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를 통틀어 지금까지 이런 ‘기록’은 없었다.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가 2월13일 개막하는 제7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최근 6년간 매년 내놓은 신작으로 6년 연속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초청장을 받은 전무후무한 기록이 탄생했다.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30대인 시인 동화가 연인 준희의 집을 우연히 찾았다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 포착하는 인물들의 내밀한 감정에 주목한 작품이다. 최근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에 주연으로 자주 출연하는 배우 하성국과 권해효 조윤희가 다시 뭉쳤고, 감독의 연인인 배우 김민희는 출연 대신 제작실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홍상수 감독은 2020년 ‘도망친 여자’를 시작으로 ‘인트로덕션’ ‘소설가의 영화’ ‘물안에서’ ‘여행자의 필요’에 이어 올해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까지 6년 동안 빠짐없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이들 작품 가운데 ‘도망친 여자’는 은곰상 감독상, ‘인트로덕션’은 은곰상 각본상, ‘소설가의 영화’는 은곰상 심사위원대상, ‘여행자의 필요’는 은곰상 심사위원 대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6년 연속 초청, 5편 연속 수상의 성과다.
이 외에도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통해서는 주연 배우 김민희에게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명실상부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가장 사랑한 한국영화 감독임을 증명하고 있다.
홍상수 감독의 제자이기도 한 배우 하성국은 ‘도망친 여자’ 이후 7편의 영화를 함께 하고 있다. 이번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에서는 주인공인 동화 역을 맡았다. 권해효와 조윤희 부부 역시 ‘당신 얼굴 앞에서’ ‘소설가의 영화’ ‘수유천’에 이어 이번 영화까지 홍 감독의 연출작에 부부 동반으로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트리시아 투틀스 집행위원장은 21일 홍상수 감독 영화들의 해외 배급사인 화인컷을 통해 “이 영화를 이루는 형식의 언어와 그 리듬 그리고 영화에 담긴 통찰을 사랑하면서 봤다”며 “사람들에 대한,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를 흐르는 흐름이 직관적이라고 느꼈고 많은 순간 신랄하게 익살스럽고 웃기기도 했다”고 평했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의 공식 상영에 맞춰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찾을 예정이다. 다만 최근 아이를 임신한 것으로 알려진 연인 김민희가 영화제에 동행할지는 미지수다. 김민희는 그동안 홍 감독과 해외 영화제에 동행할 때도, 동행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이후 올해 상반기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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