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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달려라 하니’, K애니메이션의 무한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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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혁 작가의 판타지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퇴마록'의 한 장면. 지난 21일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사진제공=쇼박스
이우혁 작가의 판타지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퇴마록’의 한 장면. 지난 21일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사진제공=쇼박스

K애니메이션이 최근 다양한 변주와 시도를 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월드디즈니와 픽사, 드림웍스를 보유한 미국이나 스튜디오 지브리로 상징되는 일본 등에 비해 한국의 애니메이션은 상대적으로 극장 개봉 영화로 확장되지 않았지만 최근 여러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1일 개봉한 ‘퇴마록'(감독 김동철·제작 로커 스튜디오)은 평단과 관객의 고른 지지와 호평을 받으며 K오컬트 애니메이션의 신호탄을 쐈다. 최근 ‘파묘’와 ‘검은 수녀들’ 등 오컬트 장르의 극영화가 활발히 제작되는 가운데 그 흐름에 애니메이션이 합류한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는 26일까지 16만9517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동원하면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안착했다. 시작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상황은 아니지만 꾸준한 관심 속에 장기 상영의 기틀을 마련했고, 북미와 남미를 비롯해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까지 12개국에 판매됐다.

K애니메이션의 변주는 지난해 8월 개봉해 124만명의 관객 동원한 ‘사랑의 하츄핑’의 성공에 힘입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부모와 어린 자녀가 함께 보는 영유아 애니메이션의 시장성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특히 디즈니로 상징되는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을 넘어 최근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극장에서 뚜렷한 흥행 성과를 이룬 상황도 K애니메이션의 다양한 시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 도전은 ‘퇴마록’에 이어 또 다른 K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과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로 이어진다. 

● ‘퇴마록’ K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모델 될까 

‘퇴마록’은 절대적인 힘을 얻기 위해 산 자들을 제물로 바치는 해동밀교의 145대 교주를 막으려는 다섯 호법들과 퇴마사들의 이야기다. 1990년대 인터넷 소설로 연재를 시작해 종이책으로도 발간된 이우혁 작가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시리즈 가운데 국내편 1권 ‘하늘이 불타던 날’을 다룬 이번 애니메이션은 스타일라이즈드(현실과 다르게 과장된 비율과 생동감 있는 색감 특징) 형태의 3D 애니메이션 작화를 이용해 원작의 분위기를 개성 있는 비주얼로 구현했다. 개봉 전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와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작진은 ‘퇴마록’을 단일 영화에 그치지 않고 방대한 원작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다루는 시리즈로 확장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퇴마록’의 투자배급사 쇼박스의 조수빈 팀장은 “원작 IP가 워낙 탄탄하고 최근에 오컬트 장르에 대한 관객의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라며 “30년 전 원작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연출과 해외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 제작비 규모가 낮은데도 한국만의 개성으로 기술력을 보여줘 관객을 선택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쇼박스는 지난해 ‘파묘’를 통해 오컬트 장르의 영화로는 처음 1000만 관객 성과를 거뒀고, 극장에서 자녀와 부모가 함께 보는 K애니메이션의 경쟁력을 증명한 ‘사랑의 하츄핑’의 배급도 맡았다. 이번 ‘퇴마록’은 앞선 작품들로 성과를 일군 쇼박스의 노하우가 집약된 작품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미스터 로봇'(왼쪽)과 '달려라 하니'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미스터 로봇'(왼쪽)과 ‘달려라 하니’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 추억 자극하는 애니부터 SF 장르까지 다변화 

이런 흐름 속에 올해는 다양한 장르의 K애니메이션이 꾸준히 관객을 찾아온다. 오는 4월4일 개봉하는 ‘미스터 로봇'(감독 이대희·제작 이대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은 인공지능 로봇으로 자동화가 된 근미래가 배경인 SF 장르다. 새롭게 출시된 로봇 맥스가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키는데, 이를 막던 관리대 대원인 한태평이 혼수상태에 빠지며 사건이 펼쳐진다. 한태평은 폐기 직전 상태에 놓인 맥스의 몸으로 다시 눈을 뜨게 되고, 가족을 잃은 소녀 나나와 얽히면서 특별한 여정을 시작한다.

SF장르는 한국영화에서도 최근 자주 도전하고 있지만 완성도에 대한 평가나 흥행 성과 면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2021년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부터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시리즈와 김용화 감독의 ‘더 문’ 등이다. 애니메이션도 SF 장르에 주목해왔다. 2014년 개봉한 ‘고스트 메신저’부터 2023년 개봉한 ‘거신: 바람의 아이’ 등에 이어 이번 ‘미스터 로봇’은 더욱 진일보한 기술력을 내세운다. 3D 그래픽 기술인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기법을 활용해 로봇 액션 장면들을 보다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40년 전 만화잡지 ‘보물섬’에서 처음 연재를 시작해 TV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송한 ‘달려라 하니’ 역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감독 허정수·제작 플레이칸)는 하니 탄생 40주년을 맞아 오리지널 스토리로 새롭게 제작하는 극장판이다. 고등학생이 된 하니와 나애리가 서로 경쟁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이진주 작가의 원작은 1985년부터 1987년까지 총 30화로 연재됐고, 이후 1988년 KBS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송했다. 이번 극장판은 1980년대 중후반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 돌아가신 어머니로 인해 홀로 옥탑방에서 살던 하니가 중학교에서 담임이자 체육교사인 홍두깨를 만나 육상부에 들어가 꿈을 이뤄가는 내용이다.

‘퇴마록’처럼 ‘달려라 하니’도 오랜 기간 사랑받는 슈퍼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폭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단일 영화에 그치지 않고 시리즈로 제작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쟁력도 지녔다. ‘향수’를 자극한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지닌다. 앞서 K애니메이션의 최고 기록을 보유한 2011년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222만명) 도 황선미 작가의 동명 동화가 원작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엄청난 인기를 끈 것처럼 ‘퇴마록’의 원작 소설도 지금의 중장년층에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며 “특히 ‘퇴마록’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인지하고 주목한 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 꾸준히 초청받는 안재훈 감독의 ‘소나기’와 ‘무녀도’ ‘아가미’ 등 작품을 예로 들면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은 이미 많이 발전돼 있다”고 덧붙였다.  

애니메이션 영화 '사랑의 하츄핑'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애니메이션 영화 ‘사랑의 하츄핑’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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