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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으로 무장한 화가 부부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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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외관. 증축 과정에서 만든 다락부를 목재로 둘러싸 변화를 보여주었다.
집의 외관. 증축 과정에서 만든 다락부를 목재로 둘러싸 변화를 보여주었다.

집의 외관. 증축 과정에서 만든 다락부를 목재로 둘러싸 변화를 보여주었다.

마루에서 바라본 책장 뒷면. 위아래가 막혀 있지 않아 공간을 가볍게 분리한다. 애정하는 동료 작가의 그림을 걸어두었다.
마루에서 바라본 책장 뒷면. 위아래가 막혀 있지 않아 공간을 가볍게 분리한다. 애정하는 동료 작가의 그림을 걸어두었다.

마루에서 바라본 책장 뒷면. 위아래가 막혀 있지 않아 공간을 가볍게 분리한다. 애정하는 동료 작가의 그림을 걸어두었다.

화가 권순영·노충현 부부는 오래전 연희동 구옥에 터를 잡았다. 긴 전세살이 끝에 마련한 낡디낡은 집을 최소한으로 고쳐 살기를 약 8년 동안 해오다가 2년 전 리모델링을 결심했다. 폐가에 가까운 이웃 주택이 근사하게 변모한 모습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저희가 사려고 했다가 상태가 안 좋아 포기한 주택이었어요. 이후로도 한참 동안 방치됐는데 어느 날 몰라보게 바뀐 거예요. 궁금증이 일어 무작정 노크를 했죠. 알고 보니 집이 아니라 건축사무소였어요.” 단순 도배나 단열 개선 정도에 그치겠거니 했던 느슨한 수선 계획은 에이코랩 정이삭 건축가를 만나 몸집을 키웠다. 적잖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고칠 결심을 한 건 삶에서 큰 변화가 필요한 때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두 번째 장을 연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언제부턴가 불안하고 예민한 감정이 확 솟을 때가 간혹 있었어요. 주변 사람에게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았죠. 문득 집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은 연식만큼 구조 보강이 불가피했다.

마루 위, 신혼시절 혼수로 장만한 자개장.
마루 위, 신혼시절 혼수로 장만한 자개장.

마루 위, 신혼시절 혼수로 장만한 자개장.

2층 작업실.
2층 작업실.

2층 작업실.

새로 짓는 것과 마찬가지인 공사가 진행됐지만 외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래된 이 집의 정체성, 저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지키고 싶었어요. 저는 형편에 맞게 소박하고 검소하게 살아왔어요. 그런 제게 지나치게 새것 같고 화려한 공간은 맞지 않아요. 오래 알고 지낸 이웃들에게 위화감을 주고 싶지도 않았고요.” 기존 2층에서 3층까지 증축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은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옆집의 전망을 가리면서까지 무리하게 층을 높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다락을 만들어 공간감을 개선하는 정도로 만족했다. 경사진 골목과 면한 철제 대문을 지나면 소담한 분위기의 마당이 나타난다. 서로 다른 크기의 화분과 자그마한 평상을 지나 미닫이문을 통과하면 친근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의 생활공간이 펼쳐진다. 다이닝 테이블과 주방 찬장, 싱크대, 책장 등의 가구는 모두 집의 모양과 집주인의 취향에 맞춰 건축설계 과정에서 맞춤 제작했다. 내단열 보강으로 실내면적이 줄었지만 층고가 높아 체감면적은 도리어 늘어났다. 1층은 화장실을 제외하고 공간을 나누는 벽이 없다. 불필요하게 공간을 구획하는 내력벽을 공사 과정에서 모두 철거했다. 대신 한가운데에 목조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을 중심으로 뻗은 천장의 검은 라인으로 암묵적인 경계를 만들었다. 다이닝 테이블을 마주한 책장 뒤편엔 건축가의 제안으로 놓은 마루가 자리한다. 널찍한 창과 마주하고 있어 앉으면 바깥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 마루를 두 사람은 침실처럼 쓴다. “침대가 없어 처음엔 불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장점이 더 많아요.

열십자형 목재 기둥이 구조를 탄탄히 보강하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열십자형 목재 기둥이 구조를 탄탄히 보강하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열십자형 목재 기둥이 구조를 탄탄히 보강하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맞춤 제작한 테이블과 찻장.
맞춤 제작한 테이블과 찻장.
마루 맞은편, 화장대로 쓰는 수납장 앞의 자개 문갑과 거울.
마루 맞은편, 화장대로 쓰는 수납장 앞의 자개 문갑과 거울.
싱크대 등이 있는 거실 겸 주방.
싱크대 등이 있는 거실 겸 주방.
2층 작업실로 향하는 외부 계단. 작업실 신발장의 금속 마감 디테일.
2층 작업실로 향하는 외부 계단. 작업실 신발장의 금속 마감 디테일.

아침저녁으로 이불을 개고 펴는 건 일상에 필요한 적당한 규칙이 됐죠. 무엇보다 불면증이 크게 나아졌어요. 이사 첫날, 마루에서 자는데 마침 장마비가 쏟아지더라고요. 누워서 빗소리를 듣는데 ‘이게 집이 주는 즐거움이구나’ 싶었죠. 집을 고치는 일이 시간적·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어요. 이렇게 몸과 마음이 회복되니 생활과 작업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죠.” 부부의 일상은 집의 생김새만큼이나 소박하고 단출하다. 두 사람은 같이 식사하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각자의 작업실에서 보낸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중·주말 할 것 없이 노충현은 외부 작업실로, 권순영은 2층으로 향하는 당연한 일상에서 서로 오랫동안 존중해 온 두터운 신뢰가 느껴진다. 볕이 잘 들고 전망이 좋은 2층에서 권순영은 점심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에 10시간 이상 머물며 작업에 몰두한다. “원래 제 작업실은 옥탑에 있는 원룸이었어요. 리모델링 과정에서 남편과 상의하다 1층을 생활공간으로 쓰고, 2층을 작업실로 쓰기로 했죠. 공간이 바뀌니 다른 건 몰라도 확실히 몰입하는 시간이 빨라졌어요. 언제든 하늘과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도움이 돼요.

2층 작업실 한 편에 놓인 권순영 작가의 그림.
2층 작업실 한 편에 놓인 권순영 작가의 그림.

2층 작업실 한 편에 놓인 권순영 작가의 그림.

이사 오자마자 작업이 잘돼서 신작도 금방금방 나왔어요. 신나서 힘든 줄도 모르고 그리다 손목에 무리가 와 잠깐 쉬고 있지만(웃음).” 이 집의 또 다른 식구는 집 안 구석구석에 자리한 크고 작은 화분들이다. 어느 하나 시들한 것 없이 건강한 모습은 이 집만의 또 다른 정체성을 이뤄낸다. “대부분 어디선가 얻어온 것들이에요. 작고 연약한 것, 죽어가는 것을 잘 못 지나쳐요. 오피스 식물 관리 회사에서 소생시킬 자신 있으면 가져가라고 죽기 직전의 식물을 내놓은 걸 가져오거나, 보도블록이나 맨홀 사이를 비집고 나온 풀을 데려오기도 해요. 좋은 흙을 채운 화분에 옮겨 심고 볕 좋은 데 두면 금세 쑥쑥 자라던데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희미한 쓸모에서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은 권순영의 오랜 습관이자 특별한 재주다. 오래전 바로 이 자리에서 낡은 집의 가능성을 알아본 것처럼.

엘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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