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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 시절’ 진영의 색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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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로 관객을 만난 가수 겸 배우 진영. / 영화사테이크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로 관객을 만난 가수 겸 배우 진영. / 영화사테이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가수 겸 배우 진영이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감독 조영명)로 관객 앞에 섰다. 장난기 넘치고 순수한 10대의 얼굴부터 20대가 돼도 한결같이 첫사랑만 바라보는 순정파의 모습까지 다채롭게 빚어내며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그룹 B1A4로 데뷔한 진영은 영화 ‘내안의 그놈’,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리즈 등 다양한 작품에서 안정적인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배우로서도 단단한 입지를 다져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도 한 걸음 또 성장한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선아(다현 분)에게 고백하기까지 수많은 날을 보낸 철없었던 진우(진영 분)의 열여덟 첫사랑 스토리를 담은 영화다. 동명의 대만 레전드 로맨스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된 데 이어, 아시아 주요 34개국 동시 개봉을 비롯해 남미까지 순차 개봉하며 글로벌 주목을 받고 있다.

극 중 진영은 노는 게 제일 좋았던 10대 시절과 20대의 진우를 연기했다. 진영은 에너지 넘치고 발랄한 모습부터 첫사랑의 설렘과 아픔까지 다채로운 감정을 안정적인 연기로 소화하며 원작 캐릭터와는 또 다른 매력을 완성해 호평을 얻고 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진영은 “후회 없이 열심히 했다”며 진심을 다해 작품에 임했음을 전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정식 개봉을 통해 더 많은 관객을 만나게 됐다. 소감은. 

“오랜만에 영화를 하고 개봉하게 돼 감격스럽다. 스크린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 촬영 끝나고 2~3개월 만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아서 갔는데 처음이라 얼떨떨했다. 행복하면서도 정신이 없었다. 마냥 즐기지만은 못했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마음이 요동쳤다. 개봉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모든 것은 하늘이 내려주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후회 없이 열심히 했고 재밌게 했으니까 마음이 편하고 기분 좋다.”

-원작 팬이었다고. 부담은 없었나. 

“원작을 5번 볼 정도로 팬이다. 팬으로서 괜찮을까, 리메이크한 게 맞나 이런 생각이 처음에는 되게 컸다. 그런데 팬이니까 결국 욕심이 생기더라. 처음에는 너무 부담이었는데 나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나만의 색을 녹여서 하면 색다른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무작정 도전한 거다.”

자신만의 색깔로 진우를 빚어낸 진영 스틸. / 영화사테이크 ​
자신만의 색깔로 진우를 빚어낸 진영 스틸. / 영화사테이크 ​

-캐릭터에 다가간 과정은. 

“준비하면서 내가 어떤 감정으로 첫사랑에 대처했는지 정말 많이 생각했다. 지금의 나로서는 진우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거든. 왜 저럴까, 답답했다. 공감을 잘 못하다가 원작 캐릭터가 있지만 그것을 따라가기보다 나 자체를 녹여내는 게 어떨까 해서 나의 학창 시절 생각을 많이 했다. 예전의 나를 생각해 보니 진우의 행동이 다 공감되더라. 누군가 좋아할 때 나도 말을 못했거든. 계속 장난만 치고 결국 아예 말을 못한 경우도 있다. 좋아한다는 말이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그때를 생각해 보니 이해가 가더라.”

-원작 캐릭터와 가장 큰 차별점은.

“원작 캐릭터는 더 짓궂게 나온다. 나도 그렇게 하려면 충분히 하겠지만 나 자신을 생각했을 때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 장난스러운 면도 있는데 긍정적으로 살려고 하고 활발하면서도 허당스러운 모습의 나를 녹여내려고 했다. 2000년대 초반으로 시작해서 2002년으로 이어지는데 우리나라가 가장 뜨거웠던 시기잖나. 당시 우리가 느꼈단 우리만의 감성이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생각했고 내게도 되게 크게 다가왔다.”

-구체적으로 학창 시절 어떤 순간, 모습들이 진우를 공감하고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나. 

“첫사랑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웃음)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데 전학을 온 친구였다. 첫눈에 반한 거다. 그때 기억이 생생하고 그 감정이 너무 선명하다. 마음에 정말 드는데 말을 못걸겠는 거다. 너무 어려웠다. 좋아하게 됐는데도 말을 못걸겠더라. 그래서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했는데 잘 맞더라. 친한 친구처럼 대화를 진짜 열심히 했는데 막상 마주치니 서로 또 너무 부끄러운 거다. 계속 말을 잘 못했다. 그게 반복됐고 그렇게 흐지부지되면서 점점 멀어졌다. 고등학교 때도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는데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무작정 하교 시간에 딸기우유와 아버지가 선물 받은 잣 한 병을 전해줬다. 그런 기억들을 꺼내보니 진우가 너무 이해가 되더라. 진우는 성숙하지 못했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다.”

풋풋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진영(왼쪽)과 다현. / 영화사테이크
풋풋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진영(왼쪽)과 다현. / 영화사테이크

-선아를 바라보는 시선도 좋았다. 감추지만 드러나는 진우의 감정을 잘 표현했는데. 

“중요하게 여긴 포인트다. 표정이나 시선 처리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눈을 마주치기 힘들잖나. 민망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눈을 피하게 된다. 가장 마음에 드는 신이 복도에서 벌을 받는 신인데 그때 선아에 대한 마음이 생겼을 때라고 생각한다. 그 장면에서 진우의 대사가 없다. 다른 친구들은 다 말을 하는데 진우는 말을 하지 않고 몰래 선아를 쳐다본다. 그때 진우의 표정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진짜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진우와 선아는 왜 어긋났을까. 

“어려서라고 생각한다. 서로 타이밍이 안맞았던 거다. 우리 영화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 중 하나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연애든 사랑이든 타이밍이라고 하잖나. 감정의 타이밍도 그렇고 상황적으로도 그렇고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실패하는 것 같다. 그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성숙함이 있었다면 가능했을 거라고 보는데 그런 타이밍을 조절할 수 없는, 아직 순수한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어긋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다현의 첫 연기 도전이었다. 호흡은 어땠나. 아이돌 출신 연기자 선배로서 예전 생각도 많이 났을 것 같은데. 

“부러운 점이 많았다. 정말 잘하더라. 내가 처음 연기했을 때를 돌아봤는데 뭘 했는지 기억이 안나고 내 것을 하느라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런데 다현은 준비가 잘돼 있고 뭘 해야 할지 알고 해석도 너무 잘 해왔더라. 우는 장면도 처음부터 이미 몰입돼 있었다.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이 들어서 최대한 멀리 있다가 촬영에 들어갔는데 진짜 오열을 하더라. 너무 오열해서 대사를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게 너무 자연스럽더라. 진우가 당황해야 하는 신이었는데 나도 진짜 당황을 했다. 그래서 그 장면이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촬영이 끝나고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웠다. 이렇게 몰입이 된다는 것은 좋은 장점인데 나는 처음에 저렇게 할 수 있었나, 지금도 못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키스신도 있었다. 

“두려웠다.(웃음) 남남 키스신을 먼저 해서 그나마 안정이 된 상태로 할 수 있었는데 다현은 완전 처음이다 보니 엄청 긴장하고 걱정을 하더라. 금방 지나갈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파이팅 해보자고 말했다. 그렇게 서로 잘 다독이면서 진행했다.”

진영이 더 다채롭게 채워갈 앞날을 예고했다. / 영화사테이크 ​
진영이 더 다채롭게 채워갈 앞날을 예고했다. / 영화사테이크 ​

-동성 키스신도 파격적이었다. 

“그 장면이 코믹 같아 보이잖나. 충격적이니까. 나도 처음엔 웃었는데 볼수록 제일 슬픈 신인 것 같다. 진짜 사랑했던 사람의 결혼식에 가서 축하해주는 게 정말 힘든 일이잖나. 그런 선아에 대한 마음이 모두 폭발했다고 생각한다. 선아에 대한 마음이었던 거잖나. 그런 마음을 담았기 때문에 되게 슬픈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선아뿐 아니라 친구들과의 ‘케미스트리’도 중요했다. 현장에서는 어땠나. 

“서로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보드게임도 하고 맛집도 가고 수다도 많이 떨었다. 특히 촬영장에서 쉬는 시간에 거의 밖에 모여서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슛 들어가면 그대로 같이 들어가는 거다. 영화 안에서 우리가 노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마음이 컸고 그런 케미스트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로 정말 잘 통했다.”

-OST에도 참여했다. 

“작품을 할 때 주인공이 서사나 감정을 제일 잘 알잖나. 주인공이 곡을 썼을 때 그걸 잘 녹여낼 수 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꼭 OST 작업을 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현도 관심이 많더라. 같이 해보자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 작사는 해봤는데 작곡은 처음이라고 하더라. 열정적이고 아이디어를 많이 내줬다. 진짜 대단하다.”

-배우로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성취, 성장이 있다면.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게 와닿았다. 내 작품이고 내 캐릭터인데 공감을 하지 못하면 실패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돼서 공감하고 시작하는 게 맞잖나. 처음에는 진우를 공감하지 못하고 왜 이렇게 답답할까 했는데 공감하기 위해서 생각을 많이 했고 진우의 입장이 돼서 생각을 해보면서 공감하는 방법에 대해 배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어떻게 채워나가고 싶나. 

“늘 말하는 것이지만 어떤 역할이든 다 소화하고 싶다. 대신 이미 보여준 모습이 생각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그게 가장 좋은 배우가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위해 열심히 해야 하고 발전해야 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작품을 택할 때 생각이 정말 많았다. 흥행을 할지, 내 캐릭터가 살아날지, 내용이 재밌는지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다 보니 머리가 아팠다. 그런데 생각이 바뀐 게 내가 존경하는 선배들이나 할리우드 배우들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우리가 다 아는 작품도 있는데 전혀 못 들어본 작품도 있고 너무 많더라. 배우는 이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흥행 그런 걸 떠나 해볼 수 있는 역할,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에 도전하는 게 배우의 덕목이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해보고 싶고 도전하고 싶으면 과감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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