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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다양성의 공존…KU시네마테크가 그리는 미래 [공간을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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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영화관 탐방기⑰]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KU시네마테크 제공
ⓒKU시네마테크 제공
KU시네마테크, 독립·예술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KU시네마테크는 건국대학교 건물에 위치한 독립·예술영화 전용 단관 상영관이다. 학내 시설이라는 점이 뚜렷한 차별성을 갖는다. 이곳은 영상학과와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2011년에 문을 열었다. 당시 디지털 영화가 점차 보급되던 시기로, KU시네마테크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디지털 영화를 중심으로 상영하며 저변을 확대하고, 학생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지역 주민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도 KU시네마테크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온다. 주현돈 대표는 KU시네마테크는 영화 예술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새로운 세대의 영화인과 관객이 만나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 이 공간의 존재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건국대학교가 넓어요. 학생들이 다니는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죠. 학생들도 많이 오지만 관객 비율로 따지면 3~4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이곳이 주거 단지이다 보니 지역 주민들도 많이 오시죠. 상영작은 독립예술영화가 첫 번째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을 받기 위한 약속이죠. 그 외에는 프로그래머나 제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스크린에 걸기도 하죠.”

KU시네마테크는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을 넘어, 독립·예술영화의 가치를 알리고 관객과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획전은 영화의 새로운 시각과 다채로운 이야기를 음미하고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에는 대만의 영화 거장 차이밍량이 KU시네마테크에서 감독전을 진행, 직접 이 곳을 찾았다. 이에 ‘행자 연작’ 10편과 대표작 ‘애정만세’ ‘안녕, 용문객잔’이 상영됐다.

“큰 기획전은 일년에 1~2번, 작은 기획전은 4~5번 진행하고 있어요. 기획전 절반은 배급사들이 개봉 영화 감독전이나 작품들을 모아 제안을 해주세요. 상영관이 필요해 역제안을 해주시고 시간이 되고 환경이 맞으면 진행되죠. 저희가 직접 나서는 경우에는 대략적인 테마를 잡아요. 예를 들면 ‘여름에 맞는 영화를 찾자’ 이런 식이죠. 돈을 많이 쓸 수 없지만 손해를 본다는 측면에서는 자유로워요. 어차피 작게 하기 때문에 마이너스가 돼도 금액 손실이 적죠. 또 나라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어 어느 정도 메꿔지기도 하고요. 지난해에는 차이밍량 감독의 감독전을 열었어요. 전주국제영화제에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전주에 가서 감독님 미팅을 제안했죠. 감독님도 본인 영화를 모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응해주셨어요. 그 때 ‘애정만세’와 ‘행자 연작’은 극장에서 모아 튼 적이 많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진행하고 그 다음 이곳이었죠. 반응이 좋아서 연말에 차이밍량 감독전을 한번 더 했어요. 현실적인 이유와 이 영화관을 하는 낭만적인 이유 두 가지에 일치한 기획전이었죠. 기본적으로 저희는 멀티플렉스와 같은 기획전을 하려고 하진 않아요. 수입이 절대적인 기준도 아니고요. 그들과 경쟁하면 승산이 없거든요.”

KU시네마테크는 아날로그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다. 로비에는 필름에 걸려있고 LP를 들을 수 있는 곳이 마련돼 있다.

“아날로그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했습니다. LP는 제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것인데 많은 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여기다 놓아 뒀어요. LP도 4~50개 정도 가져다 뒀으니 청음하고 싶으면 저희를 부르시면 돼요.(웃음)”

KU시네마테크의 강점은 필름 영화를 언제든 틀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상적으로 필름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은 극소수다.

“이제 국내에서 필름을 안쓰니 갖고 있는 곳이 없어요. 소재파악이 어렵거나 한국영상자료원(영자원)은 보존이 목적이라 대여가 안되거든요. 외국에서 가져오는 것도 일이죠. 저희는 1년에 1번 정도 필름 상영을 해요. 필름 영화를 틀 수 있고 그걸 관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

ⓒKU시네마테크 제공
ⓒKU시네마테크 제공

주현돈 대표는 KU시네마테크를 대단한 철학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고 겸손을 표했다. 좋은 영화를 더 많은 관객들에게 알리면서 여러 의미로 다양성을 넓히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이 극장이 하는 역할은 간단해요.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거죠. 예를 들어 ‘하얼빈’을 이 곳에서 틀었다면 관객들이 많지 않았을 겁니다. 여기는 다른 극장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영화들을 보러 오기 위해 발걸음을 하거든요. 그래서 지역 주민 중에서도 20~30대 젊은 분들보다 정보 전달이 늦은 어르신들이 더 많아요. 기본적으로 인터넷, SNS를 통해 영화를 많이 홍보하는데 그쪽에 취약하신 분들은 늦을 수 밖에 없거든요. 보려고 할 땐 이미 영화가 내려가고 없는 거죠. 그럴 때 KU시네마테크가 대안이 될 수 있어요. 영화를 길게 걸거든요. 다양성이라는게 단순히 영화 편수만 해당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KU시네마테크는 독립·예술영화의 상영뿐 아니라, 다양한 관객층이 영화를 통해 소통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특히 문화소외계층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영화 관람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대하고, 앞서 언급했듯 상영작의 다양성과 기간 보장을 위해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KU시네마테크는 영화 상영 방식과 관객 접근성을 재구성하며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파묘’가 행정적인 기준으로 예술독립영화는 아닌데 지난해 이 곳에서 틀었을 때도 잘 됐어요. 그런데 만약 이 영화를 그냥 멀티플렉스와 똑같이 걸었다면 승부가 나지 않았을 겁니다. 저희는 ‘파묘’에 영어 자막을 넣었어요. 외국인은 우리나라에서 문화소외계층이거든요. 영어 자막으로 틀면 커뮤니티에 정보들이 퍼져 외국인들이 찾아와요. 예매 조차 어려우니까 예매 대행 업체도 있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화 관람 기회를 보장하고 싶어요. 이것 역시 다양성과도 직결되니까요. 이게 KU시네마테크의 명확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KU시네마테크는 배우 유지태의 후원도 받고 있다. 주현돈 대표는 지속해서 예술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고 지원에 나서는 유지태의 행보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배우 유지태 씨가 건국대 영상영화과 교수님이셔서 수업을 이 곳에서 하세요. 그 인연이 닿아서 ‘유지태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를 저희와도 하고 있어요. 티켓을 대량 구매하셔서 후원을 해주시는 거죠. 정말 감사하다고 꼭 말씀 드리고 싶어요.”

예술영화 상영관은 독립·예술영화의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고,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데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들은 단순한 영화 상영을 넘어 지역 주민과 영화 애호가들에게 색다른 영화 경험을 제공하며,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하지만 현재의 지원 체계는 상영관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예술영화 상영관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더 많은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보다 다층적이고 유연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예술영화상영관은 목적성이 확실해요. 예술영화만 트는 대신 국가가 지원을 해주니 그런 영화에 대한 문화적인 가치 재고를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지원 자체는 흔들리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지원정책이 낡았어요. 지원 자체가 다양하지 못하고 국가에만 의존하는 형태죠. 어느 날 국가에서 이 지원이 사라지면 당장 대책이 아무것도 없어요. 저번에나 공감대의 문제겠지만 민간 지원이 부족하죠.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부에 지원금을 요구해봤자 예산이 한정적이잖아요. 일본은 국가지원이 전무한 대신 민간지원이 잘 되어있고 예술영화 시장도 탄탄하더라고요. 민간에서도 관심을 갖고 직접적인 지원이 아니더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예술영화전용관은 도서관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이 구마다 있지만 불만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예술영화상영관은 상업논리에서 많이 빗겨가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주길 하는 바람입니다. 서울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체감이 되는데 지방은 훨씬 심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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