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에도 당당히, 그리고 올곧게 살아가는 이들로 푸른 기운 가득한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으로 ‘동네 한 바퀴’ 304번째 여정을 떠나본다.
영월군의 행정 중심지인 영월읍은 곳곳의 건물 풍경만 보면 ‘응답하라’를 외쳐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번화한 도로 한복판에 조선 시대 지방 수령들이 공사를 처리하던 관아건물 ‘관풍헌’과 영월의 대표 명소로 불리는 옛날 다방도 있다. 2006년 개봉작인 영화 ‘라디오 스타’의 촬영지로 소개된 이후 20년 가까이 그 시절 전통 쌍화차를 팔고 있는 곳. 노른자 동동 띄운 뜨끈한 쌍화차를 맛보기 위해 젊은 손님은 물론 바다건너 외국인도 온다는데.
영월읍 한 초등학교 앞에 작은 케이크 가게가 들어섰다. 영월에서 나고 자라 한때 더 큰 무대를 찾아 서울로 떠났다는 정효진 씨. 녹록지 않았던 서울살이를 접고 3년 전, 고향인 영월로 돌아왔다. 고향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손님들의 취향을 200% 반영한 커스텀 케이크를 시작했다. 작은 동네에서 과연 케이크가 통할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도시와 달리 동네 이장님의 이취임식, 관공서 직원들의 승진 축하 등 훈훈한 주문이 들어온다는데. 고향 영월에서 젊음의 한 페이지를 멋지게 써 내려가고 있는 병아리 사징님을 동네 지기 이만기가 응원한다.
영월읍 대표 전통 시장인 ‘서부시장’의 한쪽엔, 추운 날에도 밖에 앉아 매일 전을 부치는 정귀숙 씨가 있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서부시장에서 전을 부쳐왔다는 사장님. 올해로 83세인 귀숙 사장님은 그녀 나이 47세에 남편을 잃고 홀로 삼남매를 키웠다. 이제 좀 살만해진 탓일까. 정귀숙 씨는 요즘 먼저 떠난 남편이 자꾸 생각난단다. 자식들 시집, 장가보내는 것도 못 보고, 귀한 손주도 품에 못 안아보고 세상 떠난 남편이 가엽고 그립지만, 언젠간 다시 만날 그때까지, 전집에서 내 몫 톡톡히 해내겠노라 남편에게 약속한다.
영월의 대표적인 폐광촌 ‘모운동 마을’. 망경대산에 위치해 한때 1만여 명이 살았던 장성한 동네다. 몇몇 가구만 남은 이 마을에 4년 전, 외지인이 들어와 특별한 공간을 만들었다. 그림 같은 산줄기들 사이로 가을이면 분홍색으로 물드는 마당, 겨울이면 살포시 눈이 내려앉아 또 다른 매력을 자랑하는 이곳. 차순민 씨가 만든 나만의 놀이터다. 야생화 250여 종을 키우고, 작은 오두막 하나 지으며 반려견과 산책하는 소소한 일상. 그저 ‘나’를 위한 삶을 사는 ‘행복한 고립’에 만족한다.
30년 전에 한 캠핑장 사장님이 조성했다는 150m의 메타세쿼이아 산책길. 한 그루 두 그루 옮겨 심은 게 지금은 300여 그루가 되면서 영월의 사진 명소로 소문날 만큼 아름다운 산책길이 만들어졌다. 길게 뻗은 산책길을 지나오면, 또 하나의 이색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강물을 건널 수 있게 나무로 만들어진 ‘섶다리’가 그것이다.
1960년대만 해도 초등학교 학생이 2천 명이 넘을 정도로 번성했던 ‘마차리 마을’. 이젠 노인 인구가 대부분인 이 마을에 5년 전, 한 젊은 여사장님이 들어왔다. 연고도 없는 영월에 내려와 건강 디저트 가게를 차린 한은경 씨다. 둘도 없는 친구처럼 돈독했던 외할머니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못다 한 효도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은경 씨. 영월 마차리 마을에 내려온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처음엔 곁을 주지 않았던 할머니들도 은경 씨의 싹싹함에 점차 마음을 열었다. 지금은 할머니들이 디저트 가게에서 빵과 약과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며 ‘신구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데… 그 아름다운 상생을 만나본다.
영월에서도 산골짜기 외진 곳에 덩그러니 자리한 한 식당. 아는 사람만 찾아온다는 이 식당은 홍양순 씨가 운영하는 된장 집이다. 26년 전, 항아리 10개 들고 내려와 장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양순 씨는 주변 사람들 장을 만들어주다가 현재는 항아리가 300개까지 늘어났단다.
무채색의 계절에도 푸른 기운을 띄는 영월의 이야기는 1월 25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304화 푸른 기운 가득하다 –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편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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