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한파가 찾아오는 요즘. 몸도, 마음도 따뜻해질 인연을 찾아 ‘동네 한 바퀴’ 306번째 여정을 떠나본다.
한강에 얼음이 풀릴 때면 고양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선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왕에게 진상했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는 생선. 그게 바로 왕의 생선이라 불리는 ‘웅어’다. 고양에는 사시사철 제철 웅어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웅어 장사 40년 차 강병식 씨의 식당이다. 어획량이 줄어 웅어 전문점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지만,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마음을 아들 강경모 씨가 이어가기로 했다는데. 대체 어떤 맛이길래 이토록 진심인 걸까?
시대가 바뀌면서 많은 기술이 사라져간다. 왕과 사대부의 함과 갑옷을 만들었던 칠피 기법도 마찬가지였다. 무른 가죽에 옻칠하여 방수, 방부가 되도록 만드는 우리나라의 전통 기법, 칠피.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다 홀연히 맥이 끊겨 유물조차 몇 남지 않았다는데. 어느 날 이 칠피 기법이 부활했다. 40년에 걸친 박성규 씨의 노고 덕이다. 본래 나전칠기를 만들었던 성규 씨. 박물관에서 우연히 본 칠피 유물에 푹 빠져버렸단다.
서울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고양특례시. 도심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수많은 비닐하우스가 줄줄이 서 있다. 고양에 자리 잡은 도시 농부들의 보금자리다. 수확철이면 이 도시 농부들을 꼭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는데. 작물을 사는 것뿐 아니라 이것저것 물어보고 살펴보는 청년들. 특별한 ‘카페’를 운영한다는 장상기, 심하늬, 송금희, 주미경 씨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관광사업을 연구하다 만났다는 네 사람. 문득, 현장에서 배워야 컨설팅을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퇴직하고 첫 발걸음을 뗀 것이 고양 농산물 카페다. 고양 특산물인 가와지 쌀가루에 고양 농부들이 재배한 작물을 섞어 빵을 만든다고. 당근, 생강, 열무 등 레시피만 60~70가지가 될 정도로 안 사용해본 작물이 없다는데. 이번 연구작은 한창 수확 중인 얼갈이를 넣은 빵. 고양 농부들의 노고를 알리고 싶다는 네 청년의 얼갈이 쌀빵 맛은 과연 어떨까?
25년째 고양에서 추어탕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라연화 씨. 본래 추어탕은커녕 요리도, 청소도 못 하는 며느리였단다. 거기에 날 때부터 병약해 걸핏하면 누워있기 일쑤. 시어머니는 그런 며느리에게 새벽같이 일어나 추어탕을 끓여주었다. IMF로 사업이 망했을 때도 연화 씨를 일으켜 세워준 건 시어머니의 추어탕이었다. 매일 새벽 연화 씨는 가게로 출근해 커다란 냄비에 불을 붙인다. 추어탕을 끓일 때면 철없던 자신을 오늘날의 음식 명인으로 만들어 준 시어머니가 절로 떠오른단다. 미꾸라지를 아낌없이 넣은 추어탕. 그 속에는 아직도 시어머니의 진한 사랑이 담겨있다.
새하얀 눈이 내려앉아 녹음이라곤 없는 겨울. 이수정 씨의 하우스 속은 별천지다. 보라, 노랑, 빨강, 색색 장미들이 피어있는 이곳. 14년째 가꿔온 장미농장이다. 축구장만한 농장에서 365일 피는 장미를 남편과 둘이서 따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그만둘 수는 없단다. 이 농장을 지켜온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서리기 때문이다. 호주에서 영주권을 준비했던 수정 씨는 아버지의 암 투병 소식에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살날이 얼마 안 남았던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은 장미농장을 잇는 것. 어릴 적 네 자매 중 유일하게 농장 일을 돕던 수정 씨는 결국 그 뜻을 따르기로 했다. 농장을 지키기 위해서 시작했지만, 요새는 장미 농사가 천직이라 느껴진단다. 그렇게 딸은 조금씩 농부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간다.
겨울철 매서운 추위를 잊게 해줄 경기도 고양특례시의 이야기는 2월 8일 토요일 오후 7시 10분 [306화 따뜻하고 싶다, 이 겨울 – 경기도 고양특례시] 편으로 시청자의 안방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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