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의 갑작스러운 선종 이후 새로운 교황을 뽑는 성스러운 의식인 콘클라베가 시작된다. 전 세계 가톨릭의 중심을 다시 선발하는 엄격한 선거의 과정에 알려지지 않은 음모와 암투가 도사린다. 현실을 은유하지만 상상에 기댄 허구의 이야기인 영화 ‘콘클라베’가 5일 개봉한다. 공교롭게도 영화의 개봉을 앞둔 시기,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 악화로 인해 전 세계의 시선이 바티칸시국으로 향하고 있다. 영화와 현실은 엄연히 구분되지만 교황의 건강을 둘러싼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콘클라베’를 바라보는 관객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재 다균성 감염에 따른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 지난달 14일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 입원해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는 교황의 건강 상태에 대해 교황청은 3일(한국시간) 입장문을 내고 “이날 오후에도 급성 호흡 곤란 증세를 두 차례 겪었다”고 알리며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의식이 명확하고 방향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교황의 건강 회복에 마음을 모으는 상황에서 영화 ‘콘클라베’가 베일을 벗는다.
영화는 교황이 갑작스럽게 서거하는 상황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추기경 로렌스(레이프 파인스)가 콘클라베를 주도하는 단장에 임명되고, 그가 지지하는 벨리니(스탠리 투치)를 중심으로 트랑블레(존 리스고), 아데예미(루시안 음사마티)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선종한 교황이 임명한 미스터리한 추기경 베니테스(카를로스 디에즈)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콘클라베는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전 세계의 추기경들이 바티칸시국의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외부와 단절된 채 비밀리에 진행하는 투표를 뜻한다. 과반수로 한 명이 뽑힐 때까지 투표는 반복된다. 마지막 콘클라베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뽑힌 지난 2013년 3월 제266대 교황 선거였다. 영화에서 투표가 시작되자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둘러싼 추문과 비리가 연이어 폭로된다. 교황의 자리를 두고 비밀스러운 암투도 벌어진다. 그 중심에서 로렌스는 의심과 진실의 경계를 오가며 갈등하고, 윤리와 도덕을 지키는 몸부림으로 콘클라베를 주도해 나간다.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와 연기파 배우들의 명연기를 경쟁력으로 앞세운다. 로버트 해리스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영화 ‘팅거 테일러 솔저 스파이’ 등으로 인정받은 작가 피터 스트로갠이 각색을 맡아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였다. 지난 1월 열린 골든글로브를 시작으로 지난달 영국 아카데미와 크리스틱 초이스, 3일 개최한 미국 아카데미상까지 각색상을 싹쓸이한 성과가 탁월한 스토리의 힘을 증명한다.
원작 소설을 토대로 영화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피터 스크로갠 작가는 “원작은 이상주의와 영성, 현실 정치 사이의 긴장감을 오가는 훌륭한 정치 드라마”라며 “가장 보수적인 세상에서 놀랍도록 급진적인 반전을 일으키는 대담한 소설에 완벽히 매료됐다“고 밝혔다. 이를 연기로 표현한 레이프 파인스는 “소설 속 캐릭터들을 풍성하게 전개한 피터의 각본은 너무 아름다웠다”고 만족을 표했다.
성스러운 의식인 콘클라베를 다루면서도 이를 스릴러 장르로 풀어낸 솜씨도 탁월하다. ‘콘클라베’가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작품을 공개한 직후부터 호평이 집중된 배경이기도 하다. 현실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영화적인 개성과 재미를 가미한 작품이라는 평가다. 개봉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5시 현재 예매관객 1만4366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기록하면서 5일 개봉 이후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과 투톱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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