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음원차트에서 불의의 인기를 끄는 곡들의 공통점이 있다. 비트는 신난다, 근데 뭉클함이 몰려온다. 이 정도면 ‘치트키’라고 볼 수 있다.
우선 트위치 스트리머 쵸단, 마젠타, 틱톡커 히나, 일본 걸그룹 NMB48 출신 시연이 유튜버 김계란의 기획 하에 뭉쳐 2023년 10월 데뷔한 걸밴드 QWER이 지난해 4월 발매한 첫 번째 미니앨범 ‘MANITO’의 타이틀곡 ‘고민중독’을 들 수 있다.
‘고민중독’은 일단 빠른 드럼과 기타 등을 기반으로 경쾌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러면서도 감성적으로 점점 벅차오르는 서사를 끌어간다.
그리고 “소용돌이쳐 어지럽다구” 프리코러스를 거쳐 드럼 솔로 후 이어지는 코러스에서 결국 뭉클한 맘이 쏟아진다. 이때의 느낌이 그야말로 중독적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른거리는 너의 모습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 ‘너와 가까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쑥스러워 말 못 하는 망설임과 날 봐줄 거라는 기대감 사이 천 번 하고도 한 번 더 고민을 하다가 끝내 “너를 많이 많이 좋아한단 말이야”를 외치며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이 곡이 2024년 멜론 국내 연간차트 10위에 오른 이유다.
PD 출신 방송인 재재, 유튜버 승헌쓰, 댄서 가비가 웹예능 ‘MMTG’ 콘텐츠 ‘위대한 재쓰비’를 통해 결성해 지난해 11월 출격한 3인조 혼성그룹 재쓰비의 데뷔곡이자 히트곡 ‘너와의 모든 지금’도 그러하다.
전체적으로 미디엄 템포로 흥겨움을 주는 가운데, “여전히 기억해” 브리지 후 악기가 빠진 “내게”로 시작돼 이어지는 후렴구에서 먹먹함을 가득 안긴다.
재재, 승헌쓰, 가비의 과거 이야기가 펼쳐지다가 그러한 경험을 가진 “내게 언제의 나를 사랑하냐고 물으면 바로 지금” 펀치가 날아온다.
래퍼 지코가 프로듀싱하는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성호, 리우, 명재현, 태산, 이한, 운학)에게 ‘커리어 하이’를 안긴 지난 6일 발표된 ‘오늘만 I LOVE YOU’도 마찬가지. 멜로디는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상쾌한 가운데, 가사는 이별 후 모습을 담으며 아련하다.
한 음악 전문가 A씨는 이 같은 곡들에 대해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장르와 코드를 사용해 뭉클함을 느끼게 하는 듯하다”라며 “90년대 J-POP 느낌도 내면서 이런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모습도 보인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위로’는 가요의 역할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정서를 가진 음악들이 많은 이들에게 필요로 되는 것이다. 특히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감성을 건드리는 노래의 가치는 더욱 커질 터, ‘신나는데, 그래서 더 뭉클한’ 곡들의 인기가 현세와 맞물린다.
A씨는 “힘들거나 공허할 때 더 울적한 감성의 노래를 찾는 것도 있는 거 같다”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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