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재훈 기자] 세계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로 평가 받는 밥 딜런도 20대 풋내기 뮤지션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 20대 청년이던 밥 딜런이 2025년 당대 최고의 배우 티모시 살라메를 통해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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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플리트 언노운’ 스틸 컷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그런 영화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61년부터 1965년 미국은 매카시즘의 광풍에서 벗어나 존 F 케네디라는 지도자를 통해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혁신적인 진보를 기대하던 시기였지만 인종 차별이 여전했고, 동서 냉전은 갈수록 첨예해져 가는 시기였다.
그러는 와중에 케네디 대통령과 흑인 민권운동가 말콤 엑스가 피살됐고, 미국의 청년들은 절망에 빠져들었다. 한편으로는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으며 반전운동에 나서는 등 각자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활동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상의 시대였고, 음악의 주된 모티브는 반항이었던 이 시기를 청년으로 살아갔던 인물이 밥 딜런이다.
갓 스무살의 ‘포크 청년’ 밥 딜런은 이 시기 포크 뮤지션으로서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입지를 다지고, 포크 음악의 아이콘으로 성장했고, 포크를 뛰어 넘어 새로운 변화의 시기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했다.
포크 음악은 개인의 일상부터 사회문제까지 다양한 소재를 때로는 평범한 일상의 언어로, 때로는 심오한 철학적 언어로 가사로 만들어 통기타, 하모니카와 같은 담백한 어쿠스틱 악기의 선율에 실어 노래하는 음악이다.
이제 막 세상에 눈을 뜨려 하던 청년 밥 딜런에게 포크 음악은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적합은 음악이었던 것 같다.
자신의 우상 우디 거스리를 병문안 하기 위해 뉴욕의 병원을 찾았다가 피트 시거(에드워드 노튼분)를 만나 펼쳐낸 담백한 노래 한 자락은 밥 딜런이 입고 있던 그의 옷처럼 딱 맞는 그런 것이었음을 피트 시거는 직감했다.
그리고 피트 시거의 직감대로 밥 딜런은 20대 중반의 나이에 포크 음악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성장했고, 그와 그의 음악은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쳤다. ,
1970년대 청바지와 통기타로 대변되는 한국의 청년 문화의 태동에 미국의 포크 음악, 그리고 밥 딜런의 음악이 미친 영향력이 지대했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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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플리트 언노운’ 스틸 컷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티모시 살라메는 5년 이라는 시간을 들여 밥 딜런이 거쳤던 이 과정을 연구했다. 그의 외모는 물론 연주와 노래까지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경주한 노력으로 ‘컴플리트 언노운’이라는 놀라운 연구의 결과물을 내놨다.
실제로 티모시 살라메는 한 인터뷰에서 “밥 딜런의 음악과 그라는 사람 자체를 오랫동안 열심히 연구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티모시 살라메가 이렇게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은 역시 그의 연주와 노래다.
화면을 통해 전달된 그의 통기타 연주와 하모니카 연주, 노래는 어떤 현대적인 영화적 장치나 기교도 개입되지 않은 ‘진짜’였다. 밥 딜런 연기를 위해 그에게 5년6개월 이란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에 대해 티모시 살라메는 그의 연주와 노래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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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플리트 언노운’ 스틸 컷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영화의 제작노트에 따르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관객으로서 감정이 라이브 공연을 통해 가장 잘 전달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촬영 시작 전에 감독과 제작진은 시간 절약을 위해 일부 장면을 제외하고는 사전에 녹음된 사운드를 재생하는 플레이백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러나 첫 공연 촬영에서 티모시 샬라메가 “이 배역을 위해 5년을 준비했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플레이백을 사용하지 않겠다”라고 라이브를 선언하며 ‘컴플리트 언노운’ 속 음악들은 올라이브로 완성될 수 있었다.
또한 티모시 샬라메는 “라이브로 노래하고 연주하는 게 중요했다. 제가 직접 할 수 있는데 꼼수를 쓸 이유가 없었고 도전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라이브를 선언한 이유와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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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플리트 언노운’ 스틸 컷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이 영화에서 밥 딜런의 음악적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조안 바에즈를 연기한 모니카 바바로 역시 놀라운 싱크로율로 그 시절 조안 바에즈를 재현해냈다.
모니카 바바로는 “조안 바에즈는 굉장히 넓은 소프라노 음역대를 가지고 있었고 다행히 훌륭한 보컬 코치와 함께 훈련하면서 제작진이 요청한 것보다 더 높은 음역대까지 노래할 수 있게 됐다” 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들려오는 모니카 바바로의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보이스에 그 시절 조안 바에즈의 노래에서 느낄 수 있는 맑고 청아함, 그 속에 담긴 애수가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밥 딜런과 조안 바에즈가 함께 밤을 보낸 뒤 침대에서 밥 딜런의 통기타 연주로 불후의명곡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를 함께 부르는 장면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한편으로는 국내 포크 뮤지션인 양병집이 리메이크 했고, 훗날 고 김광석에 의해 다시 리메이크 됐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라는 곡의 원곡인 밥 딜런의 ‘돈트 띵크 트와이스, 잇츠 올라잇(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이 흘러나오는 장면에서는 ‘빙긋’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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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플리트 언노운’ 스틸 컷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밥 딜런은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 공연에서 자신의 밴드와 함께 나서 주최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포크 음악에서 금기시 됐던 전기 기타를 연주하며 ‘라이크 어 롤링스톤(Like a Rolling Stone)’을 노래함으로써 해 관객들로부터 엄청난 야유를 받았지만 그의 새로운 시도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이후에도 결코 포크 음악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감행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밥 딜런의 선구자적인 시도는 세계 대중음악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대중음악인으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 부분도 그가 이 지구촌에서 문화적으로 어떤 존재인지를 드러내 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이룬 모든 예술적 성취의 밑바탕은 역시 그의 음악적 뿌리 포크 음악이다.
이 영화는 위대한 음악인 밥 딜런의 처음을, 청년인 밥 딜런을 오롯이 만날 수 있는 영화다.
티모시 살라메라는 당대 최고의 배우가 어떤 잔꾀도 부리지 않고, AI의 힘도 빌리지 않은 가운데 무려 1만 시간을 공을 들인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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