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라는 피겨 불모지를 개척한 건 김연아입니다. ‘원 맨 팀’이었던 한국 피겨 대표팀은 그의 은퇴 이후에도 ‘김연아 키즈’들의 활약으로 점차 성장해 왔는데요.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그 결실이 나왔습니다. 차준환과 김채연이 남녀 피겨스케이팅 싱글에서 각각 금메달을 목에 걸었어요. 한국 피겨 사상 일어난 적 없던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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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김채연은 여자 피겨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내면의 속삭임(Whispherers from the heart)’으로 총점 147.56점을 기록했습니다. 고난이도 점프를 연달아 깨끗하게 소화했고, 후반부 연기도 훌륭했어요. 전날 그가 올린 쇼트 프로그램 점수 71.88점과 합산하면 최종 219.44점.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를 유지하던 세계 챔피언, 일본의 사카모토 카오리를 꺾고 훌륭한 역전승을 일궈냈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 줬다는 금빛 의상이 더욱 반짝였습니다.
연이어 차준환이 빙판 위에 나섰습니다. 앞선 쇼트 프로그램에서 그가 획득한 점수는 94.09점. 쇼트 1위였던 카기야마 유마보다 9.72점이나 낮았습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다고 해도 이 점수차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물론 남자 싱글 은메달 자체도 여태껏 없던 놀라운 성과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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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의 프리스케이팅은 완벽했습니다. 3년 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아름다운 이나바우어로 세계 피겨 팬들의 심장을 뒤흔들었던 그가 이번에는 클린한 점프로 놀라움을 안겼어요. 중심이 낮을 수록 유리한 피겨 종목에서 차준환의 큰 키는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그럼에도 고난이도의 점프를 성공할 경우엔 훨씬 시원하게 보입니다. 차준환은 일곱 개의 점프를 멋지게 마무리하며 프리스케이팅에서 187.60점을 얻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차준환은 역전의 가능성을 낮게 봤는데요.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를 하던 중 금메달 확정 소식을 들은 그의 얼굴은 담담했습니다. 차준환은 “연기에 너무 집중을 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관 없었는데 3년 전 올림픽에서 얻은 배움을 실천하려 했고, 그것이 저의 경기에 나타났던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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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게 된 차준환의 걸음은 더욱 가뿐해졌습니다. 당장 다음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4대륙 선수권과 내년 동계올림픽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은 줄었으니까요. 그는 올해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역대 피겨 선수 최초로 서울시청 실업팀에 입단합니다. 대부분의 피겨 선수들이 20대 중반이 되기 전에는 은퇴하지만, 차준환의 기량은 아직 빙판 위에서 빛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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