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서연 기자] 인생 캐릭터를 만난 배우들에게 힘든 것은 무엇일까. 그 중의 하나는 고착화된 이미지를 깨부수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걸 해내는가 하면, 누군가는 벗어나려 하지만 여전히 탈피하지 못한 채 남기도 한다.
신드롬급 흥행과 파급력을 이끌었던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배우들은 어떨까.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강렬한 연기로 모두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을 이끌었는데, 그 이미지를 벗고 새 작품에서 변주를 줬을까.
우선 송혜교는 ‘더 글로리’ 이후 영화 ‘검은 수녀들’로 돌아왔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송혜교는 무려 1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으며,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했다.
‘더 글로리’에서 학폭(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 역을 맡아 웃음기 잃은 얼굴로 처절한 복수를 펼쳤던 송혜교는 ‘검은 수녀들’에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니아 수녀를 연기했다.
이번에도 그간 보여준 적 없던 얼굴을 꺼냈다. 송혜교는 자유로운 영혼의 유니아 수녀 역에 맞게끔, 담배를 피우고 욕설을 하며 구마를 한다. ‘송혜교’라는 인물에게서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비흡연자인 송혜교는 “첫 등장부터 ‘가짜로 피우네’라는 인상을 주면 유니아의 모든 것이 가짜가 될 것 같았다. 흡연자인 친구들에게 영화 들어가기 6개월 전부터 흡연을 배웠다”고 밝히며 남다른 노력을 밝히기도 했다.
임지연은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을 괴롭히는 악랄한 학폭 가해자 박연진을 연기하며, 첫 악역으로 인생 캐릭터를 썼다. 그런 임지연은 현재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 대표작까지 갈아치웠다는 호평을 이끈 상황이다.
‘옥씨부인전’은 이름도, 신분도, 남편도 모든 것이 가짜였던 외지부 옥태영(임지연)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예인 천승휘의 치열한 생존 사기극으로, 임지연이 첫 타이틀롤을 맡은 드라마다. 임지연은 양반댁 아씨 옥태영의 삶을 살게 된 노비 구덕이 역을 맡아, 스스로 운명을 지혜롭게 개척해 나가는 주체적인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분에 따라 변화하는 임지연의 입체적인 연기가 몰입도를 높이며, 구덕이·옥태영을 응원하게 만든다. 박연진을 잊히게 하는 연기 변신이다.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임지연)과 함께 문동은(송혜교)를 괴롭혔던 학폭 가해자 최혜정을 연기한 차주영은 어떨까. 차주영 역시 임지연과 마찬가지로 첫 타이틀롤을 맡은 작품인 tvN·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원경’에 출연 중이다. ‘원경’은 남편 태종 이방원과 함께 권력을 쟁취한 원경왕후, 그 사이 감춰진 뜨거운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차주영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와 이방원과 대립하는 카리스마, 인물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풀어내는 연기력은 인정받았으나, 이번에도 ‘노출’이 빠지지 않았다. ‘더 글로리’에서 과감한 노출신으로 이미 이슈가 됐던 차주영이다. 그럼에도 티빙에서 공개된 19금 버전의 ‘원경’에서 첫회부터 수위 높은 노출과 정사신으로 또 다시 ‘노출’ 키워드에 갇혀버렸다.
물론 뒤늦게 노출과 관련해 소속사 측에서 편집을 요구했다는 것과 노출신들이 대역 촬영 후 CG 처리로 재편집됐다는 것이 알려졌지만, 기획 단계부터 노출 장면이 있다는 것을 고지한 상황에서 작품에 임한 것은 맞다. 결국 차주영에게 ‘파격적인 노출’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게 된 건 사실이다.
반복적인 이미지 소비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차주영에게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착화될 위기에 놓인 ‘노출’ 이미지에서 벗어나 연기력으로만 주목받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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