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한 무한 긍정 소녀 인영(이레 분)은 하루아침에 혼자가 되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는다. 좋아하는 춤을 추며 하루하루를 버텨내지만 홀로 보내는 일상은 녹록지 않고 만년 센터 나리(정수빈 분)와의 묘한 기싸움과 친구들의 시기, 질투까지 더해져 삶은 고되기만 하다.
그런 인영에게 힘이 되는 건 유일한 남사친 도윤(이정하 분)과 동네 괴짜 약사 동욱(손석구 분)이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며 인영을 응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인영은 예술단의 마녀 감독 설아(진서연 분)와 한집살이를 하게 되고 또 한 번 삶의 변화와 마주하게 된다.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혼자서는 서툴지만 함께라서 괜찮은 이들이 서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쿠팡플레이 시리즈 ‘유니콘’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혜영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첫 공개된 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1회 호치민국제영화제 △제14회 베이징국제영화제 △제71회 시드니 영화제 등 전 세계 50개국의 러브콜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정곰상 제너레이션 K플러스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대단히 특별하거나 극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마음을 건드리는 ‘힘’이 있다. 그 중심엔 무한 긍정 소녀 인영이 있다. 인영은 혹독한 세상에 홀로 남겨졌지만 모든 것을 괜찮게 바라보려 하는 씩씩하고 솔직한 매력의 당찬 여고생이다.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혼자가 된 인영은 유통기한 지난 빵으로 끼니를 떼우고 월세가 밀려 살던 집에서도 쫓겨난다. 혼자라는 이유로 친구들의 뒷담화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영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 빨지 않은 양말이지만 냄새만 나지 않으면 하루이틀 더 신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고 굶주린 배는 급식실에서 야무지게 채운다. 자신을 헐뜯는 것도 듣고만 있지 않는다. 다리를 걸어 응수하고 지지 않는 ‘말빨’로 당당히 맞선다.
영화는 고등학교 소녀가 견디기엔 너무나 무겁고 버거운 현실이지만 하루하루 씩씩하고 당차게 살아내는 인영의 모습을 사랑스러우면서도 경쾌하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그려내 웃음과 공감, 용기와 위로를 전한다. 또 그 과정에서 주변인들과 관계를 맺고 감정을 교류하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인영의 모습을 통해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한국 무용을 소재로 한 점도 영화의 매력을 더욱 풍성하게 완성한다. 오프닝부터 화려한 무용 공연으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한 사람만 잘한다고 완성될 수 없는 군무를 활용, ‘화합’이라는 영화 속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치로 사용되기도 한다. 무용을 통해 인영과 설아, 인영과 나리 등 인물들의 관계 변화를 보여주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연기 천재’ 이레는 이번에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탄탄한 연기 내공을 쌓아온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층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홀로 극을 이끄는 역할도 거뜬히 해내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입증한다. 해맑고 수다스러운 여고생의 순수한 면모부터 씩씩하고 당찬 얼굴 속 숨겨둔 아픔까지 입체적으로 완성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예술단 마녀 감독 설아 역의 진서연, 예술단 센터 나리로 분한 정수빈, 인영의 남사친 도윤을 연기한 이정하, 말 처방과 약 처방을 동시에 해주는 약사 동욱 역의 손석구 등도 각자의 개성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빚어내며 신선한 시너지를 완성한다.
김혜영 감독은 “우리 모두 치열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조금씩 스스로에게 관대해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며 “진부하게 느낄 수 있지만 별거 아닌 말일수록 하기 힘들지 않나. 실수해도 괜찮다. 힘들 땐 서로에게 기대어 쉰 다음 다시 걸어가면 되고 완벽함이 삶을 지배하지 않으면 좋겠다. 편안하고 따뜻하게 보면 좋을 영화다. 보고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러닝타임 102분, 오는 26일 개봉.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