 변하며 자연스럽게 따라간 연기 방향성을 전했다.
“작년만 해도 챗GPT가 이 정도로 상용화될지 아무도 몰랐던 것처럼 10년 후의 모습을 그린거다 보니까 AI가 진화하다 보면 어디까지 갈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고, 끝에는 더 발전된 미래에 인간과 로봇이 동기화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로봇이라는 단어 안에 갇혀 있던 것이 많이 허물어졌다고 생각하고 좀 더 열려 있는 콜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 |
▲ 사진=서울예술 |
콜리 역을 맡은 배우의 특이점은 퍼펫을 직접 조종한다는 점에 있다. 작품에 참여하기 전에는 ‘퍼펫’이라는 단어조차 몰랐다고 말한 그는 작품을 함께 만들어간 인형 파트너와의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10kg정도 되는 디테일한 퍼펫 제작에 시간이 걸려서 연습실에서는 종이 인형을 썼었다. 공연 전 주부터 실제 퍼펫과 호흡을 맞춰봤는데 제일 어려운 부분은 동기화였던 것 같다. 연기를 편하게 하고 싶다가도 모든 걸 퍼펫과 같이 해야 한다. 또 관절까지 구현이 됐지만 인간처럼 돌아가지는 않고 정해진 각도가 있어서 퍼펫티어 분들과 미리 다 약속해야 했다. 제가 왼팔과 머리를 조종하고, 다리를 조종하는 분과 오른팔을 조종하는 분이 따로 있는데 군무 수준으로 정해 놓는 부분이 많았고 거울 보면서 연습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이 작품의 최대 수혜자는 제가 맞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인 진호는 ‘천 개의 파랑’이 전하는 특유의 따뜻한 메시지를 직접 느끼며 받은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제가 남들이 봤을 때는 표현을 잘 못하고 성격도 딱딱한데 콜리가 처음에는 딱딱하다가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기쁨을 느끼고 점점 열려가는데 저도 그런 기쁨을 연기하다 보니까 좀 더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말하는 것들에 있어서 편해진 것 같다. 예전에는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요즘에는 실없는 소리도 좀 하다 보니까 사람이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진호와 효정은 각각 그룹 펜타곤, 오마이걸에 속해있는 아이돌 가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뮤지컬에 도전하는 가수들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처음 겪어보는 장르를 소화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효정) “초연 연습 때부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뮤지컬 연습이 처음이라 노래하면서 시선을 고정하고, 동작을 자연스러우면서 용감하게 해야 하는데 조금은 쑥스러웠던 것 같다. 근데 연출님께서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있으면 그냥 표현하면 된다고 얘기해주셔서 이번에는 연재의 마음에서 몸을 더 움직이게 되더라. 공연을 하다 보니까 마음이 편해지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아직 너무 부족하겠지만 초연보다는 무대에서 안정적인 느낌이 더 드는 것 같다.”
(진호) “아무래도 화면에 나오는 모습을 많이 봤었고 작은 동작으로 재미를 많이 주는 직업이다 보니까 동작이 무대에서 보이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또 춤을 오래 추다 보니 연기적인 동작도 안무처럼 박자에 맞춰서 들어가는 걸 처음에는 고치기 쉽지 않았다.”
![]() |
▲ 사진=서울예술단 |
하지만 의외로 뮤지컬 배우로서 노래하는 데는 기존 방식과 큰 차이를 두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앞서 ‘여신님이 보고 계셔’, ‘태양의 노래’ 등 몇 년간 여러 뮤지컬 작품에 참여해 온 진호는 가요를 부르는 가수로서 노래하는 데 더 고민이 있다고 밝히기도.
(효정) “거의 똑같은 것 같다. 가요, 넘버 모두 가사 전달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뮤지컬에서 제가 제일 신경 썼던 부분도 가사 전달이다. 딕션이나 가사의 포인트가 잘 들리게 하는 연습을 좀 더 했던 것 같고 이 노래의 스타일을 만든다기보다는 연재라는 캐릭터에서 표현하고 싶은 대로 했던 것 같다.”
(진호) “전 오히려 반대로 극을 오래 하다 보니까 가요할 때 조금 힘들 때가 있다. 뮤지컬에서 넘버가 등장하는 경우는 감정이 가다가 노래가 얹히는 것 뿐이다. 근데 가요를 할 때는 좀 더 개성이 있어야 하고 본인의 색깔을 만들어야 하는데 넘버를 얹는 과정이 익숙해지다 보니까 특색을 살리는 데 있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둘은 공통분모를 지닌 동료이자 무대 뒤에서 호흡을 맞추는 상대 배역으로서 서로를 의지하며 작품에 임했다. 이들은 어색했던 첫 만남과 연습 과정에서 함께 나눈 응원을 말하며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효정) “포스터 촬영 때 처음 만났는데 그때는 너무 어색했다. 서로 뽀글머리, 단발머리 가발 쓰고 사진을 찍었었는데 이렇게 친해질 줄 몰랐다. 제가 낯설어하고 긴장했을 때 옆에서 긴장을 많이 풀어줬던 것 같다.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라고,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줬다. 또 오빠가 노래를 워낙 잘하다 보니까 코칭을 잘 해줬다. 이런 콜리가 있어서 든든하고 편했고, 콜리라는 인물에 대해 저도 모르게 정이 막 쌓인다. 무대를 하면서도 너무 귀엽고 따뜻해 보이는 순간들이 있는데 가끔은 그게 진호 오빠처럼 보이기도 한다.”
(진호) “뮤지컬 연습할 때 배우들끼리는 잘하고 못한다는 얘기를 웬만하면 숨긴다. 근데 효정이가 정말 밝지 않나. 밝은 표정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면 안 도와줄 수가 없다. 제 원래 본업이 트레이너다 보니까 평가한다기보다는 좋은 점을 얘기해 주면서 심리적으로 도와줬던 것 같다. 워낙 알아서 잘해서 더 조언할 게 없었다.”
한편 ‘천 개의 파랑’은 윤태호, 진호, 서연정, 효정, 강해인, 김건혜 등이 출연하며 오는 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저작권자ⓒ SW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