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홍 감독 “디지털 발전 환영, 위험 줄일 수 있어”
디지털 기술과 VFX(Visual Effects)는 현대 영화 제작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촬영 일정 지연과 제작비 상승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며 영화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바타: 물의 길’의 경우 스턴트맨과 배우들이 물속 연기를 수행한 후, 디지털 캐릭터로 변환해 유연하면서도 유연한 동작들을 완성했다.
‘외계+인’ 시리즈는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존재들이 지구에 침투하는 걸 막는 액션물인 만큼 CG가 필수요소였다. 외계 비행선의 주차장 추격신과 엘리베이터 안과 달리는 기차 안의 격투신이 대표적이다. 스턴트맨들이 모션캡쳐 복장을 입고 찍은 움직임과 배경이 되는 공간의 정보를 계산해 CG로 다시 설계했다.
동시에, 이러한 기술의 도입은 스턴트맨과 무술감독의 역할에 변화를 예고했다. 전통적 스턴트 연출과 리얼리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졌다.
정두홍 감독은 디지털 기술과 VFX의 도입을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는 “스턴트맨들이 위험한 촬영을 하지 않아도 되고, 부상의 위험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기술의 발전은 긍정적이다”라고 바라봤다. 실제로, 전통적인 스턴트 촬영에서는 차량 추돌이나 고공 낙하 같은 장면이 배우와 스턴트맨 모두에게 큰 위험을 수반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은 이러한 위험 요소를 제거하면서도 관객에게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제공할 수 있게 했다.
AI 영화 ‘나야, 문희’ 제작사 엠씨에이의 박재수 대표 역시 기술 발전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인간의 역할이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늘 먼저 나오지만, 장점이 훨씬 크다”며 디지털 기술이 제작비 절감과 다양한 영화 제작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제작비를 최소 1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어, 손익분기점이 낮아지고 제작자들에게 더 많은 도전과 실험의 기회를 열어주는 열쇠”라고 말했다.
실제로 AI 영화 ‘나야 문희’에서 나문희는 팔순을 넘긴 나이지만 AI의 도움을 받아 오토바이 질주 장면과 액션 장면을 만들었다.
하지만 기술이 전통적 스턴트 연출의 리얼리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관객들이 느끼는 몰입감은 단순히 화면에서 보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실제 움직임의 생동감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정교하게 설계된 격투 장면이나 배우와 스턴트맨 간의 상호작용은 디지털 기술로 재현하기 어려운 깊이를 제공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이 스턴트맨의 역할을 대체할 수는 있어도, 관객이 화면 너머에서 느끼는 생동감은 전통적인 스턴트 연출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며 디지털과 전통적 연출의 조화로운 활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디지털 기술이 단순한 대체가 아니라 새로운 창작 가능성을 열어주는 도구로 사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은 스턴트맨과 무술감독의 역할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모션 캡처와 CG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턴트맨은 물리적 연기를 넘어 디지털 환경에서의 움직임과 표현을 설계하는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한다. 서울액션스쿨을 비롯한 액션 아카데미에서는 전통적인 액션 연기뿐만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의 적응력을 강화하는 훈련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스턴트맨과 무술감독이 단순히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디지털 기술과 협업하며 창의적인 연출을 설계하는 역할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기술 발전이 스턴트 연출의 영역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도구로 자리 잡는다면, 한국 영화는 더욱 다양한 스토리와 감각적인 장면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스턴트맨과 무술감독이 단순히 위험을 감수하는 존재에서,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연출의 동반자로 자리 잡는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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