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써니〉에서 문자 그대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 심은경. 사실 그 이름을 알렸던 건 MBC〈대장금〉, 〈태왕사신기〉 등의 걸출한 드라마였습니다. 아역으로 데뷔하며 지금도 회자되는 ‘헥토파스칼 킥’(?) 짤을 만들기도 했죠. 이후 영화〈써니〉를 거쳐 〈광해, 왕이 된 남자〉, 〈수상한 그녀〉 등 스크린을 위주로 활약을 펼치던 그가 2018년 영화 〈궁합〉 이후로는 얼굴을 보기 힘들었는데요. 5일, 심은경이 11년 만에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며 반가운 근황을 전했습니다. 더불어 그간 일본에서 펼쳤던 눈부신 활약상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 2019년에는 일본 영화 전문 웹사이트 ‘에이가닷컴’에서 ‘배우·감독 인기 랭킹’ 1위에 뽑히기도 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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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좋았습니다. 일본에 건너간 후 출연한 첫 작품을 통해 만난 영화 〈신문기자〉의 주인공 캐릭터는 심은경에게 딱 맞는 옷 같았거든요. 당시 해당 영화의 총 프로듀서 카와무라 미츠노부는 “다른 일본 여배우에게는 캐스팅 제의를 하지 않았다. 심은경이란 배우가 다양한 아이덴티티가 있고 진실을 추구하는 캐릭터에 딱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캐스팅 비화를 밝혔습니다. 〈신문기자〉는 사회부 기자로 변신한 심은경의 배역 소화력과 뛰어난 연기력에 힘입어 개봉 3개월 만에 6억 엔 수입을 올리고 45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 영화로 이듬해 2020년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심은경은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한국인이 일본 영화에 출연해 영화제에서 이 같은 성적을 거둔 건 심은경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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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는 영화 〈블루아워〉(2020), 〈동백정원〉(2021), 〈7인의 비서〉(2022)에서 연이어 주연 자리를 꿰차며 연기력과 존재감을 증명했습니다. 드라마 〈군청영역〉(2021)에서도 주연을 맡았죠. 심은경이 일본에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방증입니다. 실제로 그는 유창한 일본어 실력으로 일본 예능에도 자주 출연하며 전혀 위화감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인정받아 2021년에는 제44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일본 아나운서 하토리 신이치와 함께 시상식 사회자로 단상에 섰습니다. 이번에도 한국인 최초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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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당시 한국에서 한참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심은경이 갑작스레 일본행을 결심한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는 〈놀면 뭐하니?〉에서 “어릴 때부터 일본 활동을 너무 하고 싶었다. 원래는 내가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일본에서) 밴드를 하고 싶었다. 일본에서 음악의 꿈을 펼치려다 기회가 닿아서 지금 일본 소속사를 만나게 됐다”라며, 해외 활동을 오래 전부터 계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놀면 뭐하니?〉는 심은경에 대한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도를 입증하듯 분당 최고 시청률 8.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토요일 방송 가운데 전체 1위의 성적입니다. 심은경은 2024년 개봉한 영화 〈더 킬러스〉와 개봉 예정인 영화 〈별빛이 내린다〉로 국내 활동 또한 병행할 예정입니다. 아역부터 일본 활동까지, 어느 자리에서나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심은경의 다음 행선지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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