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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징어 게임2’의 세계를 만든 미술·촬영·음악 감독의 제작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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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만든 채경선 미술감독·김지용 촬영감독·정재일 음악감독.(왼쪽부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만든 채경선 미술감독·김지용 촬영감독·정재일 음악감독.(왼쪽부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저마다의 절박한 사연을 가진 456명의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고 게임에 나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그 무자비함과 대비되는 알록달록하고 따뜻한 색감의 배경과 리코더 등 동심을 드러내는 악기를 활용한 음악으로 기괴함을 더했다.

지난달 26일 공개한 ‘오징어 게임’ 시즌2(오징어 게임2)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해봤을 법한 단순한 놀이를 생존이 걸린 잔혹한 게임으로 설정해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한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출연배우들 만큼이나 독창적인 세계를 만든 제작진의 면면도 주목을 받았다. 시즌1부터 황동혁 감독의 연출 아래 함께 한 미술의 채경선, 음악의 정재일 그리고 이번 시즌2에 합류한 김지용 촬영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3명의 감독을 만나 제작 과정에 대한 다양한 뒷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가 진행된 시간은 이른 오전이었지만 ‘오징어 게임2’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수많은 취재진이 모였다. 3명의 감독은 “앞이 아닌 뒤에서 작업하는 스태프인데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 시즌1과의 차별점에 대해

‘오징어 게임2’는 피의 게임에서 우승해 456억원의 상금을 거머쥔 성기훈(이정재)이 게임의 설계자인 프론트맨(이병헌)을 찾아 게임을 중단시키기 위해 다시 그 속으로 뛰어드는 복수의 여정을 다룬다. 새로운 캐릭터와 운동장과 놀이동산을 연상케 하는 곳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게임 등 전편과 차별화되는 매력을 그렸다.

채경선 미술감독은 ‘오징어 게임’에서 압도적인 스케일로 선보였던 대형 숙소와 핑크 미로 계단에 이어 숙소 바닥의 붉은색과 푸른색 조명으로 이루어진 OX 조명 오브제, ‘5인 6각’ 게임이 펼쳐지는 운동장, ‘둥글게 둥글게’ 동요에 맞춰 게임이 펼쳐지는 회전목마가 놓인 초대형 원판 등을 디자인한 주인공이다. 이번에도 놀라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미 시즌1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22년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채 미술감독은 “더 새로운 비주얼을 보여주겠다고 잔뜩 어깨가 올라갔었다”며 “그런데 욕심만으로는 디자인이 너무 과해졌다. 부담감을 떨치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시즌2에는 숙소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의 공간이 다시 나와서 새롭게 디자인해 볼까 하다가 자제했어요.(웃음) 체육복도 초록색이 아니라 다른 색깔로 바꿔보려고 했는데 황동혁 감독님이 그 색깔은 꼭 가져가야 한다고 했죠. 원점으로 돌아가는 과정들이 있었어요. 새로운 게임은 콘셉트와 캐릭터에 맞게 디자인했습니다.” (채경선 미술감독)

또한 초대형 원판 세트는 500평 면적으로 “CG(컴퓨터그래픽)없이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면서 “공을 많이 들였다. 반짝이는 전구들도 1000개 정도 달았다.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배우들도 촬영하면서 그 공간을 정말 좋아해 줘서 행복했다”고 미소 지었다.

김지용 촬영감독은 전편과 확연하게 달라진 성기훈에 집중했다. ‘오징어 게임2’가 “기훈이 게임장에 다시 돌아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하면서 “기훈이 이 공간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했다. 특히 그가 숙소에서 처음 깨어날 때를 신경 썼다. 시즌1과 비교하면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시즌1과는 달라진 기훈의 입장에 주안점을 두려고 했다”고 밝혔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상징하는 핑크 미로 복도. 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상징하는 핑크 미로 복도. 사진제공=넷플릭스

김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마스코트인 영희 로봇에도 변주를 줬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즌1과 시즌2의 영희가 미묘하게 달라졌다며 ‘교체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김 감독은 “영희는 바뀌지 않았다”고 웃으면서 “영희가 반복해서 나오는 만큼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 렌즈를 바꾸거나 카메라와 영희의 거리 등 극단적인 변화를 통해 더 무섭고 괴상하게 보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의 눈에 “다르게 보였다면 성공이다”고 만족해 했다. 

정재일 음악감독은 상징적인 OST로 ‘오징어 게임’ 흥행의 숨은 공신으로 인정받는다. 리코더와 소고, 캐스터네츠 등을 활용한 ‘웨이 백 댄'(Way back then)은 ‘오징어 게임’을 대표하는 테마음악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그의 실력은 이미 지난 2019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음악 감독을 맡았을 때부터 확인됐다.  

정 감독은 “‘웨이 백 댄’ 같은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다”면서 “그 곡은 ‘유니크’했기 때문에 주목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화면과 잘 어울리면서 어떻게 하면 독특함을 가져갈 수 있을지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전편보다 등장인물들이 많았어요. 절망의 끝으로 가지만, 따뜻함도 있었고요. 이야기에 몰입했어요. 보통 화면을 보면서 연주를 하는데 ‘일필휘지’하는 순간들이 곳곳에 있었죠. 참가자들이 서로를 응원하는 ‘5인 6각’ 게임이나 프론트맨이 기훈에게 진실 반, 거짓 반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입니다.” (정재일 음악감독)

● 시즌2에서 집중한 부분에 대해

‘오징어 게임2’의 초반은 게임장 밖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기훈이 허름한 모텔에서 복수를 꿈꾸며 계획을 세우는데 김지용 감독은 “게임장과 바깥세상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게임장 안에서 OX를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대비했다면 모텔에서 기훈과 딱지남(공유)이 러시안룰렛을 할 때는 의도적으로 푸른색과 붉은색을 대비시키려고 했다. 안과 밖이 다르지 않다는 테마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채경선 감독은 ‘오징어 게임2’에 새로운 색깔인 주황과 보라색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기훈과 정배(이선환)가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 주최 측으로 침입할 때 복도가 보라색인데 “권력을 상징하는 색깔”이라고 했다. 주황색에 대해서는 “따뜻하고 안정적인데 빨간색을 닮고 싶어 하는, 욕망이 담겼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배신하기도 하는 ‘둥글게 둥글게’ 게임에 쓰게 됐다”고 부연했다.

'오징어 게임2'의 한 장면. 세 번째 게임에서 손을 잡고 있는 강애심(왼쪽)과 양동근. 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의 한 장면. 세 번째 게임에서 손을 잡고 있는 강애심(왼쪽)과 양동근. 사진제공=넷플릭스

● 앞으로 나올 시즌3에 대해

‘오징어 게임’의 설계자들은 오는 6월 공개가 예정된 시즌3에 대해서도 예고했다. 특히 영희 로봇과 함께 등장할 철수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다.

채경선 감독은 “시즌2를 능가하는 새로운 게임장이 펼쳐진다”며 철수에 대해 “시즌1 때도 철수를 스케치했다. 영희를 국민학교 교과서의 일러스트를 보고 스케치했는데 영희 옆에 철수가 있었다. 철수를 새롭게 스케치했고, 이후 특수효과팀과 함께 만들었다. 영희의 짝꿍으로 생각해 주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김지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은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따라가다 보면 공감되는 순간이 있다. 시즌3에도 그런 부이 많을 것”이라며 “시즌2 결말이 불만족스러울 수 있는데 모든 것이 해소된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오징어 게임3’의 음악을 작업 중이라는 정재일 감독은 “다음 주에 황동혁 감독님을 만나는데 조마조마하고 있다”고 웃으며 “이야기가 완결되는 만큼 더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감정도 요동치는 느낌이다. 감동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시청자들이)그걸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짚었다.

‘오징어 게임2’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제작진의 행보도 글로벌하다. 김지용 감독은 재커리 위건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빅토리안 사이코’ 촬영을 위해 오는 18일 아일랜드로 출국한다. ‘서브스턴스’의 마거릿 퀄리가 주연한다.

채경선 감독은 제29회 미술감독조합상(ADG) 후보에 올랐다. ‘1시간 현대극 싱글 카메라 시리즈’ 부문 후보에 올랐는데, 2022년 ‘오징어 게임’으로 같은 부문에서 수상했다. 채 감독은 차기작으로 “넷플릭스와 작업할 계획인데 지금은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3'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 게임3’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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