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브래드 피트와 기나긴 이혼 소송을 끝마친 안젤리나 졸리가 LA에서 열린 거버너스 어워즈에 아들 녹스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파파라치 컷에서나 보던 작은 아이가 훌쩍 커서 안젤리나 졸리와 함께 서 있는데, 단연 안젤리나 졸리를 쏙 빼닮은 외모가 눈길을 끌었다. 역시 혈육의 힘은 막강했다. 한편 비욘세와 제이Z 부부도 지난 그래미 어워즈에 딸 블루 아이비 카터와 함께 등장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컬렉션의 순백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블루 역시 어엿한 여인의 자태를 갖췄다. 그리고 이내 들려온 건 블루 아이비 카터의 데뷔 소식이었다. 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의 성우로 할리우드에 공식적으로 발을 들인 것. 그 역시 ‘네포-베이비(Nepo-Baby)’였다.
네포-베이비란 부모의 영향력으로 일찍이 유명세와 인기를 얻고 자연스럽게 성공가도를 달리는 유명인의 2세를 말한다. 할리우드 배우·톱 모델·뮤지션·아티스트·재벌 등 곳곳에 이미 그들의 영역과 영향력이 구축돼 있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도 단단하게 형성돼 있다. 지금 가장 뜨거운 걸들 역시 네포-베이비 크루다. 킴 카다시언 패밀리의 카일리 제너와 켄덜 제너, 그들의 베스트 프렌드인 지지 하디드와 벨라 하디드 자매, 볼드윈 가문 출신의 헤일리 비버까지. 그들의 관계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말 그대로 ‘그사세’의 삶을 보여준다. 네포-베이비가 가장 많이 분포돼 있는 건 역시나 아름다움을 좇는 패션계다. 전문 모델이 아닌 유명인의 2세들이 매 시즌 빠지지 않고 하우스 브랜드 모델로 등장하고 있으니까. 샤넬과 오래전부터 모델로서 인연을 맺어온 배우 겸 가수 바네사 파라디와 조니 뎁의 딸인 릴리 로즈 뎁은 엄마의 바통을 이어받아 일찍이 샤넬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있다. 쇼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캠페인 모델로도 여러 번 활약했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네포-베이비 사랑도 대단하다. 미우미우 캠페인의 모델은 물론 런웨이 위에도 네포-베이비를 모델로 줄줄이 캐스팅하고 있다.
밀라 요보비치의 딸 에버 앤더슨은 브랜드 모델로서 캠페인과 다수 매거진 커버에 등장했고, 케이트 모스의 딸 릴라 모스는 2021 S/S 미우미우 컬렉션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릴라 모스는 엄마를 닮은 매력적인 페이스는 환영받았지만 작은 키와 비율은 그렇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미우미우 쇼에선 새로운 또다른 네포-베이비를 등장시켜 미우미우의 네포-베이비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배우 니콜 키드먼의 딸 선데이 로즈와 뮤지션 스팅의 아들 엘리엇 섬너가 런웨이에 오른 것. 미우미우뿐이 아니었다. 발렌시아가에는 데이비드 베컴의 둘째 아들 로미오 베컴이, 오프화이트™에는 마돈나의 아들 데이빗 반다가, 자크뮈스에는 모니카 벨루치와 뱅상 카셀의 딸 데바 카셀이 무대에 올랐다.
배우와 모델이 아닌 아티스트의 2세 또한 등장했다. 버버리의 다니엘 리는 본인의 스승인 피비 파일로의 딸 마야 위그램을 지난 시즌에 이어 또 한 번 런웨이에 세웠고, 조너선 앤더슨은 유명 패션 포토그래퍼인 데이빗 심스의 자녀인 네드 심스를 캠페인과 쇼 모델로 선택해 깊은 애정을 보였다. 운명적으로 시기와 질투의 타깃이 되는 네포-베이비들, 그런 그들을 좇는 대중의 묘한 관계는 아이러니하다. ‘Nepo Baby’라고 쓰인 레터링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헤일리 비버를 보고 대중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정작 ‘그’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SNS를 통해 한껏 매력을 보여주며 덕후몰이를 하는 이도 많다. 쇼트커트 헤어스타일과 중성적인 페이스에 통통 튀는 스타일링 센스를 보여주는 주드 로의 딸 아이리스 로나 벨라 하디드에 이어 새로운 스타일 아이콘으로 급부상 중인 리나 리사의 딸 아멜리아 그레이가 그 예. 분명 부모 덕에 출발선이 다른 이들이지만, 그들이 가지고 태어난 달란트가 매력적인 건 분명하다. 니콜 키드먼의 신비로운 눈과 그녀의 어릴 적 말간 얼굴을 가진 행운의 소녀가 미우미우의 하얀 드레스를 입고 걷는 모습이 신비롭고 귀엽긴 하지 않은가.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렵다. 기회를 쉽게 얻은 이들일지라도. 그 처음을 자신의 능력으로 키우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비록 속도는 다르지만. 그 길에 비이상적 잣대를 들이밀지는 말자. 엄마 아빠를 골라서 태어난 아이들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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