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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배우 김새론이 세상을 등졌다. 스물다섯, 삶의 예쁨이 막 피어날 나이다. 이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감정에 휩싸였을 테다. 기괴한 죄책감. 아직, 그리고 여전히 꽃다워야 할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데 대해선 누구도 피하지 못할 부채를 안을 수밖에 없기에.
영화 ‘여행자’의 ‘진희’ 역으로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하며 천재 아역배우의 등장이란 찬사를 받았고, 영화 ‘아저씨’의 ‘소미’ 역으로 ‘국민 여동생’이 되어 대중의 더없는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 찬사와 사랑이 증오와 비난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아역 시절의 사랑스러움을 간직한 채 그저 앞으로 다가올 나이에 필요한 모든 매력이 적절하게 추가된 모양새로 성장했고 배우로서 연기력 또한 흠잡을 데 없었다. 김새론은 단연, 선망 또는 질투의 대상에 이름을 올릴 만한 스타 중의 스타였다. 하지만 스타는 독이 든 성배를 받는 자리라고도 한다. 그만큼 수많은 날 선 잣대들이 주변을 배회하는 위험천만한 위치로, 김새론 또한 이를 피해 갈 순 없었다. 특히 다른 무엇도 아닌, 음주 운전 사고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스타로서 치명적인 상황에 부닥쳤다고 볼 수 있는데 김새론을 향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하였다. 이때다 싶게, 진위가 파악되지 않은 갖가지 루머가 조금씩 목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했고 거의 모든 대중의 시선이 그녀를 힐난했다. 표현 그대로 일순간 벌어진 ‘국민 여동생’의 추락이었다. 그녀는 경찰에 출석해야 했으며 출연하기로 되어 있던, 심지어 찍어놓은 작품에서 하차해야 했다. 음주 운전 사고로 피해를 준 것에 대한 보상을 해야 했고, 위약금 또한 지급해야 했다.
한 번의 실수로 치러야 할 대가는 엄혹했다. 스타였기에, 대중이 보내는 사랑과 신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그러해야 할 도의적 의무를 지닌 위치였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문제는 이 대가를 치르는 기간이 도대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는 것. 시간이 흘러도 대중의 냉각화된 시선과 마음은 당최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다, 연극 무대에 올라 배우로서의 삶을 지속해 보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전히 활기가 넘치는 비난 여론에 의해 실패했다. 배우 김새론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뉴스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한 번의 실수였지만 누구도 그녀를 위해 나서서 옹호하거나 변론해 주지 않았다, 혹은 못 했다. 대중에게 그녀는 미운털 단단히 박힌, 대단히 고까운 스타였고. 한때 어딜 가나 넘치는 사랑과 환대를 받아넘기던 스타가 이제, 대대적인 미움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그녀로선 반박할 여지도 반기를 들어볼 여력도 없었으리라. 대중의 신뢰도, 소속사도 잃은 배우는 철저히 약자에 불과하여,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자숙하며 용서를 받는 구간이 찾아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은 계속 보이지 않고, 이 암흑이 과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들의 거셈은 여전하다. 어린 나이부터 연기를 시작하여 스물다섯에 이른 김새론으로서는 연기 이외의 세계를 생각할 수 없었겠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어두운 골목 한 가운데서 끝없는 절망과 좌절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겠다. 무엇보다 슬픈 사실은 이제 이전의 김새론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거다. 대중의 인식 속에 배우 김새론은, 음주 운전 이후의 얼굴이다. 김새론은 부당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고 체념했을 수도 있다. 대중이 그녀를 용인해 줄 시기를 도통, 아니 용인해 줄지도 알 수 없으니. 어쩌면 그녀를 절망 속으로 떠민 건 이렇게 우리 모두일 수도 있다. 기괴한 죄책감이 목을 메이게 만든다. 삼가 조의를 표한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김새론SNS,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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