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은 표정부터 다르다. 기자회견이나 시사회 등 취재진이 대거 몰려 여기저기서 순식간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면 배우들은 물론 감독들도 긴장하기 마련이지만 봉 감독은 다르다. 여유 있는 미소, 진지한 눈빛, 때로는 장난스러운 웃음으로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지난 20일 열린 영화 ‘미키 17’의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봉준호 감독은 포토제닉 그 자체의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할리우드의 대표 ‘꽃미남’ 배우인 로버트 패틴슨과 나란히 섰지만 결코 표정 대결에서만큼은 밀리지 않는 모습. 감독은 지난 2019년 영화 ‘기생충’을 내놓고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른 기념으로 대규모 기자회견에 나선 이후 햇수로 6년 만에 연출작을 선보이는 공식적인 자리에 섰다.
언제나 선호하는 ‘올 블랙’ 패션은 변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더 다양해진듯 하다. 감독은 이날 ‘미키 17’을 “발 냄새 나는 SF영화”라고 설명해 관객의 궁금증을 한껏 자극했다. 또한 요즘 전 세계의 화두인 AI(인공지능) 기술을 이야기하면서 “매일 밤 AI는 절대 쓸 수 없는 시나리오를 고민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이번 ‘미키 17’을 통해 봉준호 감독과 처음 만났다. 처음 내한한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봉준호 감독을 깊이 존경하게 됐다”며 “지금 전 세계에서 봉준호 감독 같은 연출자는 4, 5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은 애정이 넘치는 모습 그 자체. 포즈를 취해달라는 취재진의 주문에 나란히 손 하트를 만드는가 하면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다가 경쟁하듯 고개를 더 숙이려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특히 고개 숙여 인사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로버트 패틴슨이 봉 준호 감독보다 더 허리를 숙여 ’90도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새 영화다. 얼음으로 덮인 우주 행성 개척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인 미키(로버트 패틴슨)의 모험과 위기를 다룬 이야기로 스티븐 연과 마크 러팔로 등 인기 배우들이 출연한다. 영화는 전 세계 최초로 2월28일 국내서 가장 먼저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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