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도 마음과 몸이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또한 아이돌 출신이라는 핑계 없이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로서 완벽하게 자리잡고 싶다” 배우 연우가 ‘옥씨부인전’의 피날레와 함께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으로 열연한 배우 연우와 만났다. ‘옥씨부인전’은 모든 것이 가짜인 외지부 옥태영(임지연 분)과 그녀를 지키려는 예인 천승휘(추영우 분)의 생존 사기극을 담은 드라마다.
연우는 극 중 ‘차미령’ 역으로 분했다. 중반빌런 격인 ‘송씨부인'(전익령 분)의 가스라이팅과 함께 남편 백도겸(김재원 분)을 통해 옥태영의 집안을 끌어내리려 접근했으나, 결국 모든 것을 알고 반성하면서 그의 집안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다.
연우의 ‘차미령’ 캐릭터 호흡은 여러 지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판타지성이 있으나 엄연한 사극인 ‘옥씨부인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비주얼과 함께, 악역과 선역의 또렷한 반전과 선역으로서의 정서적 호흡들을 차분하면서도 확실하게 챙겨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크게 주목받았다.
특히 송씨부인과의 대립장면은 물론 옥태영과의 친자매급 동서케미, 남편 성도겸(김재원 분)과의 ‘부부클리닉’급 연기호흡들은 장면 자체의 재미는 물론 이들과 자연스레 호흡하는 연우의 연기감각들을 돌이켜보는 포인트가 됐다. 또한 아이돌 그룹(모모랜드) 출신이라는 꼬리표 없이 다양한 작품을 소화해온 그의 새로운 도전으로서도 돋보였다.
-데뷔 첫 사극출연, 차미령 연기 소회?
▲현대극을 계속 해왔던 저로서는 정말 하고 싶었던 장르경험이었다. ‘우리,집’, ‘개소리’ 등을 거듭하면서 바쁜 와중에 제안을 받기도 했고, 첫 사극이라 걱정도 꽤 컸다.
물론 생각만큼 어려웠지만, 진심을 다해 쓰신 대본으로 저를 택해주신 작가님과 감독님의 마음을 느끼면서 작품호흡을 매듭지었을 때 쾌감이 컸다.
-캐릭터 준비과정?
▲우선 유튜브 등에서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등 작품을 통해 사극에서 필요한 말투나 자세를 익혔다. 그러한 기본 호흡을 바탕으로 작가님이 알려주신 미령의 감정선들을 하나씩 챙겨갔다.
비주얼 측면에서는 스타일링팀의 도움과 함께 완성했다. 기존의 현대극 연기를 통해 들은 비주얼 평가와 함께, 고전작품에 어울릴 수 있을까 염려하면서 더욱 신중을 기울였다.
-주요회차 속 다정한 눈빛과 서늘한 반전, 차미령은 물론 연우로서의 연기매력을 잘 보여준 것이라 생각되는데?
▲태영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미워해야 하는’ 가스라이팅 당한 선한 캐릭터라는 입장을 핵심으로 놓고 접근했다. 아이돌 시절 무대호흡과 함께 많은 분들께서 인식하시는 새침한 외모와 강렬한 표정, 원래 제가 갖고 있는 털털한 호흡을 모두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 애정하는 장면, 최고 난이도 장면 구분하자면?
▲굉장히 많은데, 애정하는 장면으로서는 정체가 밝혀진 이후 서로 거리가 생겼던 도겸(김재원 분) 곁을 떠났을 때, 그와 기방에서 마주하고 싸우던 장면이다. 장면상 감정이 오르기도 하고 예쁜 모습이다. 그와 함께 꽤 늦은 시간까지 촬영했음에도 스태프들은 물론 상대배우인 재원씨가 계속 배려해줬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또 애정하기도 하고 난이도를 느끼기도 했던 장면은 어머니 송씨부인(전익령 분)과의 다툼이다. 실제 경험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까지 감정이 격하게 부딪친 적은 없기에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와 함께, 얼굴에 땀이 잘 안나는 제가 유독 더운 날씨에 처음 땀을 흘려본 경험 또한 이러저러한 장면과 함께 기억난다.
-감정연기 몰입이 유독 돋보였던 ‘옥씨부인전’ 속 연우, 실제 감정몰입이 컸던 장면?
▲대본 속 따뜻하고도 슬픈 말들이 많아서 자연스레 몰입이 되더라. 특히 떠나겠다는 미령 앞에 태영(임지연 분)이 “내가 자네에게 엄마처럼, 언나처럼 보듬어주겠네”라고 말하는 장면은 유독 그랬다.
원래 눈물 흘린다는 지문이 없었음에도, 임지연 언니를 보면서 자연스레 눈물이 나더라. 또 제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어린 미령이가 나오는 장면 또한 슬펐다.
-이번 ‘옥씨부인전’ 속 연우의 만족도?
▲50% 정도다. 중반부 갈등과 함께 이후 리프레시 포인트로 나오는 역할 특성에 맞춰, 전반적인 흐름을 깨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좀 아쉬움이 남는다. 만족스러운 것은 상대배우와의 호흡과 그 중요성, 재미를 깊이 느꼈다는 데 있다.
-걸그룹(모모랜드) 출신이라는 타이틀보다 연기력 자체로 매년 긍정적 평가를 받는 연우, 그 비결은?
▲아이돌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배우로서 차분히 쌓아가며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고자 했다. 현장에서도 그렇게 노력하려고 하는 모습이 동료나 스태프분들께도 잘 받아들여진 것이 많은 기회로 돌아온 것 같다.
그와 함께 스스로 생각해도 부족함이 많음에도, 그를 너그러이 봐주시는 시청자분들의 마음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일을 하면서 제 자신에 대한 의심이 많았던 제게 두 번의 수상은 연기자로서의 길을 확고히 한 계기가 됐다.
-본인 작품을 보면 어떤가?
▲처음에는 제가 나온 장면들을 보는 게 두려웠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를 살펴보지 않으면 고칠 수 없음을 알고, 마음을 다잡았다. 여전히 작품 속 제 모습은 늘 아쉬움 투성이지만, 그만큼 더 꼼꼼이 체크해본다. 그러면서 데뷔 초반때 들었던 다양한 조언들을 되뇌곤 한다.
-배우로서 앞으로의 목표점?
▲승부욕과 나 자신에 대한 부담으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그를 솔직하게 털어내면서 주변과 더욱 긴밀해진 것같다. 그렇게 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도 마음과 몸이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또한 아이돌 출신이라는 핑계 없이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로서 완벽하게 자리잡고 싶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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