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곡 위의 한적한 능선에 자리 잡은 바이스로이 발리. 날이 좋으면 바투르 산이 보인다.

‘알랑알랑(Alang Alang)’이라는 초가지붕을 비롯해 발리 고유의 건축양식을 자랑한다. 객실 내부와 리조트 곳곳에 발리 원주민의 예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모든 빌라가 프라이빗 인피니티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창문을 열면 마주하는 경이로운 정글의 풍경.
흙과 향신료, 땀, 향수가 뒤섞인 향. 내가 좋아하는 인도네시아에서만 맡을 수 있는 향이다. 영혼이 살아 숨쉬는 것처럼 생생한 냄새. 이 향을 따라 도착한 곳은 인도네시아 발리, 그 곳에서도 우붓이다. 깊고 푸른 정글과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식 논,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 새벽이면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 자연이 건네는 따뜻한 환대와 함께 신묘한 기운까지 느껴지는 이곳 한가운데, 깊은 계곡을 따라 숨어 있는 보석 같은 공간. 바이스로이 발리(Viceroy Bali)에서 3일을 머물기로 했다. 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을 달려 바이스로이 발리에 도착했을 때 리조트는 온통 깜깜한 어둠에 가려져 있었지만 다음날 아침, 밤에 숨겨졌던 인피니티 수영장이 객실 테라스에 펼쳐졌고, 바로 앞에 우붓의 정글이 빼곡했다. 이 리조트는 40개의 스위트룸과 빌라로 이뤄져 있고, 모든 객실이 넓고 프라이빗한 수영장을 갖추고 있어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경이로운 풍경과 럭셔리한 객실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그럼에도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였다. 바이스로이 발리는 호주 출신의 한 일가가 2002년에 설립한 이래 현재까지 직접 운영하는 가족 경영 리조트다. 리조트에서 내가 가는 곳마다 총지배인 ‘어맨다 시로와트카(Amanda Syrowatka)’가 곳곳을 섬세한 시선으로 살피고 있었다. 운이 좋으면 리조트를 자유롭게 누비고 다니는 어맨다의 푸들 강아지도 마주칠 수 있다! 직원들 또한 대부분 15년 이상의 장기 근속자로 이곳에서 느껴지는 서비스와 태도에는 직업 이상의 애정과 만족감이 묻어난다.

발리 전통 양식에 현대적인 감성이 더해진 욕실.

1920년대 재즈 시대 스피크이지 바에서 영감받은 핀스트라이프 바.

캄파리 바텐더 대회 우승자이자 핀스트라이프 바의 수석 믹솔로지스트 판지 위라완의 솜씨가 담긴 시그너처 칵테일.
소담하고 따뜻한 환대는 전통 발리니스 스파, 프랑스 정통 파인 다이닝, 스피크이지 바 같은 공간에서도 느껴졌다. 벨기에 출신의 〈미슐랭 가이드〉 스타 셰프 닉 반데르비켄(Nic Vanderbeeken)이 이끄는 ‘아페리티프’는 1920년대 아르데코 디자인이 돋보이는 공간에서 프랑스 정통 파인 다이닝을 선보인다. 킴 카다시안과 줄리아 로버츠까지 다양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방문하기도! 우붓에서 경험한 7가지 코스의 프랑스 요리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감각을 선사했다. 레스토랑 맞은편에 있는 ‘핀스트라이프’ 바도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아페리티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다채로운 페어링을 내놓는다. 1920년대 스피크이지 분위기를 재현한 공간으로 수석 믹솔로지스트 ‘판지 위라완(Panji Wisrawan)’은 2019년 캄파리 바텐더 대회 우승자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복잡한 풍미의 ‘잭 앤 로즈’ 칵테일은 우붓의 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이곳에서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내면의 여유와 평온함, 동시에 마음 한 켠에선 외로움이 스치는 순간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왔다면 어땠을까?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한다. 발리에서 완벽한 쉼을 꿈꾼다면 해답은 우붓, 바이스로이 발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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