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민희진, 법에 맡기자는데 왜 이리 급할까[이슈&톡]

한 자리에 모인 국내 K팝 종사자들이 전속계약 분쟁 중인 뉴진스, 어도어 사태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를 피력하며 한 말이다. 자신들의 연대는 특정 그룹, 뉴진스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특정 기업, 하이브나 어도어를 대변하기 위한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음레협), 한국음반산업협회(음산협),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 등 5개 단체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음반제작자가 없다면 K-팝도 없다’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5개 단체가 기자회견의 시작을 명분 설명하기에 할애한 이유는 일각에서 제기된 ‘특정 기업 편들기’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 부모들은 5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발표하자 성명서를 통해 하이브와 어도어가 또 여론전을 한다며 날을 세웠다. 뉴진스 공식 팬클럽 버니즈가 5개 단체 기자회견 전날 배포한 성명서 역시 부모들의 감정적인 뉘앙스에 비해 절제됐지만 요지는 비슷하다.

이날 5개 단체는 ‘편들기’는 없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뉴진스, 어도어 사태의 핵심인 전속계약 분쟁 과정에서 뉴진스가 보여주는 행보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쉽게 말하자면, 전속계약 효력이 구두만으로 성립될 수 없듯 해지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한매연 이남경 국장은 “단순히 전속계약서 폐지를 주장하고 나가는 현 사태는 굉장히 위험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며 “전속계약 신뢰도 자체를 흐트리는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인 전속계약 해지 선언, 그에 따른 독자적 활동 등은 매우 위험하다”고 밝혔다.

이들의 핵심적 메시지는 생각 보다 단순하고 한결같다. 첫째는 현 구조에서는 소속 아티스트와 기획사의 분쟁이 쉽게 일어날 수 있으니 서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요구고, 둘째는 갈등이 발생했다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주장이다.

비교적 분명히 전달된 5개 단체의 메시지는 “법적 판단을 기다려 달라”는 어도어의 입장과 흡사하다. 뉴진스 멤버들과 이들의 부모들, 또 이들의 중심에 있는 민희진의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밖에 없고, 이는 현 사태를 지켜보는 버니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성장세인 산업일수록 시장에 뛰어든 이해 당사자들의 충돌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뉴진스 민희진, 어도어의 경우처럼 타협과 중재가 불가능한 갈등이 대부분이다. 골이 깊을수록 양측이 말하는 진실과 정의는 결국 자신들만의 것일 수밖에 없다. 들어주기는커녕 귀를 막은 상대에게 나의 주장을 도돌이표 노래처럼 되풀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갈등 해결은 필연적으로 수사, 사법 기관의 판단에 맡겨지게 된다.

사법 기관의 수사와 최종 결과만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식’이 바로 이런 것이다. 수 십, 수 백억 원의 자본이 소요된 사업에서 발생한 이해 충돌이라면 싫든 좋든 양측이 수긍할 수밖에 없는 판결이 중요하다. 양측은 그 최후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법률대리인을 고용해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고, 최종 판결에 대한 해석은 언론과 여론의 몫이지 이해 당사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수긍 뿐이다.

버니즈는 ‘법원의 결정도 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5개 단체가 특정 사건의 가처분 심문기일 직전에 하이브와 어도어 입장만을 대변하는 편향적 여론전’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말이 5개 단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뉴진스가 독자활동을 하든 말든 우선은 전속계약 유효확인의 소 판결을 기다리고, 그에 따른 행보를 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멤버들에게 유리한 판결이라면 어도어는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것이고,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법치 국가에서 법을 룰로 삼아 전쟁을 치르자는데 뉴진스와 민희진은 왜 이리 야단법석일까. 이들이 정말 억울하다면 오히려 법적 판단을 절실히 바라야 하는 게 아닌가.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