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딱딱한 베개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습니다. 호콘 안톤 파가로스가 만든 바로 이 베개라고 말이죠.
파가로스가 베개를 만드는 방식은 통상적인 베개 제작법과 판이합니다. 천을 재단하고 박음질하는 대신, 딱딱한 대리석을 드릴로 정교하게 깎아내거든요. 그렇게 한참을 다듬다 보면 어느새 진짜 침대에 있을 법한 베개가 완성됩니다.
노르웨이 출신의 조각가, 호콘 안톤 파가로스는 소셜 미디어 상에서 ‘베개 아티스트’라는 독특한 별칭으로 명성을 얻었어요. 그의 대표작 〈Down〉 연작은 점토나 대리석을 포근한 베개로 변모시키는데, 면 베개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인 디테일로 가득합니다.
작가에게 있어 베개는 따스한 삶의 상징입니다. 인생이 침대에서 시작되어 침대에서 마감된다고 말하는 그는, 찬찬한 손놀림과 인고의 시간을 거친 베개 시리즈를 통해 삶을 대하는 그의 자세를 은유적으로 담아내요. 작업 영상에 ‘만약 당신이 딱딱한 베개를 좋아한다면(#ifyoulikeyourpillowsfirm)’ 해시태그를 덧붙이는 위트는 작품의 의미를 적절히 중화하죠.
파가로스의 영감은 비단 베개에 국한되지 않아요. 나방, 개구리와 같은 섬세한 생물로 이어지곤 하죠. 요즘은 특히 개구리의 미끈거리는 표면을 묘사하는 데 몰입하고 있는데요. 개구리 다음으로 그가 도전할 형상은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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