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세계 빅5’ 러시아 마린스킨 발레단에 입단하는 전민철(20)에 이어 국내 발레계에 걸출한 ‘영건’이 탄생했다.
한국인 남자 무용수 최초로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윤재(16·서울예고)가 12일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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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상한 외모와 스타일리시한 분위기로 인해 아이돌 느낌인 그는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무대여서 무대에 올라가기 전 옆에서 준비하는 동안 벅찬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잘 참아내고 덤덤한 마음으로 무대를 즐기다 보니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아울러 “자신만의 개성과 색깔, 자신을 믿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게 점수에 들어간다고 생각했다”며 “로봇이 아닌 사람이 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윤재는 세계 5대 발레 콩쿠르로 꼽히는 로잔발레콩쿠르에서 한국 남자 무용수 최초로 우승했다. 한국인 발레리노가 로잔발레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1985년 발레리나 강수진, 2007년 발레리나 박세은이 우승한 바 있다. 이외 2003년 서희, 2021년 발레리나 윤서정, 2018년 발레리나 박한나와 발레리노 이준수 등이 입상한 바 있다.
그는 결선 무대에서 고전 발레 ‘파리의 불꽃’과 컨템포러리 발레 ‘레인'(Rain)을 선보였다. 또한 1등 수상에 앞서 특별상 ‘최우수 젊은 인재상'(Best Young Talent Award)도 받았다. 우월한 신체 조건과 파워풀한 움직임, 신체에 대한 명확한 제어 능력, 관객을 끌어당기는 매력까지 두루 갖췄다는 평을 들었다.
![고전발레 '파리의 불꽃'(사진 위)과 컨템포러리 발레 '레인' 무대](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137/image-1f47dfa8-ca33-40f4-a437-e092a73774ca.jpeg)
로잔 콩쿠르 우승의 의미에 대해 “상과 경험은 한층 더 저와 발레가 가까워지는 계기였다고 생각한다”며 “제 이력에도 남으니 자랑스럽게 가슴팍에 달고 다닐 수 있는 이름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계획한 해외 발레단이나 발레 학교가 있는지와 관련해 “많은 오퍼(제안)와 기회들을 얻었지만 명확하게 어느 학교에 갈 것인지 답해드리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유학을 가고 싶고, 한곳에 정착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해외에 돌아다니며 춤추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윤재는 다섯 살 때부터 누나를 따라 발레를 시작했다. 음악에 맞춰 춤추고 뛰며 발레를 놀이처럼 즐기던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발레학원, 5학년 때 한국예술영재교육원(영재원)에 다니며 발레를 전공으로 잡아갔다. 어린 시절부터 발레에 몰두해 다른 꿈을 가질 새는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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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재는 “발레하지 않았으면 무대에 서서 노래하고 춤추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작년에 영재원에서 나와 현재 서울예고에 재학 중이다. 영재원 소속 무용수는 고등학교를 건너뛰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으로 조기 입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이와 다른 진로를 택했다.
평소 연습 시간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많지는 않다고 한다. 연습할 때 집중적으로 하고 연습이 잘되지 않으면 더 이상 연습을 하지 않는다. 그날 안 좋았던 것은 당일날 털어버리기 위해서다.
두꺼운 다리와 평발은 박윤재의 콤플렉스다. 그는 “‘다리가 두꺼워서 몸이 무거워 보인다’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듣고 자랐다”며 “평발이 심해 무용을 할 때 쥐가 많이 난다”고 털어놨다.
로잔 콩쿠르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박윤재는 “오히려 로잔에 가서 다리가 이쁘다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무용수들을 보면서 키가 크든 작든 자신의 매력이, 가슴을 울리는 마음과 춤, 표현 등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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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모델로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발레리나 실비 길렘과 이자벨 시아라볼라를 꼽았다. 이들은 각각 1965년생, 1972년생으로 무용수로서는 고령임에도 모든 발레 무용수로부터 선망받는 발레리나인 점이 존경스럽다는 것이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오페라 가르니에’ 무대에 서 보고 싶다고도 했다.
박윤재는 “‘돈키호테’의 (이발사) 바질 역할을 가장 좋아한다”며 “바질만이 뽐낼 수 있는 야생의 강한 에너지를 좋아해 그런 배역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발레의 매력은 힘을 불어넣어 준다는 것이다. “발레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탁월한 것 같아요. 나라가 어려울 때나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발레 공연을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져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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