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089/image-6eb7e2c7-6cf4-46b9-ab8d-53c6e305bbc4.jpeg)
1972년 독일 뮌헨 하계 올림픽을 보도하는 미국 방송사 ABC 스포츠팀의 관제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녹화 방송이 아닌, 위성을 통한 현지 생중계로 올림픽의 각 종목들을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야만 한다. 어떤 컷을 붙이고 넘길지, 앵커의 마무리 멘트는 어떻게 정리할지 실시간으로 판단해야 한다.
치열한 올림픽 경기를 담아내던 ABC 방송국 스포츠팀의 루틴은 9월5일 오전 4시께 선수촌에서 희미하게 들려온 여러 발의 총성으로 흐트러진다. 처음 소리의 근원을 파악한 독일어 통역사 마리안네 게르하르트(레오니 베네쉬)는 현장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향하고, 중계팀도 무전 송신기로 사태를 파악하기에 여념 없다.
대부분 출근하지 않은 새벽, 젊은 프로듀서 제프리 메이슨(존 마가로)은 다급하게 모두를 호출한다. 테러리스트들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스라엘 선수촌에 난입해 그들을 인질로 삼았다는 정보 때문이다. 선수촌과 언덕 하나를 사이에 둔 스튜디오의 ABC 스포츠팀은 인질극 사건을 생중계하기로 결정하고, 현장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유일한 방송사로 특종을 내보내게 된다.
그러나 사건과 사고를 다루는 경험이 많은 보도국도 아닌 스포츠팀에게 이런 일을 대처할 경험이 없다. 어느 순간 총알이 발사돼 끔찍한 참사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간 고수해온 업무 방식도, 공식도 적용할 수 없다. 더 이상 이곳은 올림픽 축제의 장이 아닌, 두려움에 휩싸인 테러의 현장이다.
![ABC 스포츠팀 관제실에서 테러 생중계를 지휘하는 프로듀서 제프리 메이슨. 배우 존 마가로가 연기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089/image-a5e57f0e-9b0b-485b-8046-4ceb71e6411e.jpeg)
● ‘실화 사건’ 영화로 풀어내는 방식
뮌헨 올림픽 참사는 1972년 열린 제20회 뮌헨 올림픽 개최 도중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인질로 잡고 이스라엘에 투옥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234명을 석방하라는 요구를 하면서 벌어졌다. 이스라엘 선수 5명과 코치 4명, 심판 2명은 비극적인 인질극으로 전원 사망했다.
당시 ABC는 올림픽 도중 일어난 테러를 약 22시간동안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생중계했고, 약 9억명의 시청자가 이를 지켜봤다. 생중계가 가능했던 이유는 ABC가 뮌헨 하계 올림픽의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선수촌 바로 옆에 자체 스튜디오를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팀 펠바움 감독은 ABC 스포츠팀의 관제실 내부로 깊숙하게 들어가는 방식으로 역사적 사건을 다룬다. 테러 현장의 생중계를 앞둔 관제실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인질범이 된 이스라엘 선수의 사진 및 배경지식, 정부 관계자와 테러범의 협상 정보의 진위 여부를 가려내야만 한다. 그 와중에 먼저 배정받은 방송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대로 바꾸기 위해 경쟁사인 CBS에게 사정해야 하고, 자료 화면을 찍으려 스태프는 선수단의 유니폼을 입고 가짜 선수로 속여 촬영 소스를 구해오기도 한다.
![배우 레오니 베네쉬가 연기한 독일어 통역관 마리안네 게르하르트는 참사 현장으로 향한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089/image-5384abb7-7628-46e0-b827-fc2da1d34d1a.jpeg)
영화의 독특한 부분은 카메라가 테러 현장을 취재하는 인물들을 따라 밖으로 나가지 않고, 관제실에 머물면서 그 폐쇄성을 강조하는 설정이다. 당시 9억명의 시청자들이 생중계로 지켜본 현장을 관객에게 그대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팀 펠바움 감독은 “공간의 배경을 ABC 관제실로 제한한 이유는 스포츠 보도에서 위기 상황 보도로 전환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책임을 자각하게 되는 기자들이 마주하는 도덕적, 윤리적, 직업적, 궁극적으로는 심리적 딜레마를 관객이 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제실 장면은 주로 디지털 카메라를, 아카이브 영상을 재현할 때에는 16mm 필름과 디지털 카메라를 모두 사용했다. 당시 실제 앵커였던 짐 맥케이의 모습을 자료 화면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폐쇄성을 강조한 탓에 스튜디오 위로 테러리스트의 요구에 따라 인질들을 태우고 비행장으로 갈 헬기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제작진이 밖으로 나와 느끼는 무력감을 강조하는 장면은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 1972년, 그들이 치열하게 고민했던 ‘저널리즘’이란
“대중들이 알아야 할 사건”이라는 판단에서 출발했지만 ‘어디까지 보도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중계팀은 정확한 기준을 정하지 못한다. 사건의 흐름을 쫓아 생중계를 이어갈수록 ABC 스포츠팀의 의견은 분열된다.
방송 역사상 최초로 테러 사건을 생중계한 시작을 다루는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저널리즘의 무게와 언론인들의 가치 판단에 대한 질문을 그대로 던진다. 지금은 취재한 사안에 대한 보도를 일정 기간 유보하는 엠바고의 개념이 자리잡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인식이나 체계가 부족했다. 때문에 스포츠팀은 테러 진압 작전을 벌이는 경찰들의 모습까지 편집하지 않고 뉴스에 담는다. 테러리스트들은 숙소의 TV를 통해 ABC 생중계로 경찰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뉴스는 오히려 사건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이를 인지한 제작진은 카메라를 내리라고 지시했지만 이미 늦은 뒤다. 언론이 가진 양날의 검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총격전이 벌어지는 공항 인근에 팀원들을 보냈지만 ‘인질들이 모두 풀려났다’는 출처 없는 소문이 떠돌면서 제프리 메이슨이 갈등하는 장면은 ‘9월 5일: 위험한 특종’의 핵심이다. 다른 방송사보다 먼저 중계하고 싶은 욕심이 앞선 제프리는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내보내려고 하고, 이에 스포츠팀을 책임지는 마빈은 “이건 경쟁이 아니다”면서 그를 말린다. 하지만 제프리는 결국 위험한 선택을 한다.
영화는 1972년 9월5일 당시의 기억을 따라가며 내부자들의 시선으로 저널리즘의 무게와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다. 뮌헨 올림픽 참사가 어떻게 끝났는지는 역사가 알려주고 있다. 다만 그 사건을 다루는 방송사의 모습을 통해 저널리즘의 무게에 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영화는 3월3일(한국시간)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상의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저널리즘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089/image-03157f48-4cd5-412b-8bcf-7bbff0ad7fdb.jpeg)
감독: 팀 펠바움 / 출연 : 피터 사스가드, 존 마가로, 벤 채플린, 레오니 베네쉬 외 / 배급 :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일: 2월5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95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089/image-fb5cc8f0-84c6-4369-b1d4-2a6a9ad8a3fd.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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